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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 Mar 18. 2022

꿈 많던 열네살 소녀는  어떤 서른둘을 살고 싶었을까?

책 [라이프 리스트]

책을 덮자마자 혹시 나에게도 라이프리스트가

있지 않을까란 설렘에 온갖 노트를 뒤적여봤지만

그 어디서도 열네살 소녀의 라이프리스트를 찾진 못했다.

매년 새해다짐을, 하고 싶은 취미가 생길때마다 버킷리스트를 써대곤 했지만 물건들을 (특히 글을)

소중히 대하지 않는 성격이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가

이 책을 읽고 나니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수많은 꿈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을텐데

그 꿈들을 기록 할 때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 당시 나는 어떤 마음을 가진 소녀였을까?


그녀의 열가지 라이프리스트 중 스탠드업 코미디언 되기 미션은 나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왔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춤과 음악을 동경했던 난, 무대에 서는 것이 늘 빠지지 않는 버킷리스트였다.

(아마 지금도 누군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라 한다면

상위에 올려져 있을거라 확신한다.)

사실 무대를 망치고 내려와 엉엉 우는 브렛의 모습에 

‘내가 (전 세계 독자들이) 응원해야 할 소설 속 인물도

나 같은 모습이구나.’란 못난 안도감이 들었다.


“사랑하는 내딸, 브렛. 실패했다고 속상해하고 있구나? 말도 안돼.

언제부터 네가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게 된 거지? 어느순간부터 넌 자신감을 잃어버렸어."


나와 닮아있던 브렛은 훗날

잘 다듬어진 현실에서의 타협보다

예측 할 수 없는 미래의 자신을 향한 믿음을

선택 할 만큼 성장해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온 마음 다해 브렛을 응원하였고,

그녀의 현명한 어머니를 동경했던만큼

그녀의 성장이 기특했지만 사실 질투가 났다.


꿈을 명사가 아닌 동사로 지닌 모든 여성들에게 바친다는 작가의 말을 곰곰이 떠올리며

오랜만에 나의 꿈에 대해 물어보았다.

‘내 꿈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자.’를

인생의 모토로 삼으며 살아왔는데

그때 외치던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

한가지 분명한 건 꿈을 향해 나아갈 도전정신은 사라졌고,

어쩌면 ‘꿈(어쩌면 평화로운 행복일지도 모르겠다.)’과는 살짝 벗어난 현실을 다시 바로잡을 이상은

진즉 접어버린 겁쟁이가 되어 있다.


나에겐 어린시절 웃음과 꿈 많던 용기 있는 나를 찾는 조건으로 물려받을 유산은 없으며,

평범하고 수수하게 행복한 삶보단 보장된 탄탄한 미래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적어도 그 우선순위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예정이다.


난 드라마 <쌈,마이웨이> 속 주만처럼 행복이

치사하게 소소해야 해야 하는 현실에 짜증이 나고,

쩨쩨한 행복보다 김포에 아파트 사는 것을 더 바라게 된 현실에 서있다.

하지만 (양심도 없이) 조금 욕심을 부리자면

나의 어릴 적 라이프 리스트엔

지금의 내 모습이 있다고 말해주길 바란다.

그러니 지금 모습도 꽤 괜찮다고 해줄

나의 ‘브렛’이, ‘엘리자베스’가, ‘브레드’가, ‘개릿’이

있길 바란다.

그들의 믿음이 주어진다면

‘매일 스스로를 두렵게 만드는 무언가’를 해볼

약간의 용기는 낼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스스로를 두렵게 하는 무언가를 해라.
계속 네가 두려워하는 것들을 향해 밀고 나가봐.
그런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어디에 발을 디디게 되는지 묵묵히 지켜봐.
그것들이 결국 네 삶을 가치 있는 곳으로 이끌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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