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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Nov 24. 2018

넥슨 '아스텔리아'의 오픈 베타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기획] 물이 들어온다고 무조건 노부터 젓는 건 아니다

로스트 아크의 서버 증설이 시작됐다. 문제가 됐던 대기열 문제가 대폭 해소됐다는 반응이고, 스마일 게이트 역시 꾸준히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2주간의 기간 동안 대기열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실시간 검색어 노출부터 커뮤니티 사이트 대란, 반중 감정 사태 등 다양한 이슈로 노출됐고 그로 인해 화제성까지 챙겼다. 의도했던 아니던 어쨌든 로스트 아크는 선전 중이다.


또 하나의 MMORPG가 국내 PC 온라인 게임 시장을 두드린다. 넥슨의 '아스텔리아'(Astellia)가 그 주인공이다. 이번 오픈 베타는 유저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흔히 말해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연히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번 오픈 베타는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스타를 통해 공개된 게임 플레이만 봐도 그렇다.

아스텔리아 홈페이지. 테라가 떠오르는 건 나뿐일까? <사진출처: 공식 페이지 캡처>


"아케론에서 프로젝트 A로 전환, 그리고 아스텔리아로 최종 확정.. 자신 없었나?"


왜 그런지 살펴보자. 아스텔리아는 2010년 한게임과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던 '아케론'이란 게임으로 처음 대중에 알려졌다. 실제 플레이 모습과 외형을 드러낸 건 2011년 5월 한게임 EX 2011 행사였다. 당시 스팀펑크 세계관을 활용하고 기계와 마법 2개의 진영이 나눠져 대립하는 내용으로 전개되는 게임이었다. 2011년 하반기 CBT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었으나 진행되지 않았고 갑자기 소식이 뚝 끊어지게 된다.


그러다 2012년 11월 지스타 2012에서 프로젝트 A라는 임시 명칭의 게임으로 다시 공개된다. 기계 문명이 사라졌고 전체적으로 '테라'와 흡사한 판타지 풍의 게임이 됐다. 카드를 활용한 보조 캐릭터 소환 이용 방식은 그대로 존재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개성을 줄이고 시장의 논리에 많이 타협한 느낌을 줬다. 한마디로 경영진 또는 퍼블리싱의 의견이 적극 반영돼 일명 '물갈이'를 한 느낌이 들었다.


당시 대형 MMORPG들의 공개, 취소가 반복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과도한 콘셉트보단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무난한 콘셉트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물론 정확한 건 내부 직원들과 관계자들만 알겠지만 외부의 영향보단 한게임과 경영진의 우려 때문에 변경됐을 확률이 높다. 그러다 2013년 7월 한게임의 요청에 의해 계약 해지가 된다. 그리고 중국 회사 쉰레이와 곧바로 중국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다.

지스타 2013에서 공개된 프로젝트A(현 아스텔리아) 플레이 화면 <사진출처: 영상 캡처>


지스타 2013에서 모습을 다시 드러내지만 플레이 영상뿐이었다. 당연히 실제 플레이 가능한 다른 게임들에 밀려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후에도 별 다른 소식은 나오지 않다가 2015년 7월 바른손이엔에이가 퍼블리싱 사업 철수를 선언하면서 프로젝트 A 팀이 '스튜디오 8'의 별도 회사로 분사한다는 소식만 나왔다. 그러다가 2016년 뜬금없이 넥슨이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다. 아마 '히트'(H.I.T) 모바일 게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히트 역시 바른손이엔에이와 연관이 있다.


중국 퍼블리셔 쉰레이의 요청에 의해 2016년 9월 계약 해지가 돼 온전히 넥슨만의 게임이 된다. 그리고 그 해 지스타 행사에서 플레이 영상이 공개된다. 정식 명칭은 아스텔리아로 확정됐으며, 그래픽과 세계관 많은 부분에 변화를 줬다. '진'(Jinn)이라는 이름의 보조 캐릭터는 '아스텔'(Astel)이란 명칭으로 바뀌었고 쓰임새도 훨씬 다양해졌다. 그리고 2017년 아스텔리아의 모바일 버전이 개발될 것이라는 소식 이후도 올해 지스타까지 조용히 보낸다. 그리고 첫 시연 버전을 내놓는다.


"2018년 12월 13일 오픈 베타 서비스에 착수하는 아스텔리아.. 과연 옳은 선택일까?"


그러나 평가는 그리 좋지 못하다. 지스타 시연 버전은 그래픽 부분에서 큰 혹평을 들었고 게임성에 대해서도 너무 올드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모바일 게임으로 대형 프로젝트가 줄줄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과 로스트 아크가 주목받는 상황으로 유저들이 다시 PC MMORPG를 찾기 시작하는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인상밖에 들지 않는다.

소환수인 아스텔이 없으면 테라와 매우 흡사한 전투 느낌을 준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게임성이다. 이 게임은 1인 파티형 게임을 추구하고 있다. 다양한 카드 소환을 통해 최대 3마리의 아스텔을 불러내고 전투 양상을 유리하게 바꾸는 식이다. 아스텔은 TCG 개념처럼 패시브, 액티브, 버프, 디버프 등 다양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어떤 아스텔 소환에 따라 전투 양상이 많이 달라지게 된다. 유저가 직접 사용하는 일반 스킬도 다수 존재한다. 이를 조합해서 혼자서도 파티 플레이, 전략적인 플레이를 하는 느낌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 게임성이다.


