brunch

20대의 마지막 12월에 쓴 글

불완전했던 내 20대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by Jiiin 진
The Book of Regrets


1) 20대의 마지막 12월을 맞아서, 평소에 필사를 하던 노트에 10년 동안의 후회를 하나씩 나열해 봤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스무 살의 감정부터, 이번 달에 내가 한 사소한 결정까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너무 사적이고 날것인 것들이 많아서, 고민 끝에 여기에는 자세히 옮기지 않기로 했다.


2) 솔직히 잘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참 여러 모양의 후회가 있는 것 같다. 결정을 해도 안 해도 후회, 최선을 다해도 다하지 않아도 후회, 둘 중에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선택한 길에 책임을 다하지 못한 죄책감까지, 모든 게 일관성이 없다. 타인이나 환경에 대한 후회는 나 혼자 바꿀 수 없었던 것이기도 하다.


3) 하지만 생각과 행동의 주체는 사실 나 한 사람이지 않나. 막상 다 꺼내려하다 보니,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뭘 했어도 또 다른 일로 힘들어했을 게 분명하고, 지금 내가 뿌듯하게 간직할 수 있는 추억들이 없었을 수도 있다. 가끔은 내 발자취 중 만족스러운 것들에 훨씬 더 감사하면서 유심히 봐야 하는 것 같다.


4) 어차피 세상에 완벽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방황과 함께 해온 나만의 서사를 잘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문득 내 선택을 바꾸러 예전으로 돌아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었다. 과거 시점에서 또 치열해질 바에는, 그냥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게 나은 것 같다.


결국 다시 노트를 덮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자고 되뇌었다.


신기하게도 불완전했던 내 20대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IMG_2708.HEIC
FullSizeRender 2.HEIC
FullSizeRender 5.HEIC
IMG_5260.HEIC
FullSizeRender 4.HEIC
FullSizeRender 3.HEIC
IMG_7815.JPG
FullSizeRender.HEIC
FullSizeRender 7.HEIC
FullSizeRender 6.HEIC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쩌면 알록달록한 아크로폴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