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눈에 띄게 자기 계발, 사이드 프로젝트가 많이 생기고 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사람들과의 만남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이러한 트렌드가 더 빠르고 강하게 확산되는 것 같다. 그래도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미루고 안 하는 게 훨씬 쉽다. 특히 '새로운 도전'은 덜컥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 하면 안 되는 이유만 수십 가지를 떠올리기도 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본인의 꿈, 목표를 찾아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딘 영실님을 만났다. 그녀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끊임없이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지금은 회사를 퇴사해 본인의 와인바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이 우리의 가장 젊은 날이고, 관심 가는 것이 있다면 가장 젊은 바로 '지금' 시도해보라는 그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어쩌면, 내가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왔던 일들은 단지 용기가 부족했기에 만든 핑계 때문이 아닐까? 인터뷰를 통해, 독자 분들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무언가 시도해야겠다는 작은 결심이 같이 생기기를 바라며, 와인 바 '브브브' 오픈을 통해 본인이 추구하는 삶의 여정을 시작한 멋진 그녀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서 8년 간의 근무를 마치고 2021년 2월, 퇴사를 한 이영실입니다. 회사에서는 브랜드 마케팅 업무로 시작해서 직무를 이동해 CRM 마케팅 프로젝트 매니저의 업무를 담당했고, 지금은 '브브브(방배바)'라는 방배의 와인바를 오픈해서 저만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국계 자동차 회사의 브랜드 마케터로 첫 커리어를 시작하셨는데,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대학생 때부터 막연하게 '마케팅'을 하고 싶었어요. 좋은 제품을 고객들에게 알리며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일이 멋있고 매력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대학 4학년 때, 자동차 회사와 연계한 산학 협력 강의를 들으며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해 알게 되었고, 흥미가 생겼습니다. 이후 국내 자동차 회사에서 인턴을 했고, 인턴 경험을 살려 외국계 자동차 기업 브랜드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오호, 브랜드 마케터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중간에 직무 이동을 했는데, 직무를 변경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브랜드 마케터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아, MINI라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예를 들면,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광고를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을 했습니다. 저에게 잘 맞고 재밌었지만 약 5년 동안 같은 일을 하다 보니, 매너리즘이 왔습니다. 제 일에 대한 자신감은 커졌지만 한편으로는 여기에 계속 안주한다면 지금보다 제가더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변화가 필요해 이직을 준비하던 중, 내부 CRM 팀에 자리가 나서 직무를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타이밍이 정말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안주하지 않고, 성장을 위해 새로운 직무로의 도전을 한 영실님이 정말 멋지네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팀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같은 회사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업무가 180도 바뀌었습니다. 전에는 광고,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감성적인 일을 했다면 CRM 팀에서는 기존에 예상했던 업무가 아닌 '글로벌 IT 앱 론칭 프로젝트'의 PM(Project Manager)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을 활용하고 엔지니어, 디자이너, 개발자들을 이끌고 소통하는 업무였어요. 당시에는 주위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도 없었고 회사 차원에서도 처음 시도하는 프로젝트였기에 그 과정이 정말 힘들었고, 론칭할 때까지만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버티다 보니 약 3년을 일했네요. (하하)
회사 내에서도 처음 시도하는 일이면 많은 난관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특히 어떤 점이 제일 힘드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재미는 있었는데,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많았고, 제가 지금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맞는지 점검할 방법이 없다는 것. 즉, 업무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트렌드에 민감한 IT 산업을 중심으로 PM, PO업무에 대한 수요가 많이 생겼지만 3년 전만 해도 이 직무에 대한 정보도 없고 따로 배울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었습니다.
말씀 주신 것처럼 지금은 PM이 IT 산업에서 각광받는 직무로 시장에서의 수요가 참 많은 것 같아요. CRM 팀에서 하셨던 일을 잘 살려서 다른 회사로의 이직은 생각해보지 않으셨나요?
