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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플 May 04. 2021

브런치, 만들어 놓고 쓰지 못할 때

브런치 유령작가들을 위한 '글쓰기 시작하는 방법'

최근 네이버 블로그의 '오늘일기 챌린지'가 화제다. 2주 동안 빠짐없이 일기를 쓰면 네이버페이 16,000원을 준다. 오래간만에 추억에 젖어 블로그를 들어갔더니, 무려 3만 5천 여명의 방문자가 쌓여있는 게 아닌가.


약 4-5년 간 간헐적으로 운영한 네이버 블로그 메인, 현재는 비운영중


현재 브런치 전체 조회수를 곱하고 또 곱해도 도달하지 못하는 숫자였다. 그렇다면 블로그의 콘텐츠들이 그리 매력적이었을까? 당시의 나는 글내림이 왔던 것인가?


 

작년부터 이따금 운영한 브런치 글 조회수 랭킹. 나름 공을 들인 정보성 글임에도 조회수가 높지 않다.



딱히 그렇다 볼 수 없다. 참 별거 없었다. 대외활동 취재 포스팅부터, 뉴욕에서 먹은 푸딩이 참 맛있다는 글, 이따금 놀러간 사진만 성의 없이 던지기도 했다.


제주 한 달 살기를 하며 방문했던 카페 포스팅
정말 성의없는.. #1
정말 성의없는.. #2
사진 퀄리티 조차 정말 성의없는..#3


게 중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이야기는 나름 마음을 울리긴 했다. 20대 중반의 나에게 블로그는 편한 언니와 같았다. 별스럽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부담 없이 건네는.


할머니가 꿈에 나온날 포스팅



블로그는 편한 언니라면 브런치는 불편한 상사에 가깝다.


우선 만남부터 다르다. *브런치는 작가 심사를 통과해야 글을 쓸 수 있지만, 블로그는 타자를 갓 치는 5살도 글을 올릴 수 있다. 여기서 브런치는 마치 취업 합격 같은 느낌이 든다. 고이고이 준비한 지난 경험들을 모아 "앞으로 잘할 수 있다."며 인정받고 내일을 다짐하는 기분.


*브런치의 작가 심사 제도는 초반 스팸성 글을 자체적으로 정화하기 위해 3개월 단발성으로 계획된 정책이라고 한다. 유저들은 이 정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심사 제도는 곧 브런치를 대표하는 특징이 되었다. 자세한 히스토리는 <새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획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황선아 PM이 말하는 브런치의 탄생과 성장 스토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상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할 수 있는가? 오늘 무엇을 먹고 싶다는 시답지 않은 이야기부터, 이번 프로젝트에 중요한 기획서까지. 적어도 한 번은 생각하고 입을 떼며, 기획안은 성심성의껏 준비하곤 한다. 나는 이 지점이 브런치에 유령작가들이 존재하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본다.


나 역시 <구독자수 4, 관심작가수 16>을 보유한 유령작가다. 브런치에 오는 이유는 유용한 정보나 유의미한 글을 읽고 싶을 때. 허나 막상 옆에 있는 글쓰기는 자주 누를 수 없었다.


이따금 글감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긴 했지만 적어도 3-4일 정도는 콘텐츠를 다듬고 가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글쓰기를 자꾸 미루게 했다.  


심사를 통과한 높은 수준의 독자들에게 유의미하거나 도움이 되어야 하며, 여느 글처럼 정성이 있어야 하며,

나름 개인 미디어이니 조회수가 높을 것 같은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며...




그럼에도 우리는 왜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할까?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유령작가분들, 나아가 어느 곳이든 자신의 글을 쓰고 싶지만 망설이는 샤이작가분들의 핑계도 다양했을 테다. 그럼에도 이 글을 클릭한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에리히 프롬의 글을 엮은 책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를 보면 "자발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무능력이 무력감의 뿌리"라는 말이 나온다. 지금 무기력하다면 뭔가를 탓하기 전에 하루도 빨리 내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을 나서는 게 이득이다. 안 될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막상 한 걸음 내딛고 나면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이 분명히 보인다. 그러니 지금 나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가보자.

- 모빌스 그룹 <프리워커스> 중


나는 무기력이었다. (주제와 약간 벗어난 이야기지만, 최근 스스로 효능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글을 통해 나를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증명의 채널로 브런치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글의 용량은 가볍더라도 진정성은 담겼으면 했고, 이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이 곳 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이 채널이 주는 부담과 압박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쪽으로 좁혀졌다.



첫째,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글을 쓰기 위해 무엇을 갖추어야 할까?


둘째, 글을 자주 쓰기 위한 근력은 어떻게 기를까?  



그 시작으로 폴인에서 연재 중인 *손현님의 <에디터의 글쓰기>와 매거진B의 단행본 <잡스, 에디터>를 펴들었다.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나를 가득 채운 건 '또 우물쭈물 필기하다 글을 향한 열망이 식을 것 같은 조급함'이었다. 나는 질문을 조심스레 바꿨다.



우선, 글쓰기는 대체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손현님은 대기업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에디터로 직종 전환 후, 매거진B를 거쳐 토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글에 대한 관심과 직종 전환이 고민이신 분들께 이 콘텐츠를 추천한다.



글은 지나치면 홀연히 사라진다.



손현님의 <에디터의 글쓰기>에 의하면, 글쓰기 가장 좋은 타이밍은 바로 지금이라고 한다.

 

"한 번에 써라. 아니면 글에 힘이 사라진다."
 
- 본문에 언급된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중


언제 글을 쓰게 될까? 감정이 움찔대거나 일상 속에서 깨달음을 얻었을 때, 혼자만의 생각으로 끝내기 아쉬울 때, 관심 주제에 대해 꾸준히 기록을 싶을 때 등등. 쓰기 적당한 때는 결국 '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지금이다.

- 본문 중


"시간, 돈, 감정. 셋의 교환 가치는 같다고 생각해요.
감정도 분명 중요한 에너지인데 사람들은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죠."

감정은 저평가되어 있다. 프로답게 일하려면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고들 한다.
하지만 글쓰기에 있어서는 상황이 다르다. 감정은 글쓰기의 핵심 동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 본문 중


이는 '불편한 상사'라는 브런치의 편견을 없애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상사 앞에 완벽한 기획서를 제출하기 위해 통계자료, 이미지 등을 벼락치기로 얹어보곤 하지만, 결국 기획서의 핵심인 '아이디어'는 내가 쌓아온 지혜와 경험, 바꿔 말하면 감정들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나아가 그 아이디어의 <좋고 나쁨>, 내지는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건 결국 상대방의 몫이다. 브런치에 올리는 글들에 대한 독자의 모든 반응을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자신의 감정은 글과 생각의 뿌리가 된다. 나는 오늘부터 가급적 3 다양한 감정들을 글로 풀어내고 표현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된 <프리워커스> 책의 핵심 주제인 '실험'이기도 하다.  감정을 통해 나를  수도, 세상을 파악할 수도 있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초등학생 일기 마냥 혼자 곱씹는 글들이 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일이 잘 안 풀리고 꽉 막힌 벽에 둘러싸여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기억할지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처음 시작한 이야기를 멈추거나 바꾼다 해도, 두 번 세 번 돌아가도 상관없다. 우리에겐 얼마든지 실험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세상의 시선에서 벗어나 오직 자신에게 귀 기울여 보기를, 저마다의 자유를 찾아 나서 보기를 바란다.

- 모빌스 그룹 <프리워커스> 중


 




-참고한 글-

에디터의 글쓰기 <손현>

프리워커스 <모빌스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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