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자전거 - 변화 08
아끼던 자전거 중고 판매합니다
엄마 자전거를 타게 된 아들은 며칠도 지나지 않아 옛 자전거를 중고 판매하겠다고 했다. 오히려 내가 자전거에 정이 많이 들어 팔지 못할 이유를 자꾸 찾으려 했다. “동생이 나중에 타면 어떨까?” 하니 “내가 그걸 왜 타냐!”며 동생이 펄쩍 뛴다. 지인의 아들에게 주자고 하니 아들이 못마땅해한다. 인연이 끝난 것은 미련 없이 보내줘야 하는데 어째서 아들보다 아빠가 미련이 더 남아있는지. 그 자전거와 함께한 아들과 시간에 아쉬움이 든 것 같다.
아들은 아끼던 자전거니 그냥 주기는 아깝다면서 높은 가격에 팔고 싶다고 했다. 아끼는 자전거... 아끼는 물건이니 비싸게 판다는 게 맞는 말 같기도 틀린 말 같기도 하다. 아들과 함께 중고 판매글을 작성했다. 아빠의 글은 ‘오래 탔고 많이 탔어요’로 시작한다. 그리고 어디에 상처가 있고 어디에 문제가 있으니 점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길다. 중고로 샀지만 아들이 얼마나 아꼈는지, 언제 국토종주를 완주했다는 둥 소설을 쓰고 있다. 엄마는 중고자전거 팔면서 그 자전거가 국토종주 다녀왔다는 얘기를 왜 하고 있냐고 나무란다. 아들도 이러면 사람들이 더 안 살 것 같다고 한다. 결국 ‘아끼던 자전거 중고 판매합니다’로 시작해서 자전거 브랜드, 사이즈, 연식, 기어 종류, 소모품 상태 정도만 남고 아빠의 긴 설명글은 추려졌다.
물건은 쓸모 있게 사용해야 빛이 난다. 아들이 자전거를 정말 아꼈기에 많이 탄 것이지 아끼지 않아서 많이 탄 것이 아니다. 아끼지 않아야 정말 아낄 수 있다. 정말 아낀다면 가치 있게 사용해야 한다. 사람처럼. 아끼는 마음만 남아있고 가치 있게 쓰지 못한다면 가치가 발하는 곳으로 어서 보내주는 게 정말 아끼는 일이다. 언제까지 자전거를 함께 타주는 아들을 욕심낼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