이직에 대한 생각도 물론 있었죠. CRM 팀에서 일한 지 1년 반 정도 되었을 때부터 제 미래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나간 것 같아요. 하지만, 제 고민의 핵심은 '회사라는 타이틀을 때고 내가 자립할 수 있을까?'였어요.그렇기에 다른 기업으로 이직을 해도 이런 고민은 계속 이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직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또 8년간 쉼 없이 일하면서 번아웃이 되기도 했고, 인생에서의 큰 변화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퇴사를 결심하게 되신 건가요?
맞아요. 제 주변에 프리랜서로 혹은 스타트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을 보면 회사를 떠나 본인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일하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지금은 크게 차이가 없지만, 막상 10년 뒤를 떠올려 보면 '내가 그분들과 비교했을 때 나만의 역량으로 경쟁력이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더라고요. 또 직장 내에서 지위가 높아질수록 업무 역량 외에도 인간관계 측면이 중요한데 이런 부분을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도 고민되었습니다. 퇴사를 결심하기 전까지 약 2년 동안 계속 고민을 했고,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저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뜻이 맞는 사람들과 같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본인의 사업을 하고자 결심한 후에 많은 아이템 중에서도 '와인바'를 오픈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 와인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저는 마케팅은 본질적으로 기획하고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기획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언젠가는 저만의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퇴사를 고민하며 제 사업을 위한 아이템을 찾던 중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내추럴 와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맛이 없어서 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마시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내추럴 와인은 뭔가 다르고,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호기심이 들어 더 공부를 했고 점점 빠져들게 되면서 이렇게 저만의 공간까지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일을 하며 제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고 제가 좋아하고 실제로 소비하는 브랜드여야만 마케팅을 잘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내추럴 와인이 그에 부합했습니다. 사람의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여 자연스러운 와인을 만들고 이를 위해 농사법까지도 친환경적으로 바꿔나간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고, 이런 철학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오호~ 저도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데, 내추럴 와인의 맛은 궁금해지네요! 뜻이 맞는 분들과 같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혼자 하지 않고 동업을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저와 남편 2명이서 추진을 했는데 아무래도 가족이다 보니 편한 마음에 조금씩 일정이 미뤄지게 되더라고요. 그때 마침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이 동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주었어요. 저와 남편, 그리고 친구 2명까지 총 4명이서 와인바를 같이 오픈하게 되었는데요. 모두 내추럴 와인바를 통해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표보다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해보고 싶고, 사업을 통해 각자의 역량을 키우고 싶다는 목표가 훨씬 강했습니다.이렇게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덕에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퇴사하기 전에 오픈할 수 있었네요.
주변에서는 어떤 반응이셨나요?
남편은 저와 동업자인 만큼 큰 힘이 되었고 저의 부모님도 감사하게도 제 뜻을 존중해주셨어요.
물론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정감을 가지고, 또 큰 브랜드에서 적지 않은 예산으로 신규 프로젝트를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 큰 기회인데, 퇴사를 더 고민해보라고 조언해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큰 동기부여가 되는 분들도 분명 있으실 텐데, 저에게는 크게 와 닿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이런 설득에도 흔들리지 않는 저를 보면서 퇴사라는 제 결정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매달 안정적인 급여가 나온다는 사실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데, 직장과 사업을 병행하는 것은 생각해 보지 않으셨나요?
퇴사 2달 전쯤인 12월 말에 '브브브'를 오픈했고 퇴근 후 저녁과 주말에만 운영하면서 일과 병행하려고도 생각했는데,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그리고 제 성향상 두 가지를 병행하게 되면 회사 일에도 제 사업에도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나중에 후회할 바에, 당장의 안정적인 월급을 포기하더라도 하나에 오롯이 올인을 하자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내추럴 와인이 좋아 직접 알리고 싶어 시작한 사업이기에 아르바이트를 쓰기보다는 제가 직접 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물론 동업자 4명 중에 사이드 프로젝트로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처음 동업을 할 때 이 점은 개인의 자유에 맡겼기에, 그 결정도 충분히 존중합니다.
