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리플 Jan 25. 2022

내가 사랑하는 것이 당신에게도

새벽에 급작스레 생긴 매거진의 변명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문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 글이나 말하기, 언설 행위로 여론 형성에 기여하려는 목표가 없다.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향이 전혀 없다. 

그리고 나의 논리 앞에 남을 대령시키려는 의도가 없다. 

말을 가지고 남과 정의를 다투려는 의도가 없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글을 쓰느냐. 

나는 나의 내면을 드러내기 위해 글을 쓴다.

 내면을 드러내서 그것이 남에게 이해를 받을 수 있으면 소통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와 남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나와 남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도 크게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반드시 소통이 되고 너와 내가 얼크러져야만 훌륭한 것은 아니다. 

너와 내가 소통이 안되고 피차의 차이와 상이점을 아는 것도 아주 고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배경이다. 


나는 내가 소설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적이 없다. 

나는 젊었을 때 나는 ‘나중에 시인이 되고 소설가가 되고 글을 써야지’ 하는 

예술적 낭만과 로맨틱한 목표를 갖고 있는 젊은이가 아니었다. 

나는 그냥 학교를 졸업하고 밥벌이를 할 생각을 한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74년에 신문기자가 됐는데, 어떤 사람은 물어본다. 

왜 기자를 했냐고. 그럴 때 사람들은 대개 장황한 대답을 하는데, 

나는 육군을 제대하고 먹을 것이 없어서 길바닥을 헤매다가 취직한 거다. 


언론의 지도자가 되고 사회의 목탁이 되고 여론의 리더가 되기 위해 신문기자가 된 것이 아니다. 

길바닥 헤매다 취진한 거다. 

거기서 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인간의 인생이 그렇게 될 수가 있는 것이다. 


꼭 훌륭한 목표를 세워 놓고 달성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나는 훌륭한 소설가가 되겠다고 목표를 설정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다만 나의 내면을 표현하겠다는 목표를 추진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다. 

왜 글을 쓰느냐 하는 것은 그렇게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나의 글로 남을 설득하고 진리를 얘기하고 나의 명석함을 증명하려는 이런 욕망이 나는 없다.


김훈, 나는 왜 쓰는가 (2014)




일전에 불안할 수록 자신의 사유재산을 지키라는 

김영하 작가의 말을 옮긴적이 있다.

마침 불안한 김에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기록하는 매거진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위의 글은 굳이 그 기록이

대외적인 브런치여야 하는 지에 대한 이유다. 



<이미지 출처> 


image-face(model)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