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서면 "나댄다" 할까 봐, 가만히 있으면 "왜 아무 말도 안 해?" 할까 봐.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남들의 시선 사이에서 갈팡질팡해본 적 있니?
스피커에는 볼륨 다이얼이 있어. 0이면 소리가 안 나. 존재하지만 들리지 않지. 최대로 올리면? 시끄러워서 사람들이 귀를 막아버려.
중요한 건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내 목소리가 가장 또렷하게 들리는 적정 볼륨을 찾는 거야.
관계도 그래. 볼륨을0으로 두면 갈등은 없어. 대신 나도 없어져. 최대로 올리면 나는 있는데, 옆 사람이 떠날 수 있어.
어릴 땐 우리 모두 최대 볼륨이었지. 마트 바닥에 드러누워 울고, 싫으면 온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 지르고. 그러다 학교에 가면 "내가 이렇게 할 때 친구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를 생각하게 돼.
그건 나쁜 게 아냐.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회적 성장이니까.
문제는 그 능력이 너무 잘 작동해서 볼륨을 계속 줄이게 될 때야. 메뉴도 친구 따라 고르고, 단톡방에서 싫은데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고, 하고 싶은 말을 삼키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진짜 나는 어디 있지?'
튀지 않는 게 안전하다고 믿고, 볼륨을 0에 두는 거지. 친구들이 좋다는 건 나도 좋다고 하고 가자는 곳엔 따라가는 식. 계속 이렇게 하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시간들이 전부'남들이 좋다는 것'으로 채워지고 말아.
내 볼륨을 너무 오래 꺼두면 내 목소리가 뭔지도 잊고 만다는 거지.
관계를 지키려고 나를 지우면, 작은 편안함을 얻고 큰 나를 잃게 돼.
그래서 우리에겐'내 볼륨 찾기' 연습이 필요해.
한 번에 크게 올릴 필요 없어. 0에서 딱1만큼만 올려봐.
"나는 이게 더 좋은데, 너는 어때?"
이 한마디가 시작이야.
의견이 다르다고 사이가 나빠지는 건 아니야. 볼륨이 서로 달라도 같은 방에서 충분히 함께 들을 수 있거든.
만약 네가 볼륨을 아주 조금 올렸을 뿐인데 떠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관계는 네가0일 때만 유지되던 거야.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오늘 딱 한마디만 꺼내봐. 목소리가 조금 떨려도 괜찮아. 네 볼륨은, 네가 직접 찾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