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20: 굴뚝의 욕장(浴場)]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이제는 거대한 기계가 돌아가는 진동음처럼 웅웅거린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아주 깊은 구덩이 안에서 울려 퍼지는 것처럼 둔탁하며, 말할 때마다 회색 가루가 날리는 듯한 거친 소리가 섞인다.)
“...스무 번째 기록입니다. 이건 국가 산업 단지에서 평생 설비 점검을 해온 한 베테랑 작업자의 증언입니다.
공장의 거대한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회색 수증기를 보며 사람들은 환경 오염을 걱정하지만, 정작 그 굴뚝이 무엇을 태우고 무엇을 씻어내는지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굴뚝 밑바닥, 산 자는 결코 발을 들여선 안 될 기괴한 휴식처의 기록입니다.”
거대한 공장 굴뚝 끝에 매달려 안전 점검을 하던 중이었다. 굉음 속에서도 분명히 들렸다. 굴뚝 깊은 곳에서 누군가 절규하는 소리. "살려주세요... 뜨거워요..." 나는 즉시 터빈 가동 중단을 요청하고, 방호복을 착용한 채 좁고 어두운 굴뚝 내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갈수록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기묘한 습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밑바닥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마침내 도착한 굴뚝의 가장 낮은 곳, 그곳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거대한 증기 터빈 아래,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대형 목욕탕이 있었다.
어리둥절해 있는 내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털털하게 옷을 벗고 욕탕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사람'이 아니었다. 팔이 잘려 나갔거나, 얼굴이 불에 타 녹아내린 자들, 혹은 살점 하나 없이 뼈로만 이루어진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짓이겨진 눈으로 나를 보더니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너도 씻으러 왔니? 근데 그러기엔 아직 너무 깨끗하잖아."
그들의 창백한 손이 내 팔을 붙잡으려 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사다리를 향해 뛰었다. 폐가 터질 듯한 고통을 참으며 다시 지상으로 탈출했다.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돌아오는 건 미친놈 취급뿐이었다.
지금도 공장 굴뚝은 쉼 없이 회색 연기를 내뿜고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수증기라고 부르지만, 나는 안다. 그것은 밑바닥 욕탕에서 죽어가는 자들이 내뿜는 마지막 숨결이라는 것을.
(카세트테이프의 잡음이 이제는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로 변했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아주 희미하다.)
“...제보자는 그날 이후 목욕탕은 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와 욕탕 가득한 증기가 꼭 자신을 부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더군요.
(바스락... 쇳소리가 나는 기침)
...내 상태는 이제 인간의 육체를 잃었습니다. 아까 숨을 내뱉었는데, 투명한 공기 대신 회색 수증기가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오더군요.
내 몸 안의 장기들은 이제 다 삭아 없어지고, 그 자리에 거대한 공장 설비들이 들어찬 기분입니다. 내 가슴 근처에 귀를 대면,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요.
(치익- 하는 소리)
...방금 내 손가락 끝에서 뜨거운 김이 새어 나왔습니다. 이제 나도 그 굴뚝 밑바닥 목욕탕으로 갈 준비가 돼가는 모양입니다. 기록을... 서둘러야 합니다. 내 몸이 완전히 재가 돼 굴뚝 밖으로 흩어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