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족

용의 각시가 되다

by 바쁜 거북이


나는 조금 밝게 생활하려 노력했다.


본능적으로 우울한 내 얼굴은 내 신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직장생활 2년 차에 느낀 것이다.


같은 직급의 직원들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운이 안 좋았는지 곧 모임이 사라져 버렸다.


당시에 이런 모임이 직장 내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는 원인이 된다는 이유로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동기모임이 사라지고 상사들을 따라다니거나 그들의 술자리에 참석했지만 어쩐지 허전했다. 생기발랄해야 할 25살의 나는 점점 생기를 잃어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재미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시작되는 어느 날! 나는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잘 지내요? 펭귄입니다"


그가 문자를 한 것이다. 나는 반가움보다는 궁금했다. 왜 갑자기 연락을 한 것일까?


다음 문자로 그 의문은 해소되었다.


“어젯밤에 문자 하셨더라고요.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요?”


무심한 듯 따뜻한 말투는 여전했다.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러다 창피했다.


‘내가 먼저 문자를 했구나!’


서둘러 문자함을 보았다. 내가 보낸 문자함에는 “춥네요"라고 되어있었다.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답장을 못하는 사이 다시 문자가 울렸다.


“이번 주말에 놀러 갈까 하는데 만날까요?”


그 주말에 나는 그와 만났다. 그는 회사를 이직하느라 바빴단다. 정신없는 일상 중에 내 문자를 보고 반가웠다고 했다.


나는 오랜만에 얼굴이 발그레 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는 평택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그렇게 장거리 데이트를 20번쯤 한 후에 우리는 일생에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결혼을 결심하게 된 데는 친구의 말도 한몫했다. 이런저런 대화 중에 내가 예전의 이상한 꿈 얘기를 했더니 친구가 그 용이 펭귄맨 아니냐고 한 것이다. 이후 펭귄맨을 만나서 꿈얘기를 했더니 그가 재미있는 얘기를 했다.


나와 연락을 시작하기 전 두 명의 여자를 소개받았었고, 몇 번 만나다가 흐지부지 되었다고 했다. 점점 그가 꿈속의 용으로 느껴졌고 난 펭귄옷을 입은 용에게 스스로 잡혀갔다.


지금 와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꿈과 남편의 연관성은 좀 억지스럽다. 남편이 용이라고?


용은 예로부터 물과 풍요 복을 상징한다던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내 결혼식에 부모님은 참석하지 못했다. 두 분은 오랜 갈등 끝에 이혼했고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핑계는 서로 상대방이 참석하게 배려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중재할 생각도 없었고 ‘아무렴 어때!’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결혼식을 치렀다


사실 마음속에서는 모두의 축복을 받고 싶었지만 나는 애써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나중에 따로 나를 찾아왔지만 결혼식 축하를 못 받은 서운함은 내내 마음에 남았고, 그런 상황은 시댁어른들의 눈에도 좋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달았다.


다행히 내 직장동료들은 생각보다 많이 참석해 주었고 그들을 보며 나는 결혼식 이후 휴가에 대한 미안함이 앞섰다.


결혼은 5일의 특별휴가를 보장했는데 당시 누군가의 결혼식은 다음에 이어질 휴가로 인해 대리근무 직원에 대해 미안함을 느껴야 했다.


지금이라면 신혼여행지를 당연히 해외의 멋진 곳으로 정했겠지만 여행경험이 별로 없던 우리에게는 “제주도"가 당연처럼 선택되었다.


그렇게 난 ‘아줌마'가 되었고 결혼하고 4개월 후 선물처럼 승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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