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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플 Feb 17. 2022

진정성 있는 예술을 하다보면, 사람들은 알아서 찾아온다

제주 한 달 살기의 작은 흔적 #2

  "Do you think that most popular artists are the most talented?"


   재입사를 위해 준비했던 토익스피킹 기출문제 중 하나다. 요즘은 영어로 이런 심오한 문제까지 대답해야 한다니. 과열된 스펙 경쟁에 개탄했다. 내가 알만한 단어들을 조합해서 답변을 짰다. (원하는 목표 점수도 땄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진짜 나의 견해가 어떠했는지는 모르겠다.


  서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는 스타벅스 였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커피향도 매력적이었고, 배경음악도 가사를 원활히 (?) 해석할 수 없는 감성팝들이어서 좋았다. 커피도 내 취향에 알맞게 매우 진했다. 그래서 사내 카페테리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아메리카노 그란데나 벤티를 사들고 출근했었다. 그 커피를 먹어야 잠이 깨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평타를 친다는 거다. 전국 어느 지점을 가든 위와 같은 장점들이 표준화 되어 있었다. 스타벅스는 명실상부 카페 사업가들의 가장 좋은 케이스 스터디라고 생각했었다.



  지난 몇 일간 내가 머물렀던 카페의 풍경들이다. 만약 1달 전 내가 갔던 카페들을 보여달라면 모두 같은 모습 뿐이었을 거다. 제주의 카페들은 제주도라는 이름 아래 균일하지 않았다. 소품 하나하나, 음악 하나하나가 같은 것이 하나 없었다. 사장님들이 몸소 들여온 흔적들이다.


  혹자는 공간에는 만든 이의 이야기가 서려있다고 한다. 빤히 카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주인이 걸어온 길이 묻어나왔다. 생소하면서도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는 느낌이었다. 거창한 말이지만 누군가의 과거를 엿 본 느낌도 들었다.


  나중에 사업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술로 비유한다면 앞서 말한 토익스피킹 기출문제와 같다. 가장 유명한 예술가가, 가장 재능이 있는 것이라고. 그러나 어제 읽은 반 고흐의 편지에서 고흐는 태오에게 이러한 말을 건넨다. (메모를 안해둬서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난다.)

  요즘 돈이 되는 그림이 아니라 내가 본 그대로 진정성이 담긴 예술을 하다보면, 알아서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다.


  비록 고흐는 생전 400프랑의 그림 한 점을 팔았지만 몇 백년이 흐른 지금 우리 가까이에 수많은 고흐의 그림들이 자리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 구입한 노트 표지 조차 고흐의 그림이다.) 그림 한 점 한 점에는 당시 비싼 값어치를 했다던 종교적인 색채 같은 것은 없다. 고흐의 조금은 우울하지만 치열한 노력과 고민들이 담겨있다.


  좋은 카페는 무엇일까, 그리고 좋은 공간은 무엇일까. 전공과 직무가 마케팅과 관련된지라 나는 '최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해왔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도 전 세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러나 요즘은 한 공간에서 오롯이 한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일도 의미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정확한 해답은 내려지지 않는다. 다만 전공 수업에서 숙지했던 '트렌드의 중요성'이 반드시 옳지 않다는 것은 알겠다.  


  지금 카페에 울리는 재즈 음악이 참 좋다. 몰랐었던 음악들을 하나하나 귀에 저장하고 있다. 그 사람이 어떤 기분과 마음을 느꼈었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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