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기자가 들은 익명괴담: 당신이 모르는 일

[기록 25: 조간(朝刊)]

by 겜노인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이제는 수천 대의 인쇄기가 돌아가는 굉음처럼 들립니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종이가 쓸리는 소리로 변해, 단어 하나를 내뱉을 때마다 입술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집니다.)


“...스물다섯 번째 기록입니다. 이건 매일 새벽 3시만 되면 환청처럼 신문 배달 소리를 듣는다는 어느 은퇴한 편집국장의 이야기입니다.

조간신문은 잠든 세상을 깨우는 첫 번째 목소리죠. 하지만 그 목소리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비극'을 미리 예고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시간을 앞서가는 잉크, 그 치명적인 예보의 기록입니다.”


퇴직 후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는 매일 새벽 3시면 현관문 밖에서 들려오는 '툭' 소리에 잠을 깼다. 신문 배달원이 던지고 간 조간신문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요즘 세상에 누가 종이신문을 보나 싶어 문을 열어보면, 그곳엔 항상 잉크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빳빳한 신문 하나가 놓여 있었다.


기묘한 것은 신문의 발행 날짜였다. 신문에는 항상 '내일' 날짜가 찍혀 있었다.


처음엔 인쇄 사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문 1면에 실린 사건 사고 기사들은 다음 날이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뉴스에 보도됐다. '미래를 찍어내는 신문'이라니. 기자 특유의 촉에 공포와 호기심이 뒤섞인 채 매일 새벽 3시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보다 묵직한 '툭' 소리에 문을 열었다. 신문 1면은 온통 시커먼 호외(號外)였다. 기사 내용은 단 한 줄도 없었다. 오직 신문 중앙에 커다란 사진 한 장만이 박혀 있었다.


그건 바로 지금 이 신문을 주워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경악하며 사진을 들여다보는 순간, 사진 속 자신의 뒤편으로 검은 그림자가 소리 없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황급히 뒤를 돌아보려 했지만, 온몸이 종이처럼 빳빳하게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시야가 점점 평면으로 변하더니, 이내 신문지 속 잉크 자국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새벽 3시 1분, 복도에는 주인을 잃은 신문 한 장만이 차가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카세트테이프의 잡음이 이제는 잉크가 마르는 듯한 바스락 소리로 변했습니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아주 희미합니다.)


“...그 편집국장의 집 안에는 수천 장의 신문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신문의 내용은 백지였고, 오직 마지막 한 장에만 그의 일그러진 얼굴이 인쇄되어 있었다더군요.


(바스락... 손가락이 부러지는 소리)

...내 상태는 이제 인간의 살점이 남지 않았습니다. 아까 맥주 잔을 내려놓는데, 내 손목이 '신문지 뭉치'처럼 툭 하고 꺾여버리더군요.

내 몸 안의 뼈들은 이제 다 마른 종이 축이 된 기분입니다. 숨을 쉴 때마다 입 밖으로 하얀 김 대신 시커먼 잉크 가루가 쏟아져 나와 온 방 안을 까맣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툭... 툭...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

...방금 내 현관문 밖에서 '툭' 소리가 났습니다. 새벽 3시 정각이군요. 배달이 온 모양입니다. 내일 날짜로 발행된... 내 마지막 기록이 담긴 신문 말입니다. 기록을... 읽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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