작년 12월 말이면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시점인데, 코로나 상황 속에서 개업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혹시 개업 일자를 코로나가 안정된 뒤로 조금 더 미루자는 의견은 없었나요?
작년 12월 말에 오픈을 했는데, 코로나 3차 대유행이 한참이던 시기였습니다. 다시 이렇게까지 심해질지는 몰랐지만, 어차피 하려던 일이고 코로나라는 변수도 계속 예상은 했기에 최대한 좋게 생각했습니다. 2020년 7월쯤부터 내추럴 와인바로 아이템을 정하고 계속 공간을 알아봤었어요.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아 10월에 계약을 하고, 11월에 들어가기로 정했는데 그때 3차 대유행이 터진 거예요. 그래도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정부 규칙에 맞게 운영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코로나가 다 지나가고 그때 가서 시작하려면 늦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도전에 대해 걱정이나 두려움이 있지는 않으셨나요? 그것을 극복하는 비결이나 방법이 궁금합니다.
지금도 막연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하루에도 마음이 몇 번씩 오락가락하기도 해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직장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제가 하고 싶은 일로 만족할만한 돈을 벌고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장기적으로 보려고 노력합니다.100세 인생에서 향후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살아갈지 모르는데, '은퇴 후 50대 무렵 사업을 시작하느니 한 살이라도 어린 지금 고생해서 내 사업을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장기적으로 본다면, 지금 당장 돈 100만 원을 덜 번다고 제 삶에 큰 영향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더라고요.
새로 오픈한 방배 바 '브브브'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많은 장소 중에 '방배'로 정하신 이유도 궁금하네요!
방배로 정한 것은 제가 방배동에 살아서에요. (하하) 제가 방배동에 살며 주말에 낮술 하고 싶을 때 갈 곳이 없었어요. 분명 이 동네에 저와 같은 니즈를 가진 분들이 있을 텐데 '왜 안 생길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주택가에 카페도 좋지만, 화이트 와인에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방배동에서 시작했습니다.
'브브브'는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세련된 친구의 집 같은 공간입니다. 근사한 이탈리안 프렌치 음식이 아니더라도 분식과 와인을 같이 먹고, 차려입지 않아도 편한 옷으로 방문할 수 있는 내추럴 와인바예요. '브브브'의 슬로건이 'Be natural, Stay natural'인데요. 와인 하면 격식을 차려야 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런 편견 없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공간이 되고 싶어요.
Be Natural, Stay Natural! 슬로건이 참 멋지네요. 그럼 지금은 만족하시나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눈에 보이게 실현해냈다는 점에서 만족합니다. 그런데 이 또한 언젠가 제 컴포트 존(comfort zone)이 되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를 경계하며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해요. '브브브'에서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도 진행하고, 이 공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브랜드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도 기획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주말 낮에 하는 '묵독 파티'를 진행하면 어떨까요? 와인을 마시며 책을 읽고, 음악을 감상하는 이런 소소한 이벤트요. 공간과 분위기를 소비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얼른 코로나가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하하)
향후 영실님의 진로(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요?
궁극적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잘 다듬어서 기획하고 실현해내는 일을 계속해나갈 것 같아요. '브브브'는 저의 도전의 시작점이자 경유지라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브브브'를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추후에는 다른 아이템으로 2호점, 3호점을 내고 싶습니다. 이미 생각해 둔 여러 아이디어가 많아요. (하하) 계속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하게 되지 않을까요?
영실님 인생에서의 꿈, 목표가 궁금해요.
저는 어디에서나 ‘내 힘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어디에 있던 제가 가진 역량으로 일을 해내고 무언가를 기획하고 실현해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브브브'는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의 첫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현실에 지쳐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처럼 꼭 퇴사, 사업이 아니더라도 호기심이 가는 분야의 무언가를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럼 지쳐있던 현실이 객관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의욕적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우리의 삶에서 가장 젊은 날입니다. 뭔가 하려면 가장 젊은 날인,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주저하지 말고 작은 것이라도 꼭 시도해보시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