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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Nov 13. 2018

갈수록 퇴색되는 지스타의 의미

[사설] 그냥 하는 행사로 굳어져.. 전형적인 우물 안 개구리

오는 14일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을 시작으로 막이 오르는 국제 게임 박람회 '지스타 2018' 행사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30개국 662개 사가 참가하며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해외 게임사 에픽게임즈가 메인 스폰서를 맡았다. 해외 게임사가 지스타 메인 스폰서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는 2005년부터 지스타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행사로 시작돼 매년 11월 수능 기점에 맞춰 열렸다. 부산으로 행사를 옮긴 이후론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많은 유저들의 참가가 있는 부산의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올해 지스타 메인 스폰서를 차지했다. <사진출처: 에픽게임즈 홈페이지>


이런 대표 행사지만 지스타 행사의 의미는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 게임 업계 사람들의 동문회처럼 매년 열리니 참가하는 수준이다. 언론인들과 게임 업계인들 상당수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사들이 참가해 각축을 벌이던 시기와 비교해 숫자만 커졌을 뿐 실속은 훨씬 줄어들었다. 


올해 그런 의미가 더 강해진 부분은 엔씨소프트의 B2C 미참가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블레이드&소울 IP 모바일 게임 3종과 리니지2M, 그리고 아이온 IP 모바일 게임 등 5종을 공개했다. PC 버전 및 콘솔 게임에 대해선 차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업계 소문에 의하면 발표 안 한 미공개 신작도 4~5개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엔씨소프트는 매년 꾸준히 지스타를 참가하며 자리를 지켜왔다. 넥슨과 함께 오랜 시간 지스타의 양축을 담당했으며, 다수의 신작들을 배출하며 내년 시장 전망을 밝게 키웠다. 블레이드&소울부터 아이온 등 한 시대를 대표하는 엔씨소프트 표 MMORPG의 굵직한 소식도 모두 지스타를 기점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작년처럼 엔씨소프트의 참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엔씨의 미참가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엔씨소프트 측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그렇다는 답변만 남겼다.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출처: 엔씨소프트 제공>


지스타가 의미가 퇴색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 번째는 부산 지역에 묶여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부산이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왜 게임인지는 지금까지도 모르겠다. 부산 국제 영화제와 지스타의 의미는 많이 다르다. 부산이 게임으로 큰 성과를 내고 부산 내 다양한 게임 업체들이 지스타 주최를 강력히 원하는 상황도 아니다. 올해 지스타에서 51개의 부산 지역 게임사의 게임이 나온다고 하지만 대 부분이 인디 수준이다.


대구나 대전 등 다른 지역에서도 개최를 검토했지만 부산만큼의 수준의 전시회 공간을 확보할 수 없고 지스타 유치를 위해 무리한 비용을 들여 전시회장을 새로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지스타 행사 외에도 다양한 박람회나 대형 행사를 유치해야 하지만 수도권 및 광역시 간의 경쟁만으로도 행사 건이 부족해 전시관이 텅 비는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럼 서울로 다시 옮겨서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려할만하지만 일산 킨텍스 등 대안이 되는 곳의 시설이나 교통 여건 등을 고려하면 부산 벡스코를 넘기 어렵다. 코엑스는 지스타 행사가 아니어도 1년 내내 시설이 전부 가동되고 있다. 넥슨의 던전 앤 파이터 행사 중 시설 파손이나 안전사고 등을 겪은 후로는 게임 관련 행사를 진행하는 걸 최소화하고 있으며, 11~12월 행사가 몰리는 특수를 버리고 온전히 지스타 하나만 가지기엔 수익적으로도 좋지 못하다.


그다음 문제는 콘솔 및 해외 게임사 유치 실패다.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코리아(SIEK)와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BNEK)는 꾸준히 지스타 문을 두드린 업체로 잘 알려졌다. SIEK의 경우는 재작년 참가했으나 작년과 올해는 참가하지 않을 예정이다. 작년 참가했던 BNEK도 올해는 참가하지 않는다. 양사의 미참가 결정은 홍보 및 마케팅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고 비싼 비용만 들어간다는 것으로 보인다.

