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age Freres : Veranda
이야기로 쓰는 티타임 2.
한참만에 왔다는 생각은 했지만 다시 돌이켜보니 어릴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문 앞까지 나와 반갑게 맞아주는 이는 없었지만
어쩐지 그때의 공기가 아직도 머물러 있는 것만 같았다.
"금방 차 좀 내올 테니 잠시 계세요."
이곳으로 나를 안내한 낯선 얼굴의 아주머니가 부엌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사라졌다.
나는 마치 처음 온 사람처럼 어색한 몸짓으로 소파에 앉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거운 공기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다시 일어섰다.
잠시 소파 주변을 빙 둘러보다 어쩌면 이보다는 앞의 테라스에 잠시 나갔다 들어오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싶어 그리로 걸음을 옮겼다.
열리는 문 사이로 쏟아지는 햇볕은 유난히도 따사로웠고
그와 함께 밀려드는 공기는 언젠가 무더운 여름날에 맡았던 향기와 꼭 닮아있었다.
바로 얼마 전 비가 내렸는지 촉촉이 젖은 화분들과 그 너머로 이어지는 화원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붉고 노랗고 파랗게 핀 꽃들과 녹색 식물들이 꼭 그때처럼 싱그러웠고,
이국적인 향을 피워내는 갖가지 과실수는 풍성했다.
나는 그 한가운데 가만히 선 채로 빗물에 깨끗이 씻긴 풀과 나무를 끌어안은 햇빛의 향기를 맡아보았다.
알록달록한 꽃향기와 햇볕이 나뭇잎에 닿을 때의 미묘 달큰한 향,
아마 먼 땅에서 왔을 이름 모를 열매들이 익어가는 향, 푸릇한 녹빛의 향까지도.
오랜 시간 사랑으로 자란 그 모든 것들이
그 손길이 떠난 오늘날, 참 그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