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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Nov 13. 2018

미국을 열광시킨 소련의 비밀병기(?) '테트리스'

[세상을 움직인 게임] 알렉세이 파지노프의 테트리스

1989년 닌텐도는 가공할 게임기를 선보인다. 가정용 게임기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GAME BOY)를 전 세계에 출시한 것이다. 당시 이 기기는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는데 이 게임의 큰 선전의 배경에는 엄청난 게임의 출시가 론칭 파트너로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바로 이미 전설이 된 퍼즐 게임 '테트리스'(Tetris)였다.

1989년 4월21일 출시된 게임보이의 CF 장면, 론칭 타이틀은 테트리스였다. <사진출처: CF 영상 캡처>

이 게임은 출시 이후 큰 화제가 됐는데 게임의 압도적인 재미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슈는 게임 출시까지 참여한 3개의 나라 때문이었다. 테트리스는 구 소련의 개발자 알렉세이 파지노프가 개발했고 이를 본 미국인 헹크 로저스가 특허 및 중재안을 마련, 일본 회사와 협상해 출시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 세계 3천5백만 장이라는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고 지금도 퍼즐 게임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테트리스의 시작은 고전 퍼즐게임 '펜토미노'(Pentomino)를 1984년 환경에 맞춰 개량해 선보이면서부터다. 펜토미노는  12개의 블록을 이용해 3X20, 4X15, 5X12, 6X10 모양의 직사각형을 맞추는 게임이다. 지금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파생돼 있으며, 1953년부터 서양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왔다. 알렉세이는 펜토미노의 블록 수를 줄이고 이를 4개의 사각형 조합 형태인 테트로미노(Tetromono) 형태와 흡사하게 개선해 만들었다.


퍼즐 규칙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흥미진진하다. 단순히 제한된 시간 내 퍼즐을 배치하는 과정이 유저에게 흥미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알렉세이는 위에서 아래로 조금씩 움직이는 구조를 선택했고, 4각 형태를 만드는 과정보다 빠른 줄 단위 제거 형태로 게임을 재구성했다. 그리고 퍼즐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주어지도록 해 끊임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케이드용 테트리스. 가운데 춤추는 캐릭터를 지팡이로 잡아 당기는 점이 포인트<사진출처: 게임 캡처>


이 게임이 게임보이와 함께 큰 성공을 거두자 이를 두고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긴 소련의 개발자들이 미국 아이들을 현혹시키고 미국 내 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었다는 것. 특히 소련에 대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어 그들의 체재를 받아들이게 만들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날조했다. 이는 당시 보수 쪽 언론 및 정치인들의 발언을 통해 암암리에 퍼졌고 일부 학부모는 아이들에게 테트리스를 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얼마 안돼 사라졌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게임보이를 선택했고 쏘고 부수는 형태의 액션 게임들보다 테트리스를 훨씬 건전하고 좋은 게임으로 봤다. 아이들 역시 테트리스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학교나 친구를 만나러 갈 때 자연스럽게 가져가 함께 즐기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런 테트리스의 인기는 게임보이 판매량을 견인하는 대표 게임이 됐다. 게임보이는 1억 1천8백만 대가 팔렸다.

닌텐도에서 출시한 테트리스. 미국 내 테트리스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사진출처: 게임 캡처>


테트리스에 대한 또 다른 재미있는 기록이 있다. 바로 가장 많이 이식된 게임이라는 것. 이 게임은 셀 수 없이 많은 이식작과 아류작이 쏟아진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인기가 높았던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시리즈나 다른 게임에 비해 스토리나 복잡한 구성이 없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능력이 있다면 너도나도 만들 수 있었다. 


첫 버전인 '일렉트로니카-60' PC 버전도 코드를 읽고 사용할 수 있는 개발자라면 누구나 쉽게 변조하고 개량할 수 있게 돼 있어서 게임보이 테트리스 버전의 대성공 이후엔 이식, 아류작들이 쏟아지는 진풍경을 만들게 된다. 그래서 이후에 이식작에 대한 판권부터 수출 판권, 온라인 판권 등 여러 분쟁을 겪으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테트리스 컴퍼니 측은 저작권 보호를 위해 2000년도 조각의 색을 표준화했고 규칙 등을 문서화시켰다.


그전에 테트리스는 그야말로 아무 회사나 '한 번쯤'은 만들어야 할 게임처럼 인식됐다. 아케이드 버전의 경우는 아타리에서 이식한 버전이고 유명한 PC 버전의 경우 스펙트럼 홀로바이트사가 만든 버전이다. 아마 1990년대 초반 PC로 테트리스를 접했다면 대부분 스펙트럼 홀로바이트사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시대 여건 상 테트리스 정품을 구매하는 것도 매우 어려웠고 국내에서도 정식 출시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불법 버전 플레이가 성행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양산형 게임기에서도 테트리스는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진출처: QQ.com 페이지>


일본에서 테트리스가 큰 화제가 된 시기는 세가가 제작해 서비스했던 아케이드용 테트리스 출시쯤이었다. 일본 내 테트리스 열풍을 불게 만든 작품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저작권 문제는 법적 분쟁에 휘말렸으며, 결국 비싼 로열티를 내고도 모든 게임기를 철수시키는 뼈 아픈 결과를 받게 됐다. 이후 테트리스 더 그랜드 마스터 시리즈를 내며 부활했고 아케이드 권한 등에 대한 저작권을 확보해 체감형 테트리스 게임을 선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게임이 퍼블리싱할 때 저작권 이슈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테트리스 컴퍼니 측은 극히 제한적인 기본적인 룰을 고집했기 때문에 다수의 유저가 즐기는 상황에선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문제가 됐던 건 아이템 사용 및 느린 원작의 속도감이다. 한게임 측은 테트리스 컴퍼니 측과 여러 차례 논의했고 몇몇 부분을 수정해 국내에 정식 서비스할 수 있었다.

최근 출시작 테트리스 이펙트.. 정말 말 그대로 이펙트가 화려하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테트리스의 화제는 퍼즐 게임의 다양화를 이끌어내게 된다. 대표적인 게임이 '컬럼스'다. 90년대 초반에 등장한 이 게임은 테트리스 특유의 특징들을 다른 형태로 풀어낸 퍼즐 게임으로 국내에선 '헥사'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유사한 게임으로는 퍼즈닉과 세가의 뿌요뿌요 시리즈 등이 있다. 참고로 헥사는 우리나라 업체가 컬럼스의 룰과 퍼즈닉의 도형 등을 짜깁기 형태로 만든 불법 게임이다.


무엇보다 이 게임의 진정한 화제성은 20세기에 시작돼 21세기인 현재까지도 그 인기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이다. 테트리스가 가진 재미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는 저작권 문제로 인해 테트리스 게임을 만나기가 조금 까다로워졌지만 2~3년에 한 번 더욱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출시되고 있으며, 온라인과 랭킹 등 다양한 추가 요소를 지원해 전 세계 유저들과 겨룰 수 있게 해 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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