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점심 때 곱창 시켜 줘."
"그거 어제 저녁에 먹었잖아. 맨날 시켜 먹니? 점심때는 곱창집 열지도 않아. 그냥 밥먹어."
"아 싫어.. 맨날 집밥이야."
"그럼 넌 왜 맨날 배달음식 타령인데, 자꾸 시켜먹는 거 안좋아. 김치볶음밥 해줄게. 너 좋아하잖아."
"아 싫어. 지겨워. 왜 매번 똑같애."
"그러는 넌 왜 똑같은 곱창을 어제 먹고 오늘 사달라는 건데? 집밥이 다 똑같지 뭐."
"다른 집은 안 그래! 엄마는 맨날 김치볶음밥, 알밥, 떡볶기, 찌개, 카레 이런거잖아. 지겨워. 지겹다구!!!"
"웃기네 정말. 네가 고기는 느끼해서 싫다, 양념고기는 달아서 싫다고 안먹잖아. 그러니까 뭐 먹을 게 있니? 차려주는 밥 먹는 게 뭐가 어렵다고 투정이야? 먹기 싫음 먹지 마!"
워킹맘에서 휴직맘으로 신분이 바뀌었지만, 요리는 여전히 서툴다.
기쁨이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한달 이상을 거의 똑같은 메뉴를 로테이션으로 돌렸다.
하지만 나도 할 말이 많은 게, 두 녀석이 입이 심하게 짧아서
기쁨이는 느끼하면 입도 안대고, 요한이는 조금만 딱딱하면 다 뱉어내는 지라
그 입맛과 요구를 충족할 메뉴가 많지 않다.
아무거나 해주는대로 다 잘 먹는 건 남편 하나인데,
코로나 이후 헬스장을 못가고 살이 심하게 찌다보니, 아무거나 해줄 수가 없다.
남편을 위해 저지방 저칼로리 생각을 해야 하고
아이들의 입맛에도 맞춰야 한다.
손끝 야무진 베테랑 주부라면 일도 없겠지만, 솜씨 없는 나로서는 매일 끼니 챙기고 치우는 일만으로도 그간 매우 힘들었다.
그래도, 그런 피로와 수고는 다 괜찮다.
내가 화난 건, 힘들어서도 아니고 아이가 음식 투정을 부려서도 아니다.
엄마가 왜 화가 났는지, 뭐때문인지 알려는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아이를 불러 앉혀 차근히 말을 했다.
"기쁨아, 엄마가 엄청, 많이 화가 났어. 너 왜 엄마가 화가 난지 아니?"
"내가 안 먹는다고 해서."
"아니야. 니가 안 먹고, 조금 먹고, 남기고, 깨작이는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건 아주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야. 엄마가 화가 난건, 네 비교 때문이야. 다른 집을 안 그런다, 엄마는 맨날 똑같은 것만 해준다는 것에 속이 뒤집힌 거야.
엄마는 너랑 다른 애 비교 안해. 엄마한테 너랑 비교할만한 애들이 없을까? 아니. 초등학교 교사하면서 말 잘듣는 애, 공부 잘하는 애 수도 없이 많이 봤어. 근데 엄마는 너랑 다른 애들을 비교 안하려고 참 애를 썼거든."
"어 맞아. 엄마는 그런 말 안해. 비교한 적 없어. "
"기쁨아, 비교는 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음식만이 아니라 다른 걸 가지고도 비교는 하지 마. "
"미안해... 엄마."
"그래. 네가 자주 그런 것도 아니고, 처음이니까 마음 풀게. 그래도 메뉴는 똑같애. 그냥 똑같은 거에서 골라. 엄마도 힘들어."
연산 1장이 뭐가 어렵다고,
글쓰기 독서가 뭐가 힘들다고,
징징대고 미루는 걸 볼 때
다른 애들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다른 집은 이보다 훨씬 많이 한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적도 있다.
초등학교 교사로 여러 아이들 지켜보며, 내 아이를 비교하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란 참 어려웠다.
생각으로는 했을 지언정 비교하는 말을 하지 않은 건 잘한 일이다.
엄마가 비교를 한 적 없다는 기쁨이의 말은,
화난 마음도 풀어주기도 했지만
10년간 해 온 내 노력을 아이가 알아준 것 같아 가슴이 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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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샘은 현직 초등교사이자, 초등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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