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자전거 - 변화 09
자전거로 달릴 때의 시선
자전거도로가 대부분 강변을 따라 조성되어 있기에 자전거를 타다가 뱀을 만나는 일은 흔하다. 자전거 우선 도로. 즉 자동차와 함께 사용하는 도로에서는 살아있는 뱀보다는 죽어 있는 뱀을 훨씬 자주 만난다. 차로 그 길을 지나갔다면 못 봤을 테지만 자전거로 지나가면 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뱀을 만날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자전거도로 위에서 살아있는 뱀을 만나면 자전거를 세우고 뱀이 길 밖으로 사라지기를 기다렸다가 출발한다. 뱀은 자전거가 나타나면 서둘러 피하면 될 것을 놀랐는지 제자리에 정지하는 경우가 더 많다. 차가 나타나도 그렇겠지. 뱀이 내 자전거에 놀라 멈춰서 ‘얼음’이 되어 있다가 뒤따라 오는 차에 밟힐까 봐 그냥 지나 칠 수가 없다. 귀찮아도 자전거를 세우고 발을 쿵쿵 굴러 수풀로 쫓아내야 마음이 편하다. 아들에게도 라이딩에 만나는 뱀은 무섭기보다는 걱정되는 동물이 되었다.
한적한 자전거길을 달리다 보면 다른 동물들도 많이 만난다. 사슴, 고라니, 너구리, 두꺼비... 자전거길 옆의 야생동물들은 대부분 급히 사라지지만 가끔은 한참 동안 눈을 마주쳐 주기도 한다. 계절이 바뀔 때면 자전거 움직임에 놀라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수백마리 철새들의 장관도 어렵지 않게 마주한다. 그럴 때면 자연에 감흥이 무딘 아들도 자전거를 멈추고 사진을 찍는다.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장면일 테다.
자전거를 통해서만 가질 수 있는 시선이 있다. 띄엄띄엄 전방주시를 해도 될 만큼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는 시선. 걷기처럼 너무 느려 주변이 지루해지지도 않고 자동차처럼 너무 빨라 주변을 놓쳐버리지도 않는 시선. 아들도 어른이 되면 자전거보다는 자동차를 많이 운전하겠지. 어쩌면 중장비나 크레인을. 어쩌면 선박이나 비행기를 운전할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운전하든 자전거의 시선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