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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Nov 25. 2018

한국판 '아타리 쇼크'는 오지 않는다.

[사설] 냉정하게 살펴본 한국판 아타리 쇼크의 진실

아타리 쇼크는 1983년 북미 비디오 게임 시장을 강타한 대형 사건이었다. 현재까지도 게임 업계에서는 손에 꼽을 만큼 드문 사례이자 문화, 경영, 경제, 품질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는 사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플랫폼이나 한 국가의 게임 시장이 고착화되는 상황이 나올 때마다 아타리 쇼크 사태가 언급된다. 우리나라 게임 업계 역시도 최근까지 꾸준히 위기설이 대두되며 한국판 아타리 쇼크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런 일이 오지 않는다. 이는 간단하게 몇 개의 이유로 압축할 수 있는데 그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국내 게임 환경은 한국 업체는 물론 해외 업체의 영향을 골고루 받고 있다.

-현재 게임 플랫폼은 PC부터 콘솔, 모바일, 아케이드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모바일 게임 산업 외 게임 산업 쪽 종사자도 많고, 규모도 크다.

-게임 주 소비층이 자금력이 있는 30~40대로 이동했다.

-정보가 많아 질이 낮은 게임에 대해선 유저 스스로가 판단해 거른다.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알고 있는 인구가 매우 다양하다.


1983년 비디오 게임은 거실을 차지한 TV의 성장세를 등에 입고 탄력을 받은 대표적인 산업이다. 당시 TV들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신 사업은 많은 기업들의 이목을 받아왔다. 그중 비디오 게임은 '디지털 놀이'로 아이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화면에 움직이는 무언가를 조작해 스포츠를 즐기거나 레이싱을 하는 등은 놀이가 부족하던 당시엔 매우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것이었다.


이런 게임이 매달 몇 십개씩 나와도 당장 아타리 쇼크는 오지 않는다. <사진출처: 아타리 2600>


그러나 현재 시대는 놀이가 매우 광범히 하고 게임 관련 플랫폼만 해도 수십 개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든지 즐길 수 있고, PC와 콘솔, 심지어 VR 등 다채로운 플랫폼으로 매일 게임을 접할 수 있다. 국내에서 게임을 한 번 이상 접한 인구가 전체 인구 70%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KOCCA 2017년 게임 이용자 실태 조자 보고 참고) 이미 상당수가 게임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즐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시장은 자연스럽게 글로벌화가 돼 있는데 트위치나 유튜브를 통해 신작 게임부터 북미, 일본 내 중소, 인디 게임들의 정보도 빠르게 접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 앱스토어로 매일 전 세계 인기 모바일 게임 통계도 볼 수 있고 바로 다운로드하여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패키지 게임도 굳이 매장에 가지 않아도 살 수 있고,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게임의 영상을 쉽게 검색하고 찾아 확인할 수도 있다.

정보의 홍수, 언제든지 게임에 대한 걸 확인하고 찾을 수 있다. <사진출처: 유튜브 캡처>


가장 우려가 많이 되는 부분은 국내 게임 산업의 쏠림 현상이다. 모바일 게임에 업종이 집중되면서 아타리 쇼크처럼 소비자들의 외면을 사거나 경쟁 산업의 침략에 대비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일이 생길 것이라는 것. 간단하게 다시 이야기하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국내 게임 산업이 중국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지만 매우 정치적인 이유로 성과가 줄고 있을 뿐,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아티리 쇼크가 올 확률이 높은 건 내수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이 가능성이 크다. 물론 당장 전 세계 게임 산업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입장에선 아주 먼 이야기지만 해외 시장과 경쟁하며 경쟁력을 추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오히려 수준의 도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며 자국 내 유저들의 외면을 살 수도 있다. 이럴 때 아타리 쇼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아주아주 낮은 확률이다.


