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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인 jiin mia heo Jan 28. 2022

코로나 시대의 눅눅함을 녹여 버린 시트콤

CBC TV시리즈 '시트 크릭 패밀리(Schitt's Creek)'

 2020년 에미 어워드(Emmy Awards)를 휩쓸었던 시트 크릭 패밀리(Schitt's Creek). 특히 '데이빗(David)'역을 연기한 다니엘 레비(Daniel Levy)는 연기, 제작, 각본, 연출 등 받을 수 있는 상이라곤 다 받았다. 시상자들이 끊임 없이 다니엘 레비의 이름을 외쳤다. 계속 수상소감을 하게 되니 나중엔 할 말도 없어 보일 지경이었다. 궁금하고 또 부러웠다. 대체 뭘 만들었길래, 어떻게 북을 치고 장구를 쳤길래 저런 순간을 누리는 거지?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매우 있어요


 그러고선 '시트 크릭 패밀리'를 일주일만에 끝내버렸다. 왜 이 시트콤이 시즌 피날레에,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는지 이해가 갔다. 정말 무해하고 안전하고 사랑스러운 코미디였다.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루종일 붙어 있어야 하는 가족들이 다같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 ‘부통령이 필요해(Veep)’ 같은 미국식 블랙 코미디와는 정 반대편에 서있는, 'So Canadian'한 시트콤. 4인 가족이라는 전통적인 관습에서 출발하지만 호모포비아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결혼하는 두 남성의 모습으로 막을 내리는 '시트 크릭 패밀리'. 이 역시도 이상하게 보수적이지만 진보적인 캐나다의 모습과 꼭 닮아있다.



 '시트 크릭 패밀리'를 마지막까지 주욱 달리다 보면 마치 나 또한 캐릭터들처럼 성장한 듯한 착각이 든다. 사실 내가 한 거라곤 같은 자리에 앉아 그들의 변화를 지켜본 것 뿐인데도 말이다. '시트 크릭 패밀리'는 가장 안전하고 무해하고 사랑스러운 방법으로 보는 사람을 자신들의 세상으로 이끈다. 그 점이 '시트 크릭 패밀리'를 다른 코미디와 크게 구분 지을 수 있는 점이다.

 캐릭터들의 성장 뿐만 아니라, 시즌을 거듭할수록 '시트 크릭 패밀리'라는 작품 자체가 모든 면에서 성장하는 것 또한 흥미롭다. 시즌1에서는 한정된 장소에서만 흘러가던 내용이 갈수록 팽창한다. 눈에 띄게 늘어나는 예산, 그에 따라 좋아지는 연출, 이야기가 손을 뻗는 범위, 점점 넓어지는 캐릭터들의 세계. 이 모든 것들이 아우러져서 '시트 크릭 패밀리'라는 티비 시리즈 자체가 너무나 기특하고 자랑스러워지는 요상한 순간이 있다. 이 순간이 코로나 시대를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시트 크릭 패밀리'와 사랑에 빠졌던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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