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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Nov 14. 2018

혼란한 국내 배틀로얄 경쟁, 지스타 기점으로 정리될까

[기획] 포트나이트-블랙옵스4-배틀그라운드의 동상이몽

지스타 2018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큰 기대는 없지만 그나마 하나 지켜보는 부분이 있다. 바로 매우 혼탁해진 국내 배틀로얄 장르의 맹주가 가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펍지의 배틀 그라운드와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그리고 액티비젼의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4는 이번 지스타를 기점으로 한국 시장 내 입지를 돈독히 하려고 하고 있다. 그들의 동상이몽이 어떤 결과를 낼까.


이 부분에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는 쪽은 에픽게임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의 국내 안착을 위해 막대한 마케팅을 쏟아내고 있다. '스타로드' 크리스 프랫을 이용한 광고(포린이들~)를 쏟아내고 있으며, 지스타 메인 스폰서로 이름을 올리는 등 한국 유저에게 열렬한 구애를 펼치고 있는 상태다. 지스타 기점으로 들어가는 PC방 서비스에도 압도적인 광고, 마케팅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 프랫이 등장하는 포트나이트 광고는 꽤나 기발했고 재미있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게임 사양도 많이 높지 않고 12세 이용가를 받아 등급 부담도 없다. PS4 버전의 현지화도 완료돼 정식 서비스가 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타깃 층 공략도 가능한 상태다. PC방 서비스에서 충분한 개성을 보인다면 국내 시장 안착이라는 목표도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음성, 자막 모두 현지화하면서 국내 PC방 순위 10위에 오른 블랙옵스4의 경우는 블리자드의 든든한 지원이 최고의 무기이다. 방금 진행됐던 대한민국 게임대상 인기상 해외 게임 부분에서도 지스타 메인 스폰서 포트나이트를 제치고 이름을 올렸다. 블리자드는 오버워치를 출시한 2016년 이후 이 부분을 또다시 석권하며 한국 내 입지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을 과시했다.


청소년 이용불가라는 단점은 있지만 15세 등급을 추가해 어느 정도 해소시켰고, 국내 유저들의 성향에 맞는 아케이드성과 빠른 게임 진행, 편리한 UI, 뛰어난 그래픽과 다양한 무기 등을 갖추고 있어 붐만 일어난다면 (e스포츠나 여러 특수 여건에 따른) 국내 시장 내에서 오랜 시간 장기 집권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블리자드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기 때문에 PC방 내 순위는 시간 싸움이 되지 않을까 예상되고 있다.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4는 완전 한글화로 출시됐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한 때는 전 세계를 호령한 맹수이지만 해외 시장 내 입지를 경쟁사들에게 내주고 하락하고 있는 펍지의 배틀 그라운드는 e스포츠 및 신규 업데이트, PS4 버전 출시 등으로 반격에 나설 준비를 끝냈다. 특히 국내 시장 내 점유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PS4 버전의 출시는 새로운 유저 층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으며, 대규모 업데이트 역시 유저들의 기대를 충분히 받고 있기 때문에 반등, 화제는 따놓은 단상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지스타 이후 이들의 동상이몽은 어떤 결과를 낼까. 현재까지의 분위기나 상황을 보면 배틀 그라운드의 우위가 크게 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2위를 놓고 두 게임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트나이트가 막대한 광고 집행 및 마케팅을 쏟아붓고 있지만 성과는 미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국내 게이머들의 자존심 문제와 게임성의 선호도가 낮다는 점이다.

지스타에 참가한 펍지. <사진출처: 펍지 제공>


광고에서 연신 국내 게이머 자존심을 건들었다고 떠들고 있지만 국내 게이머의 자존심은 정녕 다른 곳에 있다. 배틀 그라운드가 전 세계 시장을 호령했고 그 어렵다는 콘솔, PC게임.. 그중에서도 FPS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 이 부분에 있다. 냉정하게 아무리 서비스가 '엉망'이었다고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배틀 그라운드를 즐기고 있다. 국내 PC방 순위 유지만 봐도 이런 특수성이 잘 작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알게 모르게 배틀 그라운드를 지켜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고 업데이트 이후 반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싫어도 욕을 하면서도 상당수의 국내 유저는 배틀 그라운드를 즐기고 있고 별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펍지가 가장 믿고 있는 구석이라고 보인다.


