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기자가 들은 익명괴담: 당신이 모르는 일

[기록 23: 종착지(終着地)]

by 겜노인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이제는 무언가 눅눅한 종이가 겹쳐지는 듯 둔탁한 소리를 낸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아주 낮고, 말할 때마다 목구멍에서 마른 종이 가루가 섞여 나오는 듯한 거친 소리가 들린다.)


“...스물세 번째 기록입니다. 이건 어느 지방 중소도시에서 밤늦게 귀가하던 직장인이 제보한 내용입니다.

택시는 우리를 가장 안전하게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수단이죠. 하지만 그 택시 기사가 당신의 하차를 '운행의 종료'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받아들인다면 어떨까요. 내 일상을 24시간 지켜보는 노란색 번호판의 공포를 기록합니다.”


야근을 마치고 평소처럼 택시를 잡아탔다. 기사는 묵묵히 운전만 했고, 집 앞에 도착하자 짧게 목례를 건네며 나를 내려주었다. 피곤함에 젖어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출근을 위해 대문을 나선 나는 멈칫했다. 어젯밤 나를 내려준 그 택시가 어제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시동은 꺼져 있었고, 기사는 정면만 응시한 채 미동도 없었다. '손님을 기다리나' 싶어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그런데 퇴근길,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던 나는 소름이 돋았다. 그 택시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아침에 봤던 그 모습 그대로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사석이 비어 있었다. '근처에 집이 있나 보다'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현관문을 열었다.


차가운 정적만이 감도는 집 안. 가방을 내려놓고 불을 켜려는데, 어둠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님, 이제 오시나요."


거실 소파에 어젯밤 보았던 그 기사가 택시 안에서와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기사 식당의 무미건조한 대화처럼 툭 내뱉었다.


"자, 어디까지 가시나요? 이제부터는 제가 목적지까지 안내하겠습니다."


그 순간, 거실 벽면이 택시의 검은 가죽 시트로 변하기 시작했고, 창밖의 풍경은 시속 100km로 질주하는 터널의 잔상처럼 일그러졌다. 나는 문을 열려 했지만, 현관문 손잡이는 이미 택시의 미터기로 변해 '할증' 문구를 띄우며 미친 듯이 숫자를 올리고 있었다.


나는 내 집에서 내릴 수 없는, 영원한 손님이 되어버렸다.


(카세트테이프의 잡음이 이제는 잉크가 끓는 듯한 소리로 변했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아주 희미하다.)


“...제보자는 그날 이후 집을 떠나 실종돼 버렸다고 하더군요. 다만 그가 마지막에 택시에 올랐다는 이웃 주민의 증언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바스락... 툭...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

...내 상태는 이제 인간의 형체를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까 거울을 봤는데, 내 눈동자 주위에 '빈 차'라는 붉은 글자가 낙인처럼 박혀 있더군요.


내 몸 안의 장기들은 이제 다 삭아 없어지고, 그 자리에 낡은 택시 시트 냄새가 차오르는 기분입니다. 내 가슴 근처에 귀를 대면, 미터기가 올라가는 '딸깍' 소리가 들려요.


(바람이 새는 듯한 소리)

...방금 내 등 가죽이 의자 등받이에 인쇄된 것처럼 붙어 버렸습니다. 이제 나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좌석'이 돼가는 모양입니다. 기록을... 서둘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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