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아 새로운 길을 걷는 사람(3)
프로 N 잡러에서 스타트업 기획자까지!
이미란님(현 헬스케어 플랫폼 스타트업 기획자)
인생을 살면서 학창 시절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공부, 입시라는 목표로 획일화된 교육 속에서 나의 적성을 발견하고 찾아갈 수 있는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에도, '번듯하고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이라는 정답 아닌 정답이 주어진 사회에서 본인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이러한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란님의 삶을 보면, 도전과 경험의 연속이라는 표현이 정말 어울린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 본인의 적성과 원하는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내내 참으로 열정이 느껴졌던, 그래서 더 응원하고 싶은 미란님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우리 사회에서 뜻깊은 사람이자 영화인이 되고 싶은 이미란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서 관련학과에 진학해 언론사를 준비하다가 그만두고 사회적 기업이나 공연 프로젝트에서도 잠깐 일을 했어요. 다양한 일을 했지만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찾지 못해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캐나다에 가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영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요! 영어공부도 하고 비자도 받았는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갑자기 배우가 되고 싶다고 결심했습니다. 이 결심으로 인해 연기 학원을 다니며, 연기와 영화는 진정으로 제게 뜻깊은 일이 되었습니다.
프로 N 잡러였지만 지금은 더 많은 성찰과 성장을 위해서 스타트업에서 기획자로 일 하고 있습니다.
와~ 미란님 정말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살아오셨네요. 우선 어릴 적 꿈이 아나운서였고, 학부 시절에 많은 시간을 아나운서 준비에 쏟으셨음에도 진로를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운이 좋게 KBS 주관 아나운서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짧은 시간 동안 실무 경험도 쌓고 많은 것을 배웠지만, 동시에 제가 꿈꾸던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며 아주 빠르게 흥미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사회의 어젠다를 이끄는 역할을 원했는데 아나운서는 프로듀싱까지 하는 역할은 아니었어요. 뿐만 아니라 돌이켜보면 이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꿈꿔왔던 것이 제가 원해서보다는 부모님이 원하셨던 직업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고 온전히 마음을 쏟을 수 없더라고요. 다른 언론계의 일을 할 수도 있었지만, 더 이상 관심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미란님의 다양한 도전 중에서도 ‘연기’를 배우셨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연기에 도전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아나운서 준비를 접은 이후에 사회적 기업에서 일도 해보고 공연 프로젝트도 하고, 워홀도 준비했어요. 여러 일을 하면서도 온전히 마음을 쏟지 못하고 사람에 상처도 받고, ‘아 나는 이제 뭘 해야 하지?’ 고민하다가 제 스스로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게 되었어요. 어린 시절에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제가 좋아했던 것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습니다. 춤추고 노래하기, 그림 그리기, 글쓰기, 말하기 이런 것들이었는데 결국에는 저의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영화를 한창 많이 볼 때여서 ‘연기’를 해 봐야겠다. ‘배우’가 되어야겠다 싶었어요. 제가 영화를 통해 영감과 감동을 받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감정을 전달하며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설레더라고요! 이것저것 해보고 아쉬울 것도 없을 때고, 저는 회사 다닐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 때문에 캐나다는 다음에 언제든지 가서 살아볼 수 있으니, 지금 아니면 해볼 수 없겠다 싶었던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사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에는 걱정도 되고 주저하기 마련인데, 도전하기 전에 크게 고민은 하지 않으셨나요?
이건 저의 성향이기도 한데, 제가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할 때의 고민은 ‘내가 못 하면 어떡하지’, ‘잘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계속 좋아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할 수 있을까’입니다. 중고등학교 때 공부하면서 맹목적인 1등이 되기 위한 경쟁으로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그때 자율성 없이 억지로 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저는 어떤 것에 도전할 때 제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지와 스스로에게 계속 떳떳할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성이 생기고 확신이 들면, 도전은 어렵지 않더라고요.
그렇군요! 그래도 기존에 배우던 것과는 전혀 연관 없는 분야인데 연기는 처음에 어떻게 배우셨어요? 시행착오는 없으셨나요?
물론 있었어요 (하하) 우선 주변에 연기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방송 연기 학원에 다녔어요. 그런데 1년 반을 넘게 다녔음에도 연기와 영화에 대한 본질은 모른 채 로봇 같은 발연기만 배웠지 뭐예요? 이건 아니다 싶어, 기존에 다니던 연기학원을 그만두고 새로운 선생님께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했어요.
새로운 선생님께는 어떤 연기를 배우셨나요?
말하는 것부터 힘 빼는 것부터…… 영화라는 것은 무엇인지, 연기는 무엇인지, 그것을 담는 배우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제가 목말라하던 본질적인 부분과 실습을 병행하면서 연기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이때 배운 것들은 제가 앞으로 연기 말고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제 삶 속에서 우선되는 가치들을 얻은 시간이에요. 작은 배역부터 단편영화 출연도 시작하고 상업영화 오디션 기회도 얻을 수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제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는 시간’이었기에 지치고 괴롭기도 했지만,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경험 끝에 미란님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으셨네요! 그럼에도 계속 연기를 하지 않고 지금은 스타트업에서 일한다고 하셨는데, 맞나요?
