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며느리가 되니 보이는 것
엊그제 시어머니가 오셨다.
원래 명절이면 시댁으로 갔는데,
2년 전 아버님이 소천하시고부터 어머님이 우리집으로 오신다.
갈비를 사오셨길래 찜을 해드렸는데, 하나도 안 드시는 거다.
어머님이 원래 고기를 안 좋아하셨긴 했는데
이번에 오셔서는 아예 고기는 못드시는.
없는 솜씨에 이것 저것 야채 레시피 찾아 아침을 했는데,
새송이 버섯이랑 가지랑
넘 맛있다 하시며 다 드셨다.
근데, 그걸 보는데 제가 너무 기뻤다.
애들이 잘 먹으면 기쁘고 좋듯
그런 마음.
내가 나이를 먹은 걸까?
아니면 어머님이 늙으신 걸까?
둘 다 인걸까.
아이들 어릴 떄에는
명절에 시댁 가는 게 그렇게 싫고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달라진다.
명절을 향한 마음도
시부모님을 향한 마음도.
아버님이
어머님이랑 같이
우리 집에 오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돌아가신 시아버지가 나를 참 예뻐하셨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아버님이 사랑이 많으셔서 그랬다.
그냥 사랑해주셨고
나는 받기만 했다.
드릴 기회가, 갚을 기회가
이제는 없다.
그래서 더욱, 사무치게 그립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
그건 진실이다.
가족과 함께할 시간
아이를 키우는 시간 모두
그리워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할 첫번째는
다시 오지 않을 오늘, 지금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