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 코너지만 생각날 때마다 쓰고 싶은 기록
호기심이란,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감정 같다. 호기심이 없었다면 세상은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고, 어쩌면 사라졌을 무수한 역사나 이야기들을 전해 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계속 남기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런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시작된 하나의 개인적 코너. 최근에 벌어진 한국 게임 업계에 느끼는 다소 삐딱할 수 있는 호기심을 다뤄볼까 한다. 어쩌면 삐딱할 수 있고 아니면 통렬하거나 시원할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게임 업계를 바라보며 느끼는 여러 호기심과 질문, 그리고 답변을 생각해보며 시작해본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다양한 후보작 중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기업-게임에게 상을 수여하는 행사다. 지난 '수상한 그들만의 리그, 대한민국 게임대상'(https://brunch.co.kr/@jikigame/19) 글로 다룬 내용이지만 이번 호기심은 좀 다르다. 넥슨의 본사는 일본 기업인데, 수상을 하게 됐다.
지난 2011년 12월 14일에 넥슨은 일본의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는데, 이때 본사를 한국 법인에서 일본 법인으로 변경했다. 즉, 일본 기업이 됐다. 현재 넥슨의 대표는 '오웬 마호니'다. 넥슨코리아는 이정헌 대표가 맡고 있다. 오웬 마호니 이름이 낯설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이리저리 따져봐도 넥슨은 일본 기업이다. 당시 넥슨이 일본에 상장할 때 '매국노'라는 비판도 많이 나왔지만 어차피 남의 일이라 어느새 쏙 사라졌다.
그렇다면 넥슨코리아가 수상하게 된 것이 애매해진다. 그렇게 하면 해외 본사를 둔 게임 회사가 한국 내 지사를 설립해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면 -넥슨처럼- 대한민국 게임대상 내 수상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애매하다면 그라비티를 생각해보자. 2005년 김정률 회장이 회사 지분 52%를 일본 소프트뱅크의 게임 부분 지주회사 '겅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에 매각했다.
그럼 그라비티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내 대상이 될까 아닐까. 아마 정답은 기준을 정한 분들만 알고 있지 않을까. 어쨌든 궁금한 사안이다.
한국 게임 업계 내 큰 화두였던 사례이기에 함께 다뤄보는 블리자드 이모탈 사태다. 업계 모 지인과 나눈 대화에서 나온 내용으로 블리즈컨 2018의 대미를 장식한 디아블로 이모탈이 사실은 일반 공개 타이틀이었고, 디아블로 4로 예측됐던 게임이 마지막에 등장할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디아블로 이모탈의 공개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다. 블리즈컨의 대미를 중국 외주사 넷이즈가 만든 게임으로 장식했다는 점부터 1년 전부터 무수히 뿌려진 수많은 떡밥의 결과가 모바일 게임이라는 점에서 많은 유저들이 비난을 쏟아냈다. 비싼 돈을 주고 현장에서 발표를 기다린 무수한 블리자드 마니아들의 가슴에 비수를 박아버렸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뒀던 부분이라서 적잖이 놀랬다.
어쨌든 소문과 소문이 타고 나온 걸 들었다는 지인의 말을 정리하면 ▲디아블로 이모탈은 메인이 아닌 일반 공개용 타이틀, 즉 우리 모바일도 나온다 정도 수준 ▲블리즈컨 발표 며칠 전에 긴급하게 타이틀 미공개로 선회, 이유는 차이나조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중국 서비스는 넷이즈가 담당 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저는 중국 게이머라는 점 등이었다.
조금 더 정리하면 대형 타이틀의 발표가 있기 전 어떤 사안이 긴급하게 결정됐는데, 그 부분은 이 타이틀과 연관이 있는 협력사 측에서 어떠한 이유로 공개를 미뤄달라고 했고 블리자드가 이를 수락했다는 것. 특히 이번 결정은 중국 내 신작의 서비스 측면에서 매우 중요했으며, 이 발표를 자사의 차이나조이 행사에서 핵심 타이틀로 공개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한 것은 이렇다. 넷이즈 측에서 긴급하게 공개를 미뤄달라고 한 게임이 만약에 '디아블로 4'로 불리는 MMORPG 일명 '월드 오브 디아블로'이고 이 게임의 중국 서비스를 넷이즈가 담당하게 된 상태에서 차이나조이 2019의 핵심 카드로 공개해 자국 내 붐은 물론 전 세계적인 화제, 이목을 집중시키겠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조건이 수락되려면 넷이즈가 이번 서비스에 엄청난 계약금과 수익 개런티를 약속해야 한다.
넷이즈는 이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서비스하며 중국 내 유저들의 동향부터 모든 서비스 지표를 파악했다. 그리고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IP를 활용한 게임 개발을 진행할 정도로 끈끈한 관계 -중국 말로 꽌시(关系)-를 맺고 있는 상태다. 블리자드 입장에서 중국 내 서비스를 하기 위한 가장 최적의 파트너 역시 넷이즈다.
그런 곳에서 천문학전인 계약금과 수익 개런티를 약속하며 월드 오브 디아블로의 공개를 미뤄달라고 했다면 고심했겠지만 블리자드 입장에서 수락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어쨌든 이는 입과 귀를 통해 전해진 이야기이고 필자 역시 디아블로 이모탈이 블리즈컨이라는 한 해 농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는 점에 뭔가 '어른의 사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들은 이야기라 솔깃했다.
이 호기심의 결론은 내년 차이나조이 2019 또는 넷이즈의 중국 내 대형 간담회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