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21: 호출기]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이제는 얼음이 깨지는 듯 날카롭고 차가운 마찰음을 냅니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얼어붙은 듯 딱딱하며, 문장 사이사이에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가 섞여 나옵니다.)
“...스물한 번째 기록입니다. 이건 고향을 떠났다가 수십 년 만에 돌아온 한 남자의 마지막 행적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사람들은 그가 단순히 실족사하여 강물에 빠졌다고 믿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사진 속에는 21세기에 존재해서는 안 될 낡은 기계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죄책감이라는 얼음판 위를 걷던 남자가 마주한 끔찍한 진실을 기록합니다.”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온 그는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강가를 산책하고 있었다. 강은 매서운 추위로 단단하게 얼어붙어 있었고, 그 풍경은 그에게 잊고 싶은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어린 시절, 친구가 사고로 익사했던 바로 그곳이었다. 그는 친구의 명복을 빌며 스마트폰을 꺼내 강가 풍경을 찍었다.
그런데 사진 속 강 한가운데에서 기묘한 불빛이 보였다. 호기심에 이끌린 그는 단단한 얼음 위를 걸어 그곳으로 향했다. 얼음의 중심부에 놓여 있던 것은 낡은 삐삐였다. 어린 시절, 죽은 친구가 보물처럼 아끼던 것과 똑같은 물건이었다.
그는 화들짝 놀라 삐삐를 집어 들었다. 액정에는 ‘8282444’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순간, 발밑의 얼음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갈라졌고, 그는 저항할 틈도 없이 차가운 강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암흑 같은 물속에서 삐삐의 음성 녹음함이 저절로 재생되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널 기다렸어. 날 버리고 도망간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사실 그는 목격자가 아니었다. 친구가 발을 헛디뎌 강물에 빠졌을 때, 그는 공포에 질려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나버린 방조자였다. 수십 년간 덮어두었던 그의 비겁함은, 결국 강바닥에서 썩지 않고 기다리던 친구의 손에 의해 완성된 복수가 되어 돌아왔다.
다음 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여러 차례 수색에도 불구하고 시신을 찾지 못했다. 남아 있는 건 누군가 빠진 듯한 커다란 얼음 구멍과 강가 풍경이 찍힌 스마트폰 뿐이었다.
(카세트테이프의 잡음이 이제는 물속에서 기포가 올라오는 듯한 보글거리는 소리로 변했습니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아주 희미합니다.)
“나중에 낡은 호출기 하나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찰이 확인했을 때, 그 기계는 오래 전 익사했던 사람의 유품이었다고 하더군요.
(바스락... 몸을 떠는 소리)
...내 상태는 이제 온기를 완전히 잃었습니다. 아까 거울을 봤는데, 그곳에 ‘8282444’라는 숫자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내 몸이 점점 무거워져서, 마치 보이지 않는 물속으로 계속 가라앉는 기분입니다.
(삐- 삐- 하는 전자음 소리)
...방금 내 귓속에서 누군가 메시지를 남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기록을... 서둘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