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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 Mar 17. 2022

당신에겐 '休'남동 서점이 있습니까?

책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장까지 다 읽고 책을 덮자마자 나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제발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라 말해줘.”


의미를 잃은 현재로부터 도망이었는지, 

오래된 꿈을 이제서 실현시킬 용기였는지 영주는 

휴남동에 작은 서점을 열었다. 그리고 그 서점엔,

취업이란 단춧구멍만 바라보며 달리던 

민준의 ‘새로운 선택’이. 

자신의 이름을 잊고 살아가던 민철 엄마의 

전희주란 ‘진짜 이름’이.

자신이 취한 것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지불 할 줄 아는 정서만의 ‘배려’가.

한때 좋아하는 것이 자신을 괴롭힐 때 

그것은 이미 의미를 잃었다는 것을 인정 하는 

지미의 ‘용기’가.

신랄한 글 속에 감추어진 따뜻한 목소리를 내는 

승우의 ‘사랑’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처럼 천천히 행복을 쫓고 싶은 가 있었다.


서툰 사람들(어쩌면 그 누구보다 서툰 ‘나’)의 삶이 다른 의미들로 채워지는 것을 바라보며

영주는 하루 세끼 밥을 잘 챙겨 먹는 사람처럼 자신의 마음이 튼튼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마음이 튼튼해지는 것을 난 언제 느껴봤지?’란 생각에 서러움이 울컥 올라오며, 

고작 이 한문장이 너무나도 따뜻해 한동안 다음 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이 책은 '고작' 이런 문장이 모인 책이었다.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바빠 고작이라 생각하며 흘려온 것들만을 왕창 모아 정성스럽게 꾹꾹 눌러 담은.


책을 읽는 동안 바쁘게 살아온 덕(?)에 내 마음이 주인공들의 말을, 행동을,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까 두려워 한 글자 한 문장 꼭꼭 씹어가며 부단히 이해하려 노력했다.


“나는 이제 행복이 아닌 행복감을 추구하며 살아야지 하고 생각을 바꾼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행복하신가요?”

“예전보단요.”


어쩌면 영주는 단지 밥이 먹고 싶어서, 잠을 자고 싶어서, 별 거 아닌 일에 깔깔 웃고 싶어서, 

친구가 보고 싶을 때 친구에게 달려가고 싶어서, 계절이 바뀌어가는 것을 바라보고 싶어서, 

비오는 날 내리는 비를 보고 싶어서...

그래서 휴남동 서점을 선택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 난 영주처럼 행복과 행복감을 구분할순 없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 꽤 행복했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꾸길 잘했다는 승우의 응원처럼 적어도 오늘의 나의 행복감을 응원해본다.


2018년 이 서점이 탄생하였고 (어쩌면 나의 휴남동 서점은 1991년 어느 겨울에 생겨났겠지..?)

2022년 이 서점을 방문하였지만 (어쩌면 나도 모르게 종종 방문했었을 수도 있다.)

영주처럼 하루아침에 길을 잃은 사람처럼 주저앉아 울지도 모른다.

민준처럼 처음부터 단춧구멍이 없는 옷에 단추를 달고 있었단 사실에 방황할지도 모른다.

다시금 내 속도에 맞춰 살아가다보면 서점의 존재를 새카맣게 잊은 채 

내 길을 밝혀줄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둡기만 한 낯선 망망대해에 홀로 서있다 느낄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사실 자신은 없지만 그때 영주가 말한 행복감을 떠올릴 지혜가 있길 바란다.

민준이 깨달은 난 포기를 한 것이 아니라 선택을 한것뿐이란 용기를 가질 수 있길 바란다.

언니들처럼 좋은 사람들 계속 만나면서, 이 거지같은 세상을 이겨내보려고요.라 말하는 정서처럼

그때의 좋은 사람들이, 좋은 드라마.영화가, 좋은 책이 내 곁에 있길 바라본다.


지금 이곳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위로가 필요 할 때, 친구와 싸웠을 때, 
맛있는 걸 같이 나눠먹고 싶을 때, 행복해지고 싶을 때에도 
문을 열고 나가 작은 골목길 모퉁이를 돌면 작은 불빛을 내고 있는 휴남동 서점이
당신의 마음에 그리고 부디 내 마음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길.
그로인해 어제보다 오늘이 더 튼튼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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