하지만 둘 다 성향 자체가 강해 강점들을 상세시키는 느낌이다. 필드에서 일반 스킬로 사냥하다 보면 아스텔의 존재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다. 뭔가 효과가 있다는 식은 개발사의 의견일 뿐이고, 결국 유저들은 전략으로 전투 또는 상황에 맞춰 아스텔을 선택하기보단 마구마구 스킬을 난사하고 있을 것이 뻔하다. 뒤로 갈수록 좋은 몇 개의 아스텔만 사용하게 되고 전략성보단 개인적인 스킬이나 성장 측면에 초점이 맞춰진다.

과도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소환 아스텔 카드 부분 <사진출처: 공식 플레이 영상 캡처>


MMORPG의 펫은 보조적인 역할만 한다. 아스텔이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계속 전투, 상황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건 개발사의 바람이지 실제로 플레이 한 유저들은 자신의 조작만 신경 쓸 뿐, 아스텔의 가치에 대해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즉 별 성 높은 3마리의 직업에 특화된 아스텔을 구해서 장착하면 이후엔 소환력(아스텔을 불러서 사용하는 게이지) 정도만 신경 쓸 뿐이다.


전투 방식은 '테라'와 매우 흡사했다. 직업군이 다양하진 않아 게임 내 모든 캐릭터나 상황을 체험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우리에게 익숙하고, 잘 알려진 평이한 수준이었다. 뭔가 개성 넘치는 걸 추구하는 건 아니지만 이 조작은 장시간 플레이하기엔 피로도가 상당하다. MMORPG는 장시간, 오랜 기간 즐기는 게임이다. 전투에서의 피로도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근데 아스텔리아는 최근 모바일 게임 트렌드도, 그렇다고 해서 하이브리드 개념도 아닌 고전 플레이를 지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전투를 선호하는 층이 아직도 많이 있을지는 낙관하기 어려웠다. 로스트 아크는 쿼터뷰 시점의 일명 '디아블로'식 게임이다. 조작은 쉬운 편이고, 복잡한 조작은 인던과 레이드 정도만 있다. 그 외 전투 피로도는 상당히 낮다. 그러나 아스텔리아는 기본 전투도 조작 요소가 많이 반영돼 제법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특히 타깃팅이 아닌 조준, 설치형 스킬들은 조작도 어렵고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매우 시원하고 빠르던가, 아니면 조작이 쉽던가 둘 중 하나를 하자..<사진출처: 공식 플레이 영상 캡처>


"어렵고 귀찮으면 사람들을 결국 하지 않는다. 그 사이에 대형 MMORPG들은 자동사냥으로 복잡한 조작을 추구하는 유저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아스텔리아가 PC MMORPG의 규칙을 잘 반영해 출시한다고 해도 그건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확률이 높다. 당장 12월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내 넷마블, 엔씨소프트의 대형 모바일 게임들이 쏟아진다. MMORPG를 즐기는 층은 거의 같다. 그들은 당장 더 편하고 나은 게임으로 이동할 확률이 높다. 모바일 조작이 최종적으로는 PC 버전보다 편하긴 어렵지만 대 부분의 게임 유저들은 적응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스텔리아의 캐릭터나 배경 등이 큰 매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검은 사막 PC 버전과 비교해도 장점이 많지 않고 캐릭터 외형은 넷게임즈의 오버 히트나 지스타 2018에서 공개됐던 '세븐 나이츠 2' 버전에 비교해도 나아 보이진 않는다. 커스텀 기능이 제공될지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미 2~3년 나온 게임부터 모바일 게임들이 매우 탄탄한 커스텀 기능을 제공했던 걸 고려하면 천지개벽할 수준이 아닌 이상은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쏟아질 모바일 MMORPG와 경쟁에서 아스텔리아는 승산이 있을까. 고민 되는 부분.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럼에도 어른의 사정에 의해 출시를 준비한다면 아스텔리아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조작하고 즐기는 방식의 부담을 줄여줄 자동사냥을 추가해야 한다고 본다. 일반 전투의 피도로를 대폭 낮추는 것. 당연히 지금의 하드 한 조작은 인던, 레이드 등 대형 사냥 중심으로 쓰이게 된다. 초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소도 될 것이고 성장 시간도 많이 줄어 더 빠르게 엔드 콘텐츠로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문제의 DX 11 지원 여부부터 현재 듀얼 모니터, 또는 21:9대 비율의 와이드 모니터 해상도 등 다양한 해상도에서 문제없이 진행되는지 파악하고 이를 신속하게 홈페이지나 보도자료 등으로 공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 부분들은 로스트 아크 출시 당시에 지적받은 요소들이다. 충분히 현재의 주류 시장 층이 PC 게임을 즐길 때 고려하는 사항들을 체크해서 최적화됐는지 확인해 둔다면 훨씬 좋지 않을까. 그게 안된다면 지원 계획을 함께 발표해 빠른 시일 내 계선 될 것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물이 들어온다고 노를 젓기보단 그 배가 정말 바다로 갈 수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어쨌든 아스텔리아는 2개 남은 카드 중 하나를 사용한다. 오픈 베타를 시작하면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되고 마지막 카드를 언제 어떻게 쓸지 고심하게 된다. 로스트 아크와 경쟁, 그리고 PC MMORPG 시장 내 관심이 높다는 이유로 성급하게 노를 젓고 있는 것이 아닌지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이 어떨까. 노를 열심히 저어도 배가 형편없다면 멀리 갈 수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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