반다이남코엔너테인먼트코리아 측은 BFF 행사를 통해 지스타를 대신한다. <사진출처: BNEK 제공>


국내 지사 형태로 상주하고 있는 곳들이 지스타가 홍보 효과가 없다고 느낀다면 해외 회사들은 더 그럴 수밖에 없다. 공동 참가단 형태로 해외 업체들이 부스 참가 및 견학을 온다고 했지만 B2B 방문 정도를 제외하면 별 다른 이슈나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콘솔 및 PC 중심의 서양 게임사들은 비슷한 문화권의 도쿄 게임쇼 참가는 환영하지만 지스타 참가는 계속 꺼려왔다. 


그나마 MMORPG가 선전 중일 땐 많은 대형 업체의 참가가 있었지만 몇 개 업체를 제외하면 1회성 참가 이후 지스타와 연을 끊어버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쿄 게임쇼와 차이나조이, 대만 게임쇼, E3, 게임스컴 행사들과 가장 많이 비교되는 대목이다. 재미있는 점은 한국 콘솔 시장은 작년과 올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1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타이틀이 다수 쏟아지는 마니아 마켓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경쟁 게임쇼들에 비해 빈약한 구성이다. 에픽게임즈와 KOG, 펍지, 블루홀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모바일이다. 정부 내에서도 밀던 VR, AR 등도 창업진흥원 공간 정도를 제외하면 만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트위치가 지스타 기간 내 다양한 셀럽 및 VJ 방송 등을 진행하고 아프리카가 맞불을 놓을 예정이어서 즐길 요소가 조금 늘긴 했지만 행사장을 방문에 쿠폰과 스마트폰만 만지작 거리고 갈 확률이 매우 높다.


B2B 부스가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업체 간 알아서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는 곳이다. 지스타의 이름을 빌려 투자 마켓이 열리지만 당장 성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그 외에는 해외 유명 게임사 초청 행사나 개발자 콘퍼런스, 오픈 형태의 토크쇼나 대형 인터뷰, 스타 방문 등도 없다. 일부 콘퍼런스는 스폰서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정도면 지스타 조직위의 존재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다.


이 외에도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지만 지스타 조직위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어찌 보면 방치하고 있는 것. 당연히 해외 참가는 줄고 국내 게임사들의 외면도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비용으로 차이나 조이나 도쿄 게임쇼에 참가하는 것이 브랜드 입장에선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예산은 한정돼 있다 보니 그렇다는 볼멘 답변도 매년 나오고 있지만 그렇다고 계속 이래야 하는 걸까?

지스타 현장 <사진출처: 창업진흥원 홈페이지>


지스타가 변하기 위해선 위에서 언급한 고질적인 문제의 개선이 답은 아니다. 오히려 밖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스타와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게임 전시회를 만들어 예산 확충 및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야 하며 연말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떠나 행사 시기를 변경하는 것도 필요하다. 도쿄 게임쇼나 E3 등 여름 기점으로 10~12월 특수를 노리는 환경으로 변화시켜 해외 게임사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지스타 참가사에 대해 정부 기간 내 인증 및 투자 절차 등이 더해져 벤처 캐피털이나 투자사들의 추가 투자가 쉽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중소 및 인디 게임사들에게 무상 참가와 투자 진행 등을 유도해 경쟁시키고 오디션처럼 유저들의 투표를 받아 지스타 마감일에 최종적으로 1위를 선정, 투자를 약속하는 요소 등도 관람객 및 참가사들의 열정을 이끌어낼 좋은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대는 빠르게 흐르고 있고 변화는 어떤 곳에서든 필요하다. 특히 종합 엔터테인먼트라는 게임 업계에서 변화는 매일 시시각각 나타나고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국내 게임사들을 대표할 대형 게임 전시회가 고인물이 되어버린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변화가 절실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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