정보가 매우 다양해진 점도 아타리 쇼크의 발생 원인을 줄여준다. 소비자들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패키지나 일부 잡지책의 리뷰 정도에 의존해 게임을 사야 했던 1983년(월드 와이드 웹은 1989년 등장했다)과 달리 지금은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아무리 꽁꽁 정보를 싸매면 판매만 안될 뿐, 홍보나 광고, 마케팅 등의 활동을 조금만이라도 하면 전 세계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가 노출될 수밖에 없다.

1982년 북미 지역 내 신문 광고. <사진출처: 아타리 홈페이지>


소비자들은 현명하다. 특히 젊은 층의 유저들을 공략하는 게임들은 더욱 그렇다. 소비자들은 게임 구매 전 다양한 정보와 영상 등을 살펴보며 구매를 결정한다. 단순히 책을 한 권 살 때에도 꼼꼼히 확인하고 살 정도인데 6만 원 이상하는 게임을 구매할 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모바일 게임도 마찬가지다. 설문 조사 중 재미있는 내용이 있었는데 구매력이 있는 30~40대는 게임 초반에, 구매력이 약한 10~20대는 게임 중반에 아이템 결제를 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30~40대를 낮춰 보는 게 아니라 그들은 충분한 경험이 쌓여 효과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고 10~20대는 낮은 자금력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오랜 시간 게임을 살핀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내용이 나와 있는데 묻지 마 구매를 할 유저가 얼마나 될까. 아타리 쇼크가 발생하기 위해선 부족한 정보와 무작정 구매하고 보자는 시장의 분위기가 팽배해야 한다. 닌텐도 스위치가 국내 20만 대 이상 팔렸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이걸 보고 "20만 명이나 가진 게임기잖아! 나도 사야겠어!"라고 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 것 같은가. 당연히 있겠지만 그는 이미 그전부터 스위치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 구매를 망설이다 구매해야 할 핑계를 찾은 것뿐이다.

쏟아진 수많은 정보, 그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걸 찾는 소비자들. <사진출처: 루리웹 캡처>


국내 모바일 게임이 발전 사항 없이 그래픽과 '무작위 확률성' 과금에 의존하고 있어 어느 순간 중국 또는 다른 국가의 게임에 밀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쉽게도 그럴 확률은 없다. 중국 게임들이 오히려 국산 게임에 밀리는 일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소녀전선 같은 특수한 사항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게임이 국내 주류 게임들보다 많은 유저와 매출을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리고 넷마블-엔씨소프트-넥슨으로 축약된 국내 게임 시장은 나름 품질 면에서 상위 평준화가 돼 있다. 모든 게임들이 베스트라고 보긴 어렵지만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한 품질 유지 능력이 있으며, 최소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재미를 줄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물론 과금 기반의 중심이기에 콘솔 또는 PC 게임 등에 익숙한 유저들에겐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고 단정할 순 없다. 플랫폼마다 특징이 있고 이를 선호하는 유저 층의 재미 판단 여부는 모두 다르다.

국내 유저들은 전 세계에서도 유례 없이 꼼꼼하고 현명한 소비자다. <사진출처: 지스타 페이스북>


마지막으로는 활로가 다양하게 열려 있는 게임 시장 때문이다. 국내 게임 산업은 수출에 집중해 왔다. 내수에서 큰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한계가 명확하고 다양한 특성과 재미, 성격을 가진 게임들은 어느 나라, 어떤 유저에게 먹힐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건 당연한 일이 되고 있다. 특히 언리얼 엔진부터 유니티 엔진 등 개발 환경이 다양한 플랫폼에 유리하고 퍼블리셔가 아니어도 직접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개념 등이 존재 누구든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더 많은 이유로 한국판 아타리 쇼크는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이나 유저, 평론가들이 한국판 아타리 쇼크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는 수익성이 높은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 게임 업계에게 보내는 경고장이 아닐까 싶다. 그들의 볼멘소리 뒤엔 우리나라 이름으로 나올 AAA급 콘솔 또는 PC 게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어 있다고 본다. 안주하지 말고 더 다양한 시도를 해달라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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