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정 기준부터 결과까지 유저 외면, 이상한 수상
지난 14일 치러진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여러 의미로 최악이었다. 매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 부분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처럼 수상 자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결과는 처음이었다. 이럴 바엔 차라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의 게임대상으로 바꾸고 외국 게임들도 도전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의미도 목적도 상실한 그들만의 잔치의 문저젬을 살펴봤다.
야생의 땅: 듀랑고의 각종 수상은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가장 큰 논란거리다. 듀랑고는 최우수상(국무총리상)과 기획, 시나리오 분야, 그래픽 분야 등에 이름을 올렸다. 기획, 시나리오 분야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래픽 분야 수상은 검은사막 모바일을 제치고 차지했다. 그냥 누가 봐도 결과가 이상하다. 기획 부분도 참신한 시도가 돋보인 '더 도어' 같은 게임이 훨씬 어울린다. 대놓고 넥슨 몰아주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우수상 수상은 더 수상하다. 듀랑고 자체가 올해 10월 전 출시된 다양한 게임 중 최우수상에 오를 정도로 큰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듀랑고는 구글-IOS 매출 순위에서도 500위 밖에 있다. 게임 서비스한 지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라고 볼 수 있지만 이 게임은 서비스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흔히 말하는 식으로 '폭망'했다. 매출 순위 상위권에 초반 이름을 올렸지만 거대한 마케팅 비용에도 불구하고 '점검의 땅' 듀랑고라는 별명과 함께 2주도 되지 않은 채 급격한 하락세를 탔다. 이 게임의 구글 평점은 5점 만점 3.0점이다.
다운로드, 매출도 이 게임보다 더 나은 게임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왜 듀랑고가 3개 분야를 수상했을까. 후보 등록이 안됐거나 다른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리고 반응 퍼센트가 낮은 유저 득표율이 영향을 줬을 일도 없다. 참고로 그래픽 분야는 스포츠조선 사장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우수상의 경우는 그냥 '나눠주기' 상처럼 느껴질 정도로 의미가 없었다. 나이츠 크로니클과 복싱스타, 아이언 쓰론, 에픽 세븐 등이 수상했는데 의미가 있어 보이는 게임은 복싱스타 정도다. 복싱스타는 국내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챔피언 for kakao'를 외국 시장에 맞춰 리뉴얼해 낸 게임이다. 이 게임은 해외에서 큰 성과를 냈고, 전 세계 19개국에서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성과를 냈다.
에픽 세븐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했지만 수집형 RPG 시장 내에서 자리를 잡았고 매출 순위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등 최근 모바일 게임 중에선 보기 드문 성과를 낸 작품이다. 물론 최근 운영 이슈부터 캐릭터 이미지 수정 등의 논란이 발생하는 등 논란이 불거졌지만 그래도 신작이 성공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보기 좋게 반전을 보여줬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나이츠 크로니클과 아이언 쓰론은 이 두 개의 게임과 비교해도, 그리고 다른 수많은 경쟁작들과 비교했을 때도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작품이다. 공교롭게도 두 게임 모두 넷마블과 관련이 있다. 지스타에 참가하는 넷마블이 올해 좋지 못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광고, 마케팅,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시장 내 두각을 나타낸 게임은 없었다. 웹젠이나 위메이드, 그라비티 등 호성적을 낸 게임들이 즐비한데 굳이 이 두 게임에서 상을 준 건 무슨 이유일까.
그렇다면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누가 어떻게 주는 것인지 확인해보자. 본상의 경우는 전문 심사위원단의 평가(60%), 게임 업계 전문가 투표 (10%), 기자단 투표 (10%), 네티즌 투표 (20%)를 더한 결과다. 이상하지 않은가. 네티즌 투표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정상이고, 가장 공정한 방식이다. 근데 누군지 알 수 없는 전문 심사위원단의 평가가 60%를 차지한다. 쉽게 말하면 그들이 결과를 좌지우지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이 부분은 매년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소수의 전문 심사위원단이 수상의 결과의 과반 넘는 표심을 가지고 있다면 기자단, 전문가, 네티즌 투표가 아무리 더해져도 결과를 바꿀 수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신비한 투표 방식을 통해 결정됐다. 더 재미있는 점은 이 결과에 다양한 시각과 의견들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쉽게 풀면 "그냥 우리 마음대로 했어요"라는 것 같다.
게임 업계에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을 한 업체가 그다음 해 지스타 메인 스폰서를 하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었다. 꼭 지켜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네가 대통령상을 받았는데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냐는 분위기 때문에 대부분은 이 규칙을 지켰다. 이걸 처음 깬 곳이 펍지였다. 배틀 그라운드로 대상을 수상했지만 올해 지스타 스폰서를 하지 않았다. 결국 메인 스폰서는 공석이 됐고 외국 기업인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가 차지하게 됐다.
이런 논리가 작용하는 상황에서 주어지는 상들은 지극히 어른의 논리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런 이상한 선정 방법을 쓰는 것이다. 단순히 지스타 메인 스폰서 때문만은 아니다. 광고부터 수익적 측면도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당장 유저 투표 90% 반영으로 변경하고 후보도 올해 나온 모든 게임이 전부 자동으로 등록되도록 바꾸면 된다. 전문가 및 언론 투표는 5%씩 10% 반영하거나 언론 및 전문가 상을 따로 두고 주도록 하는 방식을 쓰는 식으로 변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당연히 그들은 이걸 바꾸지 않을 것이다. 유저들의 외면을 사든 조롱을 받든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그들만의 리그고 그들의 목적으로 움직여야 하니깐 말이다. 이런 걸 우린 '적폐'라고 부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