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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Nov 13. 2018

듀랑고와 로스트 아크의 평행이론?

[기획] 1천억 원 개발비든 로스트 아크의 서글픈 행보

지난 7일 스마일게이트의 신작 MMORPG '로스트 아크'(Lost Ark)의 베타 서비스가 시작됐다. 7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베타 서비스는 국내 대작 게임들의 당연한 수순(?)을 차근차근 밟으며 논란과 혹평을 이끌어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지만 오랜 개발 기간에 잇따른 출시 연기, 당연하듯 벌어지는 긴급 점검 이슈, 막상 들어가 보니 별거 없는 게임성까지.. 1천억 원 대작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는 느낌이다.


로스트 아크의 사태를 보면서 어떤 게임이 떠올랐다. 올해 1월 25일 정식 출시됐던 그 게임은 과도한 출시 연기와 출시 후 며칠간 이어진 긴급 점검, 막대한 홍보비, 막상 들어가니 별거 없던 게임성까지 판박이처럼 느껴졌다. TV 프로그램으로까지 이어졌지만 TV 프로그램까지 폭망 하게 만든 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였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는 본의 아니게 10개월 차이로 평행이론을 경험한 것.

로스트 아크를 보며 야생의 땅 듀랑고가 떠올랐다. <사진출처:각 게임 공식 홈페이지>


듀랑고 프로젝트는 2012년 '프로젝트 K'라는 명칭으로 첫 공개됐다. 넥슨의 신설 '왓 스튜디오의 첫 모바일 게임이고 무려 6년 넘게 개발되며 프로젝트가 정리됐다, 곧 나온다는 설왕설래가 이어진 화제작이었다. 좋은 의미의 화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출시 후 '오류의 땅' '점검의 땅'이라는 오명을 끝으로 지금은 별 다른 화제 없이 조용히 유저 눈치만 보고 있다.

오픈 초기 수없이 볼 수 있었던 점검 공지. <사진출처: 게임 캡처>


로스트 아크의 개발 시기는 이와 유사하다. 다만 첫 공개 시점은 2014년 11월로 실제 어느 정도 이상 개발된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다. 특히 개발력, 퍼블리싱 부분에서 검증받지 못했던 스마일게이트를 단숨에 주목하게 만든 뛰어난 영상미와 게임 퀄리티는 다른 국가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이후 듀랑고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 상태다.

글을 쓰는 지금도 로스트 아크는 점검을 진행 중이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당시 듀랑고는 별 다른 경쟁작 없이 시장에 안착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넥슨의 막대한 지원을 무기로 한 홍보, 마케팅, 광고가 몇 달 동안 이어졌고 언론 쪽에서도 듀랑고를 연신 대작으로 손꼽으며 분위기에 편승했다. (물론 이는 언론 광고의 결과물이었다) RPG 장르에선 리니지 M 등 다양한 게임이 존재했지만 독특한 장르의 듀랑고는 이들과의 경쟁에서 벗어나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듀랑고는 몇 주 사이에 폭망 했다. 점검 이슈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무려 12차 점검이라는 기록적인 성과까지 냈다. 그나마 서버 문제가 해결됐다고 느낄 때쯤에 게임 밸런스의 문제가 터졌다. 전투 시스템부터 다양한 버그가 속출됐고 지역 통제와 자원 독점 문제들의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야생의 땅 듀랑고는 엄청난 물량공세를 펼쳤다. <사진출처: CF 영상 캡처>


로스트 아크는 듀랑고랑 매우 흡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몇 달 가까이 로스트 아크 관련으로 광고 및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고 디아블로 이모탈의 혹평 덕에 로스트 아크의 호재가 늘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듀랑고가 경쟁작 없이 순위 상위권에 무혈입성할 것이라는 극찬과 매우 흡사해 보였다. 스마일게이트의 막대한 자본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로스트 아크도 TV CF 등 다양한 물량 공세로 기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출처: 공식 CF 캡처>


11월 7일 오후 2시부터 벌어진 풍경은 점검의 땅 듀랑고 그 자체다. 유저가 몰리면서 서버 증설 이슈가 발생했고 초반 4개에서 2개가 추가돼 6개가 됐으나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오후 늦게 '알데바란' 서버가 추가돼 총 7개의 서버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서버 문제는 해소가 되지 않았고 여기에 스토브 런처(스마일게이트 전용 게임 런처)의 알 수 없는 오류까지 겹치며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버 증설 및 각종 점검을 진행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문제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논란은 지역 이동 시에 생기는 튕김 문제다. 아마 이는 서버 자체의 불안정 때문에 지역 동기화 중 유저 수나 다른 어떤 이슈로 발생하는 것 같다. 이로써 다시 접속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게임을 포기하는 유저들도 속출하고 있다.

점검에 대한 불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진출처: 인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재미있는 점은 유저들의 반응과 평가 관련 부분도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이다. 첫 공개 당시만 해도 듀랑고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기대가 된다는 평가를 받았고 로스트 아크는 리니지 이터널과 함께 쿼터뷰 액션 RPG의 진면모를 보여줄 대작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막상 게임을 즐겼을 때는 기대가 우려로 바뀌었고 평가 역시 부정적 부분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는 상태다.


긍정적인 평가들은 대부분 평이하다. RPG 재미를 잘 녹여냈다, 뛰어난 연출, 다양한 콘텐츠, 즐길 요소 및 엔드 콘텐츠가 착실하다는 '두리뭉실한 평가'들 뿐이다. (이런 평가는 대부분 재미없는 게임을 좋게 평가할 때 나온다.) 그러나 부정적인 평가는 좀 더 구체적이다. 다이렉트 11 미지원, 양에 비해 실속 없는 콘텐츠 , 보스 레이드의 단순한 패턴,  존 이동 시 튕김 버그, 느린 호흡의 전투, 잦은 로딩, 설정이 빈약한 세계관과 개연성 없는 인물들 등이다.

이곳에서 들을 수 있는 갈매기 '끼룩끼룩' 소리는 어느 새 '밈'이 돼 버렸다. <사진출처: 게임 캡처>


특히 베타 때 공개한 강력한 유료화 모델은 게임성으로 승부라기 보단 화제성을 이용해 최대한 빨리 수익화를 이끌어내겠다는 포부가 느껴진다.


듀랑고의 무혈입성은 실패로 끝났다. 순수하게 듀랑고가 재미없다는 평가와 함께 말이다. 이는 실드 쳐줄 게임이 없어 핑계를 댈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걸 의미한다. 업계나 사회, 경쟁에 의한 불합리가 아니라 정말 게임이 재미없어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결론이라는 것. 그럼 로스트 아크는 어떨까. 디아블로 이모탈이라는 경쟁작이 없어 반사이익이 생겼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에서 로스트 아크는 무엇을 핑계로 삼아야 할까.

로스트 아크의 과금 요소 일부 <사진출처: 커뮤니티 캡처>


오픈 첫날까지 로스트 아크는 듀랑고와 평행이론을 유지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건 서비스에서 다르다는 걸 증명하는 것뿐이다. 1천억 원이 들었고 6년이 넘는 개발 기간을 거쳐와 정식 서비스를 앞둔 이 게임이 듀랑고와 다른 길을 가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방향성에 대해 재점검하고 정식 서비스 전까지 게임 및 운영의 안정화 및 각종 현안에 대한 빠른 대처를 보이는 수밖에 없다. 결국 즐기는 것도 만드는 것도 서비스도 사람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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