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뚝이샘 Sep 13. 2024

명절에는 시댁가는 게 싫었는데..

15년차 며느리가 되니 보이는 것

엊그제 시어머니가 오셨다.

원래 명절이면 시댁으로 갔는데,

2년 전 아버님이 소천하시고부터 어머님이 우리집으로 오신다.

갈비를 사오셨길래 찜을 해드렸는데, 하나도 안 드시는 거다.

어머님이 원래 고기를 안 좋아하셨긴 했는데

이번에 오셔서는 아예 고기는 못드시는.

없는 솜씨에 이것 저것 야채 레시피 찾아 아침을 했는데,

새송이 버섯이랑 가지랑

넘 맛있다 하시며 다 드셨다.

근데, 그걸 보는데 제가 너무 기뻤다.

애들이 잘 먹으면 기쁘고 좋듯

그런 마음.


내가 나이를 먹은 걸까?

아니면 어머님이 늙으신 걸까?

둘 다 인걸까.

아이들 어릴 떄에는

명절에 시댁 가는 게 그렇게 싫고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달라진다.

명절을 향한 마음도

시부모님을 향한 마음도.

아버님이

어머님이랑 같이

우리 집에 오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돌아가신 시아버지가 나를 참 예뻐하셨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아버님이 사랑이 많으셔서 그랬다.

그냥 사랑해주셨고

나는 받기만 했다.

드릴 기회가, 갚을 기회가

이제는 없다.

그래서 더욱, 사무치게 그립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  

그건 진실이다.


가족과 함께할 시간

아이를 키우는 시간 모두

그리워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할 첫번째는

다시 오지 않을 오늘, 지금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