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뚝이샘 Apr 24. 2020

아이 가르치는 게 힘든 요즘, 공부환경은 바로 이것

기쁨이 4-5살 무렵, 나는 한창 육아의 어두운 터널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요한이가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라, 갓난쟁이 아기 건사하는 것도 힘들었고, 한창 떼가 는 기쁨이와의 상호작용도 힘들었다. 기쁨이는 졸려서 눈을 비비면서도 자려고 하지 않고, 안자겠다고 떼를 부렸다. 매일 조금만 더 놀다가 자겠다는 아이와의 밀당이 수차례 반복됐다. 밤마다 자자고만 하면 훌쩍였고 불을 끄면 울음을 터뜨렸다. 그저 안울고 기분 좋게 잠드는 것만 해도 원이 없겠다는 마음이었다.

우는 아이 붙들고 억지로 양치를 하고, 씻기고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불을 끄면 잘 준비를 마치는 데 얼마나 힘이든지, 어떤 날은 눕자 마자 내가 먼저 잠든 적도 있다.


아무리 졸려도 스스로 자려고 하지 않는게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놀고 싶은 관성은 졸음도 못막는 것 같다.

크면 다 스스로 자지만, 그 전까지는 자는 것에도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혼자서 알아서 잠자게 되지는 않는다는 건 어떤 아이건 예외가 없다. 토닥이는 손길, 자장가 불러주는 소리, 책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로 자기 싫어하는 아이, 잠의 세계로 이끌어주어야 한다. 잠을 자는 건 아이지만,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부모의 몫이다. 아이의 수면 습관은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수면 환경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위해서, 일찍 잘 수 있는 수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환경을 만들어주는 부모의 역할은 재우는 것만이 아니라 공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공부는 아이가 할 몫이지만, 공부할 환경을 만드는 건 부모의 역할이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아이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공부 습관은 부모가 조성하는 환경의 영향이 크다. 놀고만 싶은 게 아이들 관성이기 때문이다.  자기 싫어서 떼쓰는 아이, 토닥여서 잠의 세계로 이끌어주듯, 공부 하기 싫고 놀고만 싶은 아이, 다독여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럼 공부할 환경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1. 시작할 환경 (물리적 환경)






흔히 공부할 환경이라고 하면, 물리적 여건을 떠올린다. 공부할 수 있는 책상, 의자를 사고, 책장에 아이가 좋아할만한 책으로 책우는 것 말이다. 물론 책을 아이 주변 가까이에 만들어주는 물리적 환경 조성은 필요하다. 언제든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책상이 있고, 손에 잡히는 곳에 책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 물리적 환경은 가정의 경제적 상황에 영항을 받는다. 아이 방을 따로 만들어주고, 거기에 책상과 책장을 넣어주고, 책을 채워주는 데에는 돈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리적 환경이 완벽하게 갖추어졌다고 해도, 아이는 스스로 책상에 앉지 않고, 알아서 책을 꺼내보지 않는다. 물리적 환경은 공부 환경의 전부가 아닌 일부분이며 엄밀하게 말해 공부할 환경이라기보다 공부를 "시작"할 환경에 가깝다. 책상이 있다면 책을 펴고 숙제를 꺼내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기는 쉬운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공부 습관에는 적용되지는 않는다. 공부에 있어 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공부습관은 처음 시작한 하루가 아닌, 반복하는 매일을 켜켜히 쌓여 만들어지는 열매다. 그럼 어떻게 지속하고 반복할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2. 지속할 환경 (사람 환경)






매일 학습지가 온다고 해도, 그걸 매일 스스로 알아서 해내는 아이는 없다. 반복하며 지속적으로 해내는 건 아이가 혼자서 할 수 없다. 과제가 있음을 알려주고, 과제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결과를 점검해주는 일을 해주는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루가 아니라 꾸준히 지속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사람 환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이를 꼬시고 달래서 책상에 앉히는 일부터, 적절한 난이도의 과제를 선별하여 제시하는 일, 그걸 지속하고 반복하는 모든 일이 누군가가 해주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매일 반복하고 지속할 수 있다. 공부 습관은 거창한 하루가 아닌, 반복하는 매일과 지속하는 긴 훈련을 통해 이루어진다. 엄마표 학습으로 한다면 반드시 엄마에게 쉬워야 한다.


