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하기 싫어. 거기 맛없어. 집에서 먹을래.”
아들 녀석은 외식하자고 하면 늘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요리를 잘해서가 아니다.
외식 하러 가기로 한 식당은 처음 가보는 곳이고, 그래서 아이는 맛이 없는지 알지도 못한다.
아들은 새로운 건 우선 거부하고 본다.
새로운 음식은 먹음직스럽게 예쁘게 담아서, 알맞게 식혀줘도 "싫어" 라는 반응.
겨우 꼬시고 달래어 입에 맛보면
조금만 딱딱해도 조금만 물렁해도 곧장 뱉어내는 일이 일상 다반사.
어디 음식 뿐일까. 옷은 부드러운 순면 외에는 못 입는다.
양말은 발목아래로 내려오는 것만 겨우 신는데, 그조차 신고 있기 힘들어 한다.
바지는 통넓은 고무줄 바지여야 하고 청바지나 붙는 옷은 상상도 못함.
낯선 것이 불편하고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불안이 높고 예민한 아이.
나는 예민한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고,
동시에 예민한 사람이다.
애쓰며 불안을 어찌어찌 버티고 살아온 나에게
나와 꼭 닮은 둘째는 버거웠고 그래서 시행착오가 많았다.
"싫다는 말이 입에 붙었어. 먹어보기나 했어? 왜 무조건 싫다고 해?"
"엄마는 왜 맨날 엄마 마음대로만 해?"
"언제 내 마음대로만 해? 엄마 위해 밥 먹어? 먹기 싫으면 먹지 마."
아이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똑같이 부정적인 반응으로 돌려줬다.
나에게 아이의 예민함과 불안함을 품어줄 여유가 없었다.
싫다고 말했지만
본심은 불편하다는 것이고
불안하니 도와달라는 뜻임을 알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집에서 먹고 싶어?" (인정의 말)
"처음 가보는 곳이라 낯서니까 싫을 수 있지." (인정의 말)
"엄마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골고루 먹이고 싶어서 가자고 하는 거야." (긍정적인 말)
"가보고 정 싫으면 안 먹어도 괜찮아. 엄마가 집에 와서 너 먹고 싶은 거 해줄게." (긍정적인 말)
새로 가본 곳은 간장게장과 돌솥밥을 하는 한정식 집이었는데,
아이는 내내 맛있다고,
계속 엄지척을 하며 싱글벙글,
다음에 또 오자고 한다.
새로운 식당 가는 게 뭐라고, 그조차 설득과 설명으로 안심시켜주는 게 필요한 아이.
일상의 당연한 일에 설득하고 설명하며 안심시키는 대화의 과정은 어렵고 피곤하지만,
이렇게 맛있게 먹고, 또 오자는 둘째의 말 한마디에 힘을 얻는다.
인정과 긍정의 말로 아이와 함께 내 마음도 자랐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