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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뚝이샘 Oct 08. 2020

착하게 살라고 가르치고 있다면

거절을 못하고 호구 된다 느낀다면, 싫을 때는 싫다고 말하자

착하다는 말은 참 불분명하고 광범위하다.

심성이 곱다는 의미일 때도 있고성격이 원만한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잘 맞춰주고 부탁을 잘 들어주는 걸 착하다고 하기도 하고거절이나 싫은 소리를 못하는 것으로 착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착하다는 말은 자아정체성보다는 자아이미지에 가깝다.

내가 나를 착하다고 여기기보다남들이 나를 착하다고 보아주는 것이다.

착하다는 의미가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보니 착한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한이 없다.

특히나 남을 의식하는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착한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더욱 두드러진다.

착하다라는 말의 명확한 울타리를 세워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음씨가 곱고남을 잘 도와주는 아이라면 착한 아이가 분명하다.

그런데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넘어가는 것뭐든 맞춰주는 것싫은 소리 못하는 것거절 못하는 것 모두 착한 것과는 다르다.

생각을 밝힐 기술과 방법을 모르고 용기가 없음이 착함이 된다면아이들에게 착하게 살라고 가르쳐서도 안 된다.

싫은 감정도 전할 줄 알아야 하고거절도 할 줄 알아야 한다자신의 의사를 드러내지 못하는 것자기 속내를 안 보이는 것을 착하다고 할 수는 없다.

착하다는 말이 모호하다 보니 좋고 싫음의 의사 표현이 분명한 것이 안 착하고모난 성격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만약 상대방이 싫다고 하는데도 자기 좋을 대로만 한다면혹은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건 모난 것이다.

그러나 호불호가 강한 것이나 남들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표현을 분명히 하는 것이지 안 착한 것과는 다르다.

남을 의식하는 것평판에 민감한 것주변 사람의 시선에 신경 쓰는 것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나지치고 피로한 일이다.

자율성을 발휘할 에너지가 줄어든다.

따라서 아이의 자율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착하다는 말의 모호함과 광범위함을 줄여주어야 한다.

또한 과도한 남 의식은 내 삶의 주도권을 남에게 내 주는 것이 된다.

내 시각으로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남의 눈에 비춰진 눈동자를 통해 나를 본다면온전한 나를 바라볼 수 없다.

남 의식 따위는 하지 말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라는 것이 아니다.

자아 정체성과 자아 이미지 사이의 균형남에게 보여 지는 모습과 내가 나에게 어떤 사람이냐의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지보다는 정체성에 더 가치를 두는 게 좋다아이들의 자율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본인의 자아를 깨닫게 가르쳐야 한다.

거절을 못하고 부탁만 들어주다 호구 된다 느낀다면싫을 때는 싫다고 말해도 됨을 알려주자.

자율은 남에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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