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했던 내 20대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The Book of Regrets
1) 20대의 마지막 12월을 맞아서, 평소에 필사를 하던 노트에 10년 동안의 후회를 하나씩 나열해 봤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스무 살의 감정부터, 이번 달에 내가 한 사소한 결정까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너무 사적이고 날것인 것들이 많아서, 고민 끝에 여기에는 자세히 옮기지 않기로 했다.
2) 솔직히 잘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참 여러 모양의 후회가 있는 것 같다. 결정을 해도 안 해도 후회, 최선을 다해도 다하지 않아도 후회, 둘 중에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선택한 길에 책임을 다하지 못한 죄책감까지, 모든 게 일관성이 없다. 타인이나 환경에 대한 후회는 나 혼자 바꿀 수 없었던 것이기도 하다.
3) 하지만 생각과 행동의 주체는 사실 나 한 사람이지 않나. 막상 다 꺼내려하다 보니,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뭘 했어도 또 다른 일로 힘들어했을 게 분명하고, 지금 내가 뿌듯하게 간직할 수 있는 추억들이 없었을 수도 있다. 가끔은 내 발자취 중 만족스러운 것들에 훨씬 더 감사하면서 유심히 봐야 하는 것 같다.
4) 어차피 세상에 완벽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방황과 함께 해온 나만의 서사를 잘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문득 내 선택을 바꾸러 예전으로 돌아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었다. 과거 시점에서 또 치열해질 바에는, 그냥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게 나은 것 같다.
결국 다시 노트를 덮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자고 되뇌었다.
신기하게도 불완전했던 내 20대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