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기자가 들은 익명괴담: 당신이 모르는 일

[기록 22: 할증(割增)]

by 겜노인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이제는 잉크가 끓는 듯한 불쾌한 고음을 낸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갈라져서, 문장을 맺을 때마다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마이크로 흐른다.)


“...스물두 번째 기록입니다. 이건 어느 시골 공장의 한 부장으로부터 들은 일입니다. 아끼던 친구가 실종된 상황에 대해 횡설수설했던 그런 내용이죠.

그가 잡아탄 택시, 그 안에서 그는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돈이 아닌 다른 걸 원했던 그 택시의 기억 끝에 내뱉지 못한 그날의 이야기가 할증을 붙이는 기묘한 택시의 기록입니다.”


공장 잔업이 끝난 시각은 새벽 2시. 경기도 외곽의 외딴 공단 앞은 가로등조차 졸음겨운 듯 깜빡이고 있었다. 읍내 터미널로 가는 막차는 이미 끊긴 지 오래. 스마트폰 호출 앱은 '배차 가능한 택시가 없습니다'라는 무심한 메시지만 띄울 뿐이었다.


그때, 저 멀리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노란 헤드라이트 불빛이 다가왔다.


끼이익—


낡은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멈춰 선 것은 요즘은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80년대 구형 스텔라 택시였다. 낡은 페인트 도색 위로 습기가 번들거렸고, 차 안에서는 눅눅한 물비린내가 풍겼다.


"터미널까지 가나요?"


운전석의 기사는 대답 대신 고개를 까딱였다. 남자는 홀린 듯 뒷좌석에 올라탔다. 차 안은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데 기묘하게 서늘했다. 엔진 소리는 마치 물속에서 기포가 터지는 것처럼 쿨럭거렸다. 적막을 견디다 못한 남자가 말을 건넸다.


"이 시간에 이 동네까지 손님이 좀 있나요?"


백미러로 비친 기사의 눈은 가느다랗게 감겨 있었다. 그가 입을 뗐다.


"없어요."


목소리는 젖은 수건을 짜는 듯 축축했다. 택시는 읍내가 아닌, 점점 더 깊은 숲과 저수지 방향으로 속도를 높였다. 불안해진 남자가 다시 물었다.


"기사님, 길을 잘못 드신 것 같은데... 읍내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기사는 운전대를 꽉 쥔 채 정면만 응시하며 아주 천천히 답했다.


"그게... 없어요."

"네? 뭐가 없다는 건데요? 시간요? 아니면 길요?"


남자가 등받이를 붙잡고 상체를 내미는 순간, 기사가 고개를 180도 돌려 남자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초점이 없는 눈동자 너머로 시커먼 물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당신이... 갈 곳이 없다고."


그 순간, 남자의 시야가 일그러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딱딱한 시트 위가 아니었다. 그는 차가운 물속에 처박혀 있었다. 택시는 온데간데없고, 그는 호수 한가운데서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발밑은 늪처럼 질척였고 산소는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


허우적거리는 남자의 발밑, 깊은 수렁 속에서 노란 헤드라이트 한쪽이 번뜩이며 켜졌다. 수면 아래 잠겨 있던 낡은 택시의 보닛이 마치 거대한 아가리처럼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스피커가 터진 듯한 기계음이 물결을 타고 고막에 박혔다.


[지연 시간 종료. 지금부터 '생명'이 할증됩니다.]


남자의 비명은 거품이 되어 수면 위로 흩어졌다. 보닛 속으로 남자의 다리가 빨려 들어갔고, 호수는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해졌다.



(카세트테이프의 잡음이 이제는 잉크가 쏟아지는 듯한 소리로 변했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아주 희미하다.)

“...아직도 찾지 못했습니다. 대신 주민의 제보로 그곳에서 오래전 추락해 잠겨버린 택시 한 대를 발견했습니다. 기사의 모습도, 그 남자도 없었죠. 정말 덩그러니 택시만 있었습니다."


(바스락... 잉크가 뚝, 뚝 떨어지는 소리)

...내 상태는 이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아까 물잔을 잡았는데, 내 손가락 마디마디에서 물이 조금씩 세어나고 있더군요. 그곳에선 물가의 비릿한 냄새가 났습니다.


(문밖에서 긁는 소리)

...방금 내 방 창문 밖으로 차량 한 대가 보이는군요. 차에선 물이 흐르고 있어요. 이제 나를 태우러 온 모양입니다. 기록을... 서둘러야 합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