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도 나이 들어서도 언제 어디서나 그리운 어머니
아직 어두컴컴한 이른 새벽 5시,
모두가 잠들어 있을 시간에 억지로 몸을 일으킨 후 다른 식구들 선잠에 깰까 봐 최대한으로 조용하면서도 빠르게 기본적인 세면만을 하고 꾸루럭 거리는 배를 달래가면서 버스 정류 장으로 향하던 중,
이이폰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멜로디
"나훈아 - 어매"라는 노래였다.
오래전 직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한 동료가 불러서 처음 들었는데, 당시에는 나도 젊었고 어머님도 젊을 때라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가사 내용이 너무나 귀에 거슬렸고 맘에 와닿지 않았었던 기억이 머릿속 깊숙이 박혀 있던 노래였다.
그런데 불현듯 오늘 이 새벽길에 귓전을 울리는 가사들은 "신웅"이라는 가수의 맑고 저음의 목소리에 실려 와서 나의 깊고 깊은 마음속에 있던 아픈 슬픈 감정들을 꺼내고 싶어도 혼자 힘으로는 꺼내지 못해 아프고 시린 그리움으로만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는 심지를 무심코 툭 처서 건드리고 말았다.
"어매 어매 어매 우리 어매
뭣 할라고 날 낳았던가
낳을라거든 잘 낳거나
못 낳을라면 못 낳거나
살자하니 고생이요
죽자하니 청춘이라"
"요놈 신세 말이 아니네"
"어떤 놈은 팔자 좋아
장가 한번 잘도 가는데
몹쓸 놈의 요 내 팔자
어매 어매 우리 어매
뭣 할라고 날 낳았던가
어매 어매 우리 어매"
댓바람 새벽부터 가슴은 시려오고 눈물은 예고도 없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혹여 지나가는 사람들이 처다 보고 있지는 않나 하는 창피함에 눈물로 범벅되어 침침한 눈을 옷소매로 슬쩍 훔치며 옆을 처다 보지만 너무 이른 새벽길인지라 다행히 아무도 처다 보고 있지는 않았다.
"살자하니 고생이요 죽자하니 청춘이라"
"어떤 놈은 팔자 좋아 장가 한번 잘도 가는데"
"몹쓸 놈의 요 내 팔자"
특히 이 부분 가사를 듣고는 순간 새벽길을 나서는 저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감정이 극에 달아올랐던 것 같다.
여태껏 "열심히 올바르게 잘 살아왔다"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제는 모든 욕심들을 다 내려놓은 지 오래이고 이미 하나도 남김없이 다 버렸기에, "현실에 만족하면서 건강하게만 살겠노라" 다짐다짐 했으면서도 차마 버리지 못한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기에 깊은 곳에서 조금은 남아서 꿈틀거려서 감정이 복받쳐 오른 건 아닐까? 스스로 의심하면서 재차 다짐을 했다.
그렇지만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님 모습이 떠오르면서 안위가 무척이나 궁금해지지만, 여동생들의 안하무인 과욕심에 맏이이건만 큰오빠로서의 위치도 찾지 못하고 역할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 어머님의 마음마저 모두 딸들 위주로 점령당해 빼앗겨 버렸기에, 혹여 또 다른 알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들이 어머님께 위해가 될까 봐 평범한 전화 버튼조차 자연스럽게 누르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저 멀리 떨어져 계시지만 마음만은 항상 언제나 무사안일하시기를 빌고 빌고 또 빌고 있다.
그러나 맏이로서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영원히 죄스러움과 감사함이 공존한다는 감정을 느끼며 가슴속이 뒤틀려 썩어가는 이 심정만 스스로 달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