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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어딘가로 떠나야만 바캉스일까?

"Some rest is necessary sometimes."

by Jiiin 진

1) 프랑스에 있을 때, ‘바캉스’라는 개념을 새롭게 배웠다. 일종의 여름 방학인데,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까지 목숨 걸고 챙기는 기간이기도 하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통 연 25일 정도 휴가를 쓰는데, 은행에 다니는 친구 중에는 유급 연차가 50일이 넘는 경우도 봤다. 물론, 모든 건 사람 바이 사람,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점!


2) 연초부터 이 한 달을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보낼지 엄청 고민하고, 이 여름을 위해서 봄, 가을, 겨울을 꽤 열심히 산다. 이게 꽤 동기부여가 되나 보다. 솔직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하긴 했다. 전구는 계속 고장 나는데 기숙사 오피스는 한 달 동안 닫혀 있고, 제일 좋아하는 단골 빵집도 여름 내내 문을 열지 않았다.


3) 교환학생과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그동안의 공백을 메우려고 쉬지 않고 달렸다. 6 전공을 들으면서 학회와 대외활동을 병행하고 인턴을 구했다. 취업하고는 법적으로 주어진 15개의 연차를 한 번도 다 써본 적이 없었다. 더 잘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밤새워서 일에 대해 고민했던 적도 많았다. 그랬기에 밀도 있는 경험과 인사이트가 쌓였지만!


4) 요즘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들이 안부를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Physiotherapy? In between jobs? Taking breaks? 결국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다고 하면, 고맙게도 친구들이 “Some rest is necessary sometimes”라고 말해준다. 조금 긴 바캉스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내 마음이 좀 더 편해질까?


5) 다시 슬슬 달려볼까 하는데, 무너졌다가 일어나는 건 몇 배 더 힘들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모든 것의 가장 확실한 우선순위는 건강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내게 '바캉스'는 이제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다음 단계를 위해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시간으로 여기려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조급해하지 말고 내 능력을 믿어주는 연습을 해야겠다.



Côte d’Azur 프랑스 남동부 지중해 해안에서


a visual film by jiiin

shot on iPhone X,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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