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익과 서비스 중심의 개발 환경, 좋은 게임 어렵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두 콘솔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한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물론, 엑스엘게임즈, 네오위즈, 넷마블 등 다수의 게임사가 도전을 외쳤다. PS4 및 닌텐도 스위치의 선전이 가져온 풍경인지 아니면 국내 콘솔 시장의 성장에 탄복한 경영진의 선택인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 업계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국내 콘솔 시장 내에서 잔뼈가 굳을 만큼 굳은 인물로 오랜 시간 국내 콘솔 시장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국내 콘솔 게임 개발사들 늘어서 좋겠어요~"라는 인사말을 건넸고 그는 피식 웃으며 "뭐 어차피 2~3년 안에 전부 접어요"라고 받아친다. 커피가 나왔고 이야기는 시작됐다.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그는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콘솔 도전 자체는 할 수 있다고 보지만 시작하는 방향성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내부 개발 인력을 세팅하고 자체적으로 자사 IP를 활용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준처럼 보이지만 오랜 경험을 가진 입장에선 실패를 자초하는 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대형 게임 개발사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믿고 콘솔 시장 도전하는 건 오만 또는 게임 시장을 너무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콘솔 게임 도전 시에는 일본이나 서양 쪽 유명 게임 개발사와 협력하는 단계부터 실현하고 최소 자체가 아닌 IP와 비용을 제공해 게임 개발을 이끌어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동 PD 개념으로 그들과 상주하며 진행 단계부터 완료 과정까지를 여러 차례 답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하면 콘솔 게임 출시 경험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는 외국 회사에 동거부터 시작하라는 것. 물론 당장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이 자료 수집 중에 패트릭 쇠더룬드 전 EA 최고 창작 책임자가 넥슨 이사로 지명됐다) 그건 콘솔 경험 자체를 없애버리는 무의미한 행동이 된다는 것. 국내 경영진의 판단 및 지휘를 따르는 입장이 되면 있던 콘솔 개발 경험도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동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스태프들을 경험 삼아 보내거나 그래픽 등 여러 부분의 협업을 늘려나가며 콘솔에 맞는 특화된 인력들을 내부에 마련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출시까지 1~2회의 경험이 더해지면 그 이후에는 국내 개발사가 중심이 되고 외국 개발사가 협업을 하는 구조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골드행(패키지를 찍어내기 위한 준비가 끝난 상태, 실질적 개발 완료 상태)까지 진행하면 자체 개발이 가능해지는 충분한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커피가 반 정도 사라진 후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두 번째 파트로 넘어갔다. 질문의 요지는 국산 IP 활용 콘솔 게임 개발은 어떤가 였다. 답변은 역시 부정적이었다. IP를 활용해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개발한다면 좋은 의미로 볼 수 있겠지만 온라인이나 모바일 버전을 이식하는 수준은 판매량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위에서 언급한 경험 면에서도 좋지 못한 결과를 얻을 것으로 지적했다.
이식은 새로운 장르의 개발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준다. 최근 유니티나 언리얼 엔진 등은 다양한 플랫폼 개발에 용이하도록 구성돼 있다. 엔진의 범용성이 강해지면서 하나의 게임을 멀티 플랫폼으로 선보이기 유리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미 개발된 게임을 특정 플랫폼에 이식하는 과정은 콘솔 게임 개발이라기보다 다른 플랫폼을 경험해보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게 된다.
최적화에 대한 경험은 쌓이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하는 과정은 완전히 새로운 신작을 개발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향후에 또 다른 게임을 이식할 때는 도움이 되지만 결국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체적으로 콘솔 게임을 개발하고 꾸준히 출시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업체 입장에선 시간만 낭비하는 경우가 된다고 지적했다. 차라리 작게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하고 다운로드 패키지 형태로 출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들이 타깃으로 봐야 할 콘솔 유저에 대한 성향 파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상당수 모바일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 또는 F2P (free to play) 게임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다. 과도한 유료화 모델이나 단순한 형태의 게임에 대해서도 좋게 보지 않는다. 그런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그래픽과 일부 편의성을 콘솔화 시킨 모바일 게임의 이식작을 낸다는 건 허공에 돈을 뿌리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이미 커피는 바닥난 지 오래다. 물컵에 물을 받아와서 또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마지막으로는 콘솔 문화에 대한 이해가 경영진부터 필요하다고 전했다. 모바일 게임에서 수익을 내는 일은 콘솔 게임 한 개를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그들은 무료 게임을 받고 자신이 얻고자 하는 부분에 일정 금액의 돈을 쓴다. 1천 원부터 10만 원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이 세일즈는 그 게임에 더 몰입할수록 한 사람에게 더 많은 수익을 뽑을 수 있다.
하지만 콘솔은 다르다. 패키지 게임 한 개가 팔리기까지 다양한 마케팅이 이어져야 하고 언론 및 커뮤니티 중심의 홍보도 지속되어야 한다. 오랜 개발 기간 유저들이 이 게임을 잊지 않도록 중간중간 소식도 전해야 하고 해외 대형 게임 전시회에 참가해 눈도장을 추가로 찍어야 한다. 해외 언론의 관심도 이끌어내야 하고 예약 판매부터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한 굿즈까지 다채롭게 준비해야 비로소 1개의 패키지 판매할 준비가 끝난다.
물론 DLC 개념이 있지만 대 부분은 기본 패키지가 판매된 후 끝난다. 평균 DLC 구매율은 패키지 게임 구매자의 10~20% 수준이다. (모든 게임이 그렇진 않다) 약 6만 9천 원대의 패키지를 한 개 판매하기 위해 들어가는 공수는 최근 모바일 게임과 비교해서 과하면 과했지 부족하진 않다. 소니나 MS, 닌텐도 등의 서드 파티 개념에서 마케팅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지만 개발사 자체적인 노력으로 SNS부터 다양한 콘텐츠 등을 뿌리는 일도 필요하다.
그런 과정들을 무리 없이 진행하기 위해선 일을 결정하는 경영진부터 콘솔 사업,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수익 하나만 보고 움직인다면 현재의 구조를 벗어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5~10년 간 장기적으로 콘솔 사업에 대해 투자하고 이를 이해하는 경영진과 개발팀을 구성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게임을 꾸준히 선보일 수 있는 구조는 현재까진 우리나라에선 어려워 보인다.
이야기 말미에 그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현재의 도전이 대부분 계륵에 그치고 수익화에 실패한 경영진은 다시 모바일이나 온라인 등 수익화 경험이 많은 노선으로 전환시킬 것 같다고. 중국 시장 공략이 정부 사정 상 어려우니 활로 모색의 대안으로 내놓은 것 같지만 준비되지 않은 환경에서 도전은 그냥 돈 낭비로 그칠 것이고 제대로 된 경험을 쌓지 못해 세계 다른 유수의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속댄 말로 코 묻은 돈이나 사업체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취미 비용 빼앗는 것과 콘솔 유저의 지갑을 열게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의미예요. 그들은 정말 든든한 아군처럼 보이지만 실수에 대해서 살벌한 지적을 쏟아내죠. 그런 사람들이 전 세계 게임 시장에 절반 넘게 존재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나 과정이 없이 콘솔 시장에 도전한다고요? 콘솔 게임 많이 해봤다고 게임 잘 만들고 잘 파는 것 아닙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