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기자가 들은 익명괴담: 당신이 모르는 일

[기록 24: 상대평가]

by 겜노인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이제는 수천 권의 책장이 한꺼번에 넘어가는 스산한 종이 마찰음과 섞입니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말라버린 고서(古書)의 냄새가 날 듯 퍽퍽하고 갈라져 있습니다.)


“...스물네 번째 기록입니다. 이건 어느 명문대 공과대학 열람실에서 시험 기간마다 전설처럼 내려온다는 '1등의 저주'에 대한 제보입니다.

대학은 미래를 꿈꾸는 곳이라지만, 누군가를 딛고 올라가야만 생존하는 '상대평가'의 굴레 속에서 인간은 가끔 악마보다 더 잔인해지기도 하죠. 1등을 위해 친구의 앞날을 지워버린 한 남자의 마지막 시험 기록입니다.”


취업 준비와 학점 관리에 인생을 건 4학년생 C는 지독한 완벽주의자였다. 그는 늘 1등을 놓치지 않았고, 그 비결은 단순히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라 경쟁자들의 페이스를 교묘하게 망가뜨리는 데 있었다. 시험 전날 중요한 노트를 숨기거나, 라이벌에게 잘못된 정보를 흘리는 식이었다.


기말고사 기간, 새벽 3시의 도서관 열람실에 홀로 남은 C는 짐을 챙겨 복도로 나섰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히 비상구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왔는데, 문을 열면 다시 자신이 공부하던 '지하 2층 44번 좌석'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뭐야... 이, 이거 장난이지?"


C는 다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하지만 1층, 지하 1층, 다시 지하 2층... 아무리 내려가도 문을 열면 언제나 그 눅눅한 곰팡이 냄새 진동하는 열람실이었다.


좌절하며 자신의 자리에 돌아온 C의 눈에, 책상 위에 놓인 전공 서적이 보였다. 분명히 덮어두었던 책이 펼쳐져 있었고, 그 여백에는 자신이 쓰지 않은 시커먼 잉크 글씨가 실시간으로 써 내려가고 있었다.


[문제 1. 작년 너 때문에 F를 받고 자퇴한 동기 OOO의 이름을 쓰시오.] [문제 2. 네가 찢어버린 도서관 유일의 전공 서적 32페이지 내용을 외우시오.]


C는 경악했다. 그것은 그가 1등을 하기 위해 저질렀던 추악한 '작전'들의 목록이었다. 그때 옆자리에서 차가운 한기가 느껴졌다. 얼굴이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까맣게 칠해진 형체가 펜을 든 채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선배, 상대평가잖아. 선배가 떨어져야... 우리가 올라가지."


그 순간, 열람실의 수천 개의 의자가 일제히 드르륵거리며 C를 에워쌌다. 그는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거대한 성적표 뭉치 속에 압착되어 한 장의 'F학점 처리된 파지'가 되어 바닥을 굴렀다.


(카세트테이프의 잡음이 이제는 도서관 대출 기계의 기계음처럼 들립니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종이 가루 그 자체입니다.)


“...그날 이후, 그 열람실 44번 좌석은 영구 결번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끔 그 자리에 앉는 학생들은 가방 속에서 자기가 넣지 않은 '피 묻은 OMR 카드'를 발견하곤 한다더군요.


(바스락... 손톱이 부러지는 소리)

...내 상태는 이제 인간의 살점이 남지 않았습니다. 아까 거울을 보려는데, 거울 위에 '폐기 도서'라는 붉은 도장이 선명하게 보이더군요.


(툭... 툭... 책장 넘기는 소리)

...방금 내 갈비뼈가 책의 제본용 풀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습니다. 기록을... 서둘러야 합니다. 내가 완전히 파쇄기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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