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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Nov 29. 2018

중국의 게임 길들이기, 진짜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사설] 중국 게임 규제의 표면과 진실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중국의 게임 규제가 상상 이상으로 커지고 길어지고 있다. 올해 8월 30일 시작된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는 외산 게임에 대한 차별을 넘어 자국 게임까지 과도한 잣대를 들이대며 숨통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규제의 핵심은 네트워크 IT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조항이다. 쉽게 말해 인터넷 기반, 중심의 게임 사용을 제한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8월 30일 시진핑 중국 수석은 어린이 및 청소년들의 근시를 예방하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지침으로 PC와 모바일을 포함한 네트워크 IT기기 사용 제한을 발표했다. 이후 중국의 교육부 및 8개 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공식 성명서에는 게임 타이틀의 수와 인터넷 게임의 사용량을 규제하는 내용과 게임을 사용하는 청소년 연령에 맞는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규제가 포함됐다.


이번 규제로 중국 내 12세 이하 사용자들은 모바일 게임 사용 시간이 연속적으로는 15분, 일 최대 1시간으로 제한되며, 19세 이하 이용자는 2시간으로 한정된다. 그리고 중국 내 퍼블리셔들의 서비스 제한 총량도 함께 이루어진다.  퍼블리셔마다 정해진 게임 개수 이상은 서비스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아직 연 기준인지, 또는 회사 전체 규모에 따른 개수 제한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규제 발표 자료, 게임 총량제 도입 <사진출처: 보도자료>


중국 정부를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16년 하반기부터 외산 게임에 대한 판호, 특히 한국 게임에 대한 서비스를 제한해왔다. 그리고 올해 4월부턴 자국의 게임 '내자 판호' 역시 중단했다. 판호는 중국 내에서 게임 서비스를 하기 위해 정부의 허가를 받는 과정이다. 종전에는 광전총국 기관에서 총괄했으나 올해 선전부 국가 신문 출판 서로 이관된 후 아직 내자 판호는 발행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텐센트다. 당장 캡콤의 인기 게임 '몬스터 헌터 월드'의 PC버전 서비스가 중단됐으며, 모바일 버전 배틀 그라운드의 수익화도 실현하지 못했다. 배틀 그라운드 게임은 현재 중국에서 서비스 중이지만 유료 결제 모델이 반영돼 있지 않아 사실상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상태다. 당시 텐센트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계약금으로 제공했으나 현재까지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게임사들의 주가로 일제히 폭락했다. 텐센트는 발표 후 5% 이상 하락했으며, 현재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나스닥 증권에 상장된 퍼펙트 월드는 7.2% 급락, 중소 게임사인 유즈 인터렉티브, 아워팜 등은 심천 증권거래소 기준 6~8% 이상 떨어졌다. 그 외 많은 회사들이 5~9% 이상 하락했고 현재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중단 및 환불로 크나큰 손해를 입은 텐센트의 몬스터 헌터 월드 PC버전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이 같은 제한에 대한 여러 언론들은 중국 정부의 게임사 길들이기라고 보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그렇지만 중국 정부가 뜬금없이 게임사를 공격하는 상황과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단순히 길들이기라는 이유로 막대한 손해를 만들어낼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길들이기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정부가 기업을 다스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세금 부과를 높이면 된다. 그리고 수익의 투명화 및 경영 감독을 위해 사외 이사를 직접 임명해 배치시키거나 강도 높은 세무 조사를 분기, 반기마다 시행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방법을 빼고 굳이 경쟁력 약화라는 수단을 꺼내 든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쪽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전했다. "표면적으로는 청소년 건강이고 알려진 내용대로는 글로벌화되는 중국 게임사를 견제해 현재의 중국 정부가 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하기 위해서라고 돼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번 규제는 게임사를 때리겠다는 의미보단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젊은 청소년 층의 인터넷 사용 규제다"


중국 정부는 최근까지도 여러 이슈로 몸살을 앓았다. 그 와중에 가장 크게 겪은 문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내홍이었다. 페이스북이나 외산 채팅 앱 등을 일찍부터 제한하고 있었으나 자국 내 만들어진 앱에서 이루어지는 일까지 모두 제한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그중에서도 단연 어려운 건 '게임 내 채팅'이다. SNS와 앱 등은 분석을 통해 반정부적인 입장의 유저를 추려낼 수 있지만 게임 내 채팅은 막아내기 매우 어려운 존재다.

중국 내 던전 앤 파이터의 인기는 굉장하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게임사 채팅 로그를 분석하는 일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산 게임의 경우는 중국 정부가 나선다고 해도 다른 나라 국가의 서버를 열어 볼 수 없다. 국가 차원에 불편한 이슈가 될 것이고 현재 진행 중인 규제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수도 있다.


텐센트에서 현재 서비스 중인 대표적인 PC 게임은 넥슨의 '던전 앤 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다.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은 던전 앤 파이터 게임 하나로 2017년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했다. 매출액 기준 영업이익 비율이 무려 93%다. 2016년 기준으로 크로스 파이어는 1조 3천억 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비율은 던전 앤 파이터에 비할 수는 없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채팅이 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중국 정부 입장에선 곤욕스러운 존재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일일이 모니터링할 수도 없고 설령 내용을 알았다고 해도 당장 해당 유저를 찾아내 잡기도 쉽지 않다. 이곳에서 반정부적인 내용의 글이 돌거나 중국 정부의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질 경우 현재 중국 정부 입장에선 대안이 없다. 채팅이 가능한 모바일 게임도 마찬가지다.

왕자영요는 중국 내 리그 오브 레전드로 불리며 1조원 넘는 매출을 기록 중인 게임이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텐센트는 이 같은 규제가 발휘되자 자사의 인기 게임 '왕자영요'(Honour of Kings)의 실명 인증제를 도입했다. 그리고 PC 게임 등 여러 부분에서 중국 정부가 마련한 규제를 따를 수 있도록 제도적 측면에 변화를 추구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더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라는 말이 있다. 중국 정부의 제한은 젊은 인구의 욕구에 반하고 있다. 그들이 현재의 정부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시진핑 주석이 꿈꾸는 세상도 쉽지 않다. 싹은 어릴 때 잘라야 한다는 것처럼 중국 정부의 청소년 길들이기는 건강과 과몰입 방지라는 표면적 이유와 함께 지금도 시행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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