오늘 내가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인가? 앞으로도 계속 해줄 수 있는 일인가? 이 두 물음에 둘다 YES가 나오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1번은 yes, 2번만 no라면 너무 욕심내지 말고 공부 시간과 양을 줄여보는 게 좋고, 1,2번 둘다 no라면 엄마가 해줄 수 없는 여건에 있는 것이므로, 공부방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물리적 환경이 돈으로 만들어진다면, 지속할 환경은 엄마의 시간과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지속할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아이에게 적합한 과제인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엄마에게 적절하고 지속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다.  계속 해줄 수 없다면 이벤트성이 되고 만다면 말리고 싶다. 엄마가 적임자고 엄마표 학습을 한다면 좋겠지만 엄마만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엄마표 학습만이 최선도 아니다. 각각의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3. 지지 환경 (정서적 환경)






물리적 환경보다 중요한 건 정서적 환경이다. 책장에 빼곡하게 책을 채워주고, 공부할 책상을 사줘도 아이가 앉으려 하지 않고 읽으려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억지로 끌어다 앉히고, 억지로 책을 읽으라고 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극이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연결될 때 그 행동이 강화된다. 공부하면 칭찬을 받은 아이는 공부가 좋아지고, 야단을 맞는 아이는 공부가 싫어지는 단순한 원리다. 성공적인 공부 습관 정착을 위해서는 정서적 지지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부라는 게 잘되는 날도 있지만, 안되는 날도 있고, 배움이 즐거운 날도 있겠으나 피곤할 때도 있으며, 원하는 바를 달성할 때도 있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는 날도 있기 때문이다. 풀이 죽고, 하기 싫어지는 그 때마다 아이를 일으켜 세워줄 정서적 지지자가 있어야 그 어려움을 이기고 한걸음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정서적 환경의 기본은 좋은 말, 긍정적인 피드백, 한마디로 하면 칭찬이다. 공부와 칭찬을 연결시키는 게 가장 좋은데, 문제는 그 칭찬을 하기가 쉽지가 않다는 사실이다. 차분히 앉아 차근히 해보면 좋으련만, 아이는 대충하고 말고 그러다보니 과정 가운데도 실수가 많다. 뻔히 아는 것, 가르쳐준 것을 자꾸만 틀리니 교정과 지적이 칭찬보다 먼저 나온다.


나 역시 내 자식 가르치며, 잘한다는 말이 도저히 나오지 않았던 날이 많다. 지적하고 다그치고 싶은 걸 삼키느라 체할 지경이지만, 칭찬의 말은 억지같아 입이 간지러워졌다. 기쁨이는 여자아이 치고 덤벙거림이 심했고, 초등교사로서 잘하는 아이를 수도 없이 봐왔던 나로서는 기쁨이를 향한 기대감을 감추는 것도 실망감을 내색하지 않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  아이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덤벙거리는 아이가 금새 차분해지지는 않는다. 아이를 바꾸려는 시도는 아이를 향한 비난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아이를 고치려고 하면, 정서적 지지자가 될 수 없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꼭 잘해야 칭찬할 수 있는 건 아님을 깨달았다. 칭찬은 말이 아닌 행동에도 녹아 있으며 질보다는 양이 먼저다. 칭찬에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말도 물론 맞다. 하지만, 칭찬의 질은 칭찬의 절대적인 양이 넘치게 채워졌을 때다. 아이의 사소한 성취에 엄지척을 해주는 엄마의 행동, 작은 성공에 하이파이브로 손뼉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긍정적 피드백이 된다.  말로 칭찬할 거리가 없다면 긍정적인 신호로 라도 긍정적 자극을 채워 주어야 한다. 기브앤 테이크다. 공부에 대한 긍정적 정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공부했을 때, 좋은 반응이 오고, 그게 반복이 되면, 아, 공부란 하면 좋은 거구나 라는 연결이 되면서 공부란 해볼만하다 여기는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공부를 시작하고 지속하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경제적 서포트라면, 공부를 하며 맞딱뜨리는 수 많은 좌절을 극복하게 하는 것은 정서적 서포트다. 경제적 서포터가 있다 하더라도 정서적 서포터가 없다면, 아이는 공부 습관을 만들어가는 긴 여정을 버텨낼 재간이 없다.


물리적 환경이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좌우되고, 지속할 환경이 경제적 여건에 따라 대체가 된다면, 정서적 환경은 돈으로는 안된다. 아이의 성적은 조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경제력만으로 다 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엄마만이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공부환경은 정서적 지지자가 되주는 것이다.


좋은 책상도 전집도 공부 계획표도 정서적 지지가 없다면 모래성처럼 연약하다.

책상도 책도 계획표도 점검표도 아닌 곁에서 지지해주는 한 사람의 따뜻한 온기와 격려가 아이에게 절실하다.



https://blog.naver.com/jiiyoung82/221926290596


https://youtu.be/Arumt8tja-U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