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운 아이가 어른다운 어른이 된다.
누가봐도 예의바른 단정한 아이
부모의 말에 고개 숙이며 묵묵히 듣고 있는 아이
한번 안된다고 하면 더이상 보채거나 투정부리지 않는 아이,
부모로서 키우기 수월하고 편할 수 있지만
어쩌면 가여운 아이일 수도 있다.
아이다운 시기를 누리지 못한 채
일찍 철들어 버린 애어른일수도.
마음대로 하기 보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것.
어리광을 부려도 받아줄 어른이 없다는 걸 일찍 깨달아서
떼도 투정도 부리지 않는 것.
마음이 자라서 말과 행동이 어른스러운 것이라면 괜찮다.
그러나 대개는 그저
'착하면 다른 사람이 좋아하니까'
'칭찬 받으니까'
'안 혼나니까'
타인지향적인 것을 학습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솔직하지 못한 채 자신을 감추는 건 슬픈 일이다.
나이답게 자라는 건 매우 중요하다.
건강하고 균형잡힌 성인으로 자라는 밑바탕이 된다.
아이답게 말하고 행동하는 걸 장려하고 있는가?
아이다움을 인정해주고 있는가?
아이의 행동과 태도가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또래에 비해 현저히 미성숙하다면
가르치고 바로잡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어른스러움을 강요한다면
그건 아이를 위함이 아니라 부모를 위함이다.
"어디서 거짓말이야? 엄마가 속을 거 같아? 정직해야 한다고, 거짓말 하지 말라고 했어, 안했어?"
"왜 이렇게 이기적이니? 형이 돼서 동생한테 양보도 못해?
"도대체 네라고 하는 법이 없어. 엄마가 괜히 안된다고 해? 어른이 말하면 듣는게 있어야지."
말 좀 잘 듣고,
제 할일 알아서 척척 하고,
의젓하게 양보하고 배려하면 좋겠지만
그러나 엄밀히 부모에게 좋은 것이지 아이에게 좋은 건 아니다.
아이에게는 말을 안들어도, 조금 부족해도, 투정을 부려도
안아주고 품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야 아이다울 수 있다.
"거짓말 하는 거 엄마는 괜찮아. 엄마는 속아줄 수 있는데, 네가 불편하잖아. 들통날까봐 조마조마하고. 너를 위해서 거짓말하는 거 좀 줄여봐."
"양보하는 게 쉽지 않아. 어려운 일이야. 동생한테 양보해줘서 고마워."
"안된다고 하니까 서운한 거 알겠어. 아쉬울 거야. 그래도 엄마가 이유를 설명 했잖아. 자꾸 이렇게 툴툴거리면 엄마도 힘들어."
아이는 충분한 이해와 공감, 수용과 용서를 경험하며
아이답게 자라날 권리가 있다.
어른다운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란다면, 아이 나이 때의 아이다움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성장과 성숙은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과정이 있고 단계를 거친다.
어른스럽다는 건 칭찬할 일이기 전에, 아이의 시기를 건너 뛴 결핍된 애어른으로 키우는 건 아닐지 돌아볼 일이다.
아이의 시기를 거쳐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