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시간보다 오랜 시간

아들의 자전거 - 성장 15

by 지지
1-15.jpg

특별한 시간보다 오랜 시간 보내기


시골 주택에 살다 보니 자연에 대한 갈증이 덜해진다. 마당 잔디에 나가도 자연보다는 일거리가 먼저 눈에 띈다. 그러다 보니 캠핑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아파트 사는 사람만의 취미라 치부했었다. 그런데 몇 해 전 어쩌다 생긴 텐트가 아까워 마당에 설치했다가, 집의 어떤 공간보다 거주 시간이 긴 인기 공간이 되는 걸 보고 놀랐다. 몇 주씩 설치해 두고 수시로 이용했다. 별을 보면서 자연과 교감하지도 고기를 굽지도 않았다. 각자 베개를 들고 좁은 텐트로 가서 함께 잠만 자는 상황이었다. 텐트 주변으로 멋대로 서있는 자전거 이야기를 하고 마당에서 자라는 나무와 농작물 이야기를 하고 텐트로 계속 고개를 디미는 마루와 교감한다. 매번 바뀌는 텐트 멤버에 따라 둘, 셋, 넷 다른 대화를 한다. 각자의 방이 있는 집보다 가족과 오랜 시간을 온전하게 보낸다는 충만감이 들게 했다.

전원생활을 하고 있으니 우리 가족에게 캠핑은 전혀 특별하지 않을 거라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존재들과 특별한 시간을 가지려고 항상 애썼다. 아내와 특별한 데이트를,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마루와 특별한 산책을, 심지어 자전거와도 특별한 여행을 궁리했었다. 특별한 것을 지우고 나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온전히 보이는 것 같다.

작년부터는 자전거를 타고 와서 마당 캠핑도 하고 집 근처 캠핑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서 캠핑을 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과 오랜 시간을 보낼 궁리를 한다. 오랜 시간이 특별한 시간을 만든다. 자전거를 많이 타면서 특별한 코스나 속력보다는 그냥 오래 타는 게 중요해진 것처럼. 오래 타다 보니 특별해진 것처럼.


keyword
이전 14화너그러운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