네 맞습니다. 많은 예술인들이 그렇듯 ‘먹고사니즘’에 대한 고민이 커져서, 추후에 카페를 운영하며 연기를 병행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 당시 연기를 하면서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매장 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저는 디자인이나 기획 역량을 살려 프리랜서로도 여러 업무들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마침 제 지인 분과 작업을 진행하다가 준비하시던 스타트업에서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스타트업 제안을 받고 고민하셨을 것 같은데, 결국은 합류하시게 된 이유는요?
만약, 연기를 막 배우는 단계였거나 배우기 이전이었다면 제안을 거절했을 것 같아요. 깨달음과 실패는 빠르면 좋다고 생각하는 맥락과 비슷한데요.
연기를 잠시 중단하고 회사 업무를 시작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어요.
첫째, 직무에 대한 자신감입니다. 기존에 디자인이나 기획 등 외주 업무들을 해 왔기 때문에 실무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둘째, 사람입니다. 제안받은 스타트업 대표님이 바로 제가 학부 시절 아르바이트했던 펍의 사장님입니다. 당시에도 함께 일을 하면서 좋은 기억이 많았기 때문에, 이 사업체도 시너지가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이 사업을 통해서 우리가 풀고자 하는 문제를 해결한다면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겠다는 부분이 제 가치관과도 부합했습니다.
셋째, 이 경험이 제 미래에 분명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연기와 병행하기 위해 저만의 가게를 차리고 싶은데, 스타트업 창업 단계에 함께한다면 비즈니스 구현 과정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 제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현재 스타트업에서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있으신가요?
저는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의사인 대표님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쉽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사 분들이 고민해서 나온 제품을 직접 만들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저는 주로 서비스 기획 업무를 하지만, 전반적인 기획 업무와 더불어서 디자인도 하고, 마케팅도 하고, 영상도 찍고 편집하고, 글도 쓰고 여러 가지를 하고 있습니다. 바쁘기도 하지만,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사실 스타트업 서비스 기획자와 연기라.. 전혀 연관이 없는 분야처럼 느껴지는데요.
저는 비즈니스와 예술활동의 큰 맥락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둘 다 본인만의 철학이 있어야 구현할 수 있는 아주 본질적인 부분의 업인 것 같아요. 다만 경영자는 본인의 철학을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고, 예술가는 작품으로 드러내는 것이지 않을까요?
연기를 하며 예술의 본질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되고, 또 자신의 내면 탐구도 하게 되니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연기와 영화를 공부했을 때 봤던 책들과 경영과 철학 인사이트가 담긴 책들의 맥락이 엄청나게 많이 닮아 있어요.
예를 들어 사람들이 어떤 제품을 사는 것과, 어떤 영화나 책을 보는 것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돈’이라는 물질적 가치를 주고 나의 편익을 취하는 행위잖아요. 상품의 편익을 누리는 것, 영화나 책에서 주는 스토리를 누리는 것. 그래서 결국은 상품이든 작품이든 소구점을 잘 찾아서 사람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것 같아요.
향후 진로(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요?
당장에는 회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되, 다시 연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요. 일하는 것도 즐겁지만, 아무래도 비즈니스라는 것은 제게 최종 결정권이 없다면 언젠가는 억지로 무언가를 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돼요.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내 마지막 직업은 영화인이다.’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풀고 싶은 이야기들도 있고요. 시간과 체력만 허락해 준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공익을 추구할 수 있는 일에는 항상 관심이 있어서, 공익과 영화가 함께하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미란님의 인생에서의 꿈, 목표가 궁금해요.
저는 제가 주도적으로 하는 활동을 통해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어요.
제 개인적으로, 사람은 본인 스스로만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 방법은 사업이 될 수도 있고, 예술 활동이 될 수도 있고요. 남을 위하는 마음 역시 먼저 나 자신을 알고, 사랑할 수 있게 되어야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존중받고 존중하고, 상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미란님처럼 아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데, 여러 현실의 이유로 막막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나 자신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백 번 강조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은 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에요. 스스로에 대해서도 공부하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이건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고, 쉽게 되는 것도 아니에요.
저 같은 경우는 책과 영화를 통해서 생각할 거리들을 얻고, 일기를 통해서 정리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책도 눈으로 줄거리만 파악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곱씹으며 읽고, 또 읽고, 팟캐스트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영화도 여러 번 감정 이입해서 보았어요. 이처럼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에 간접 경험을 많이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강점 혁명이나 MBTI, 애니어그램 등 나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이런 것들도 맹목적으로 보고 믿어버리는 게 아니라, 장점이라 생각되는 부분은 더 발전시키고, 안 좋게 느껴지는 부분은 인지하고 있다가 나 스스로 그런 부분이 나오면 심호흡 한 번 더 해보고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도전을 할 때 막막하다는 건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자아 탐구의 시간을 강추하고, 스스로 하는 것이 어렵다면 심리센터나 여러 워크숍을 통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가 되겠어?’가 아닌 ‘나 그거 했었고, 할 수 있어!’를 많이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했었어!’의 성취를 많이 만들어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직 하고 싶은 게 있으신 거죠? 도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