2위 싸움은 치열하게 전개되겠지만 현재까진 포트나이트가 조금 더 유리해 보인다. 블랙옵스4의 완전 한글화는 파격적인 시도였고, 블리자드 PC방을 통해 절찬리 서비스되고 있다. 하지만 대대적인 마케팅과 홍보를 쏟아냈음에도 생각보다 미진한 결과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심의 등급 자체 이슈도 조금 있지만 PC방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미진하고 다른 2개의 모드 때문에 유저 분산 이슈도 있다.

대대적인 PC방 마케팅에 들어간 포트나이트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리고 PC방 혜택이 존재하지만 패키지를 구매하지 않으면 블랙옵스4는 집에서 즐길 수 없다. 포트나이트는 모바일부터 PS4, PC 등 3개의 플랫폼에서 모두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잠재적으로는 훨씬 유리한 경쟁 구조를 띄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포트나이트가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포트나이트의 게임성은 파밍과 디펜스 중심의 일반적 배틀로얄 게임과는 다른 성향을 띄고 있고 이는 한국 유저 성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


포트나이트의 게임성은 제작에 있다. 좋은 무기도 얻어야 하지만 그만큼 자원도 많이 보유해야 한다. 무기의 유니트 등급에 따라 대미지가 달라지는 성향은 있지만 좋은 무기 1~2개만 있으면 굳이 다른 무기를 찾아야 할 이슈가 크게 없다. 자원에 따라 장벽 제작을 무수히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평소 갈 수 없던 높은 지역을 오르거나 적의 공격을 방어하고 허점을 만들어 공격할 수도 있다.


그래서 포트나이트는 트위치나 유튜브 등으로 보면 다른 배틀로얄 게임보다 훨씬 재미있다. 워낙 다채로운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데인저 존(전기망)에 의존하는 다른 게임보다 유저 스스로 변수를 만들기가 쉽다. 그러나 그만큼 플레이어 간의 격차가 크고 이를 수준 있게 사용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찾는 과정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트위치 방송 순위. 1위부터 10위권 내 3개의 게임이 엎치락 뒤치락 거리고 있다. <사진출처: 홈페이지 캡처>


물론 반대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포트나이트의 매력을 활용할 수 있는 e스포츠 대회의 국내 개막부터 PC방 마케팅이 얼마만큼 규모가 큰지, 그리고 주요 타깃 층에 대한 다채로운 지원 서비스 등이 마련된다면 이런 장벽을 무너뜨리고 1위 배틀 그라운드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이는 블랙옵스4 역시 마찬가지다.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배틀 그라운드의 e스포츠 리그에 반대되는 성향의 리그 진행이나 단점으로 지적되는 PC방 혜택 보강, 한국적인 아이템 추가 등을 통해 화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배틀 그라운드가 한국 시장 내에서 '엎어지는' 장면은 좀처럼 보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그 말도 안 되는 핵 대란에서도 살아남은 것만 봐도 그렇다. 다른 게임에서 이런 문제가 터졌으면 정말 순식간에 '망조' 테크를 탔겠지만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팀 동시접속자가 하락했지만 여전히 80만 명 이상이고, 트위치 등 방송에서도 5~10위 권을 계속 맴돌고 있는 상태다.


이런 경쟁자를 두고 승부를 뒤집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 에픽게임즈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역시 그 점을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남은 건 장기전이다. 누가 얼마나 더 쓰고, 버티는지에 따라 승패는 모른다. 한 수를 누가 어떻게 치는가에 따라 엎치락뒤치락 될 수도 있다. 그럼 이젠 누가 남들이 쓰지 못한 초필살기를 쓸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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