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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지인 Jul 19. 2021

코로나 엑소더스

강릉으로 떠나온 후 딱 일주일 만에 잠잠해진 코로나가 다시 한 번 폭발했다. 규제도 느슨해질 전망이었고 이제 정말 코로나가 잡히는가 해서 마음 편히 떠나온 거였는데 동해안, 특히 강릉에 집중적으로 퍼지고 있어 많이 당황스럽다. 코로나 때문에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어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 똑같은 코로나 때문에 바닷가에 와 있는 내가 죄인처럼 느껴진다. 



"수도권은 한적, 해변가는 북적"

오늘 본 뉴스의 헤드라인이다. 하필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강릉에 확진자가 가장 많다고 한다. 대체 왜?! 강릉을 택한 이유는 양양이나 속초보다 덜 인기 있고 덜 유명할 것 같아서였는데. 나는 서울을 피해 동해바다로 왔지만 사람들은 코로나를 피해 동해로 오고 있다. 아마 그들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강릉을 택한 것이 아닐까. 피서철까지 겹치면서 동해바다는 코로나로 물들고 있다. 그렇다고 팍팍한 삶 가운데 휴식을 찾아 보겠다고 먼 길을 떠나 바닷가로 온 사람들을 비난할 수도 없고(나 역시 그 중 한 명이니), 참으로 애매하고 모호한 시기이다. 


한달살기 일정을 정할 때 성수기나 여름 휴가 시즌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직업이라 그런 부분은 생각도 하지 않고 코로나로부터의 도피 역시 전혀 고려하지 않았는데 마치 코로나를 피해 휴가차 도망쳐 온 것 같이 되었다. 때문에 소셜 미디어에 사진 올리는 것 역시 꺼리게 된다. 남들은 식당도 제대로 못 가고 휴가도 못 즐기는데 나는 3주나 넘게 바닷가에 살고 있으니 즐기기만 해도 모자랄 이 짧은 기간에 불편한 마음이 적지 않다.

원래 집순이라 여기에서도 바다에 수영하러 들어가거나 카페에 일하러 갈 때를 빼고는 주로 숙소에 머무는 편인데 동해바다에 있는 사람들을 가차없이 욕하는 댓글들을 보고 더욱 더 조심하게 되었다. 오늘(19일)부터는 무려 4단계 격상으로 해변도 저녁 8시 이후에는 금지라고 한다. 4단계는 서울에만 있는 것 아니었나요...


코로나가 사람들을 멀리, 더 멀리 밀어내고 있다. '치솟는 집 값 = 코로나 여파'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이 두 강력한 적이 우리를 멀리, 아주 멀리, 맹렬히 밀어내고 있다. 



뜨거운 여름, 뜨거운 강원도 집값

어제 제주도의 집 값이 십억 대를 뚫었다는 기사를 봤다. 학군이 좋아 가장 인기가 많은 한 아파트가 12억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이제 집 값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 십억 대가 대체 어느 정도인지 체감조차 되지 않는다. 만약 정말 서울을 떠나 강원도로 이주해올 거라면 제주도도 한번 고려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내 계획에 또 한 번 찬물이 끼얹어졌다. 제주도까지 부동산 폭등이 전염병처럼 퍼졌으니 이제 사람들이 청정지역 강원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제발, 강원도만큼은 푸르른 산과 하늘, 바다처럼 그냥 그렇게 아름답게 남아줄 수는 없는 건지 간절한 마음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불붙은 내 마음과 뇌에 기름을 끼얹듯 오빠가 가족 단톡방에 기사를 하나 스윽 보낸다. 



부동산 뉴스 때문에 내 마음에 찬물과 기름이 번갈아가며 쏟아진다. 강원도에 살면 이런 고민 안할 것 같아 속히 떠나온 것이었는데 이 좁은 땅덩어리를 내가 너무 과대평가했나보다. 햇빛도 타오르고 집값도 타오른다. 




성경에서 한글로는 출애굽기라고 번역된 Exodus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집트 탈출기를 그린다. 먹을거리는 풍부했지만 수백년간 종살이하던 이집트를 그들은 모세의 인도로 탈출한다. 파라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내주겠네 마네 하며 고집을 부리다가 그 벌로 열 가지 재앙을 모질게 경험하고 포기한다. 포기한 거라기 보다는 포기하도록 만들어진다. 모세는 기름진 음식을 그리워하며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광야에서의 여정을 시작한다. 약속된 땅 가나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그들은 장장 40년을 광야에서 헤맨다. 

나는 35년간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다. 나도 40년의 광야 생활을 마치면 포근한 내 집에 안착하게 될까.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이 있다면 5년은 불평과 초조함 없이 버틸 수 있을 텐데.


서울이 바로 21세기의 이집트이며, 부동산 폭등/코로나가 바로 21세기의 파라오구나. 너도 괘씸한 파라오처럼 따끔하게 한 번, 아니 열 번 혼나면 좋겠다. 


        


착잡한 마음을 바다와 마주 보고 앉아 조촐히 회 먹던 날을 기억하며 달래본다. 자몽빛 노을은 포근했고 잔잔한 파도소리는 따뜻했다. 아직 바다는 나에게 친절하다. 아직 나의 가나안이 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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