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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Dec 03. 2018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게임이 가져야 할 자세

[사설] 게임계 난무하는 정치적 이슈에 대한 견해

"FEMINISM RUINS EVERYTHING, FEMINAZIES ARE TRYING TO REWRITE HISTORY"


'페미니즘은 모든 것을 지키고, 페미니스트는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 갈 것입니다.' 남녀 사이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최근에 사건이나 시위 등에서 나온 문구가 아니다. 이 문구는 EA의 신작 FPS 게임 '배틀필드 V'(Battlefield V)의 론칭 파티 중에 나온 문구다. 미국의 소셜 정보 사이트 '레딧'(reddit)에 올라온 이 사진은 논란이 됐던 'Uneducated'(교육받지 않은) 발언 이후 또다시 배틀필드 V와 EA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이 곤란함은 EA와 배틀필드 V 팀이 선택한 부분이다. 론칭 파티 내 실수로 소셜 피드의 유명 문구가 올라간 것이라고 해명할 수 있겠지만 '절대 그럴 리' 없다. 디아블로 이모탈처럼 짜인 각본에 맞춰 정확하게 의도돼 노출된 것이다. 그런 것이라면 배틀필드 V를 욕하는 수많은 문구가 론칭 배너를 가득 채웠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일주일 만에 반값 할인을 한 배틀필드 V는 이젠 더 갈 곳이 없어졌다. 궁금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왜 EA는 자꾸 고집을 피울까? <사진출처: 게임 캡처>


영화부터 모든 문화는 '정치적 올바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매출적인 측면부터 상업적, 도덕적, 그리고 지금의 논란 평등주의에 대한 측면에서도 말이다. 대학생 시절 친구와 즐겼던 '사무라이 스피리츠 2'에서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강한 공격에 맞고 죽은 여성 캐릭터가 쓰러지면서 사라진 것. 이상했다. 왜냐하면 남자 캐릭터는 날이 지나간 방향으로 정확히 반이 쪼개져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임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가 그랬다. "일본에선 여성이 신체 훼손이나 이런 것에 민감해서 제외시켰데.." 어느 정도는 맞았다. 게임 심의 중 관련 부분에 대한 이슈가 있었다. 그땐 이걸 믿었다. 이런 상황들은 매우 다양한 게임들에서 엿볼 수 있다. 물론 최근의 과격해진 표현의 성인 만화들이나 문화에겐 해당되진 않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사이에선 저런 요소가 금기되고 조심해야 하는 요소로 인식돼 왔다.


"정치적 올바름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왜 드러내는가?"


사무라이 스피리츠 2의 이야기를 한 건 내가 가진 궁금증 때문이다. 왜 저럴까라는 의문은 어떤 의도를 생각하게 만들었고 결국 관련 답을 찾는 과정까지 연결됐다. 이런 방식은 게임이 정치적 올바름을 대하는 좋은 방법이다. 단순하지만 전하는 목적을 아주 쉽고 간단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배틀필드 V는 영상 공개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런 정치적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


여성주의를 뜻하는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 정치적 운동을 의미한다. 1837년 프랑스 유토피아 사회 철학자 샤를 푸리에를 통해 시작됐으며, 1890년대 영국, 1910년에는 미국에서도 사용됐다. 최근 유명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 2'(Red Dead Redemption 2)에서 여성주의 운동을 하는 NPC가 등장해 화제가 된 것처럼 옥스퍼드 사전 내에는 1895년을 여성주의의 해로 기록돼 있다.

레데리2에서도 등장한 여성주의. 그녀는 여성의 인권 향상 및 투표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진출처: 유튜브>


이 운동이 문제가 된다고 보진 않는다. 누구든 약자든, 강자든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그 운동을 찬성하고 따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운동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하는 건 이런 정치적 올바름이 과도해질 때다. 특히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통해 드러내질 때 우린 많은 '불편함'을 느낀다.


이 불편함은 단순히 여성주의를 싫어해서 생기는 불만이 절대 아니다. 이 불편의 골자는 "왜 이걸 여기서 봐야 하나?"다. 게임이라는 배틀필드 V라는 인기 시리즈의 최신작 게임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낸 페미니즘 이슈는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걸 미국의 극단적인 페미니즘 관계자들은 이런 사회적 편견을 눈감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요소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고 지적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린 왜 게임 내 정치적 올바름 요소가, 그것도 전쟁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지 모르겠다"


여성주의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인종 차별에 대해 여러 시각이 있듯이 사회주의나 자본주의, 민주주의 등에도 여러 시각이 있다. 여당이 좋을 수도 있고 싫을 수도 있으며, 보수나 진보 등 자신이 선호하는 것에 대해 비호할 수 있고 그 신념에 맞춰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하는 건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을 져버리는 일이다. 특정 목적(돈이나 권력, 정치적 이슈)이 수반되지 않으면 이런 선택을 할 수가 없다. 왜 나면 자신이 추구하는 신념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평등을 얻기 위해 남성을 공격하는 것이 어떻게 평등을 얻는 과정인가. 외국인과 내국인을 차별하는 세금 제도 같은 것도 논란이 된다.

게임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다. <사진출처: 지스타 페이스북>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지난번 말한 것처럼(우린 왜 게임을 하는가 https://brunch.co.kr/@jikigame/33) 글처럼 순수한 경쟁과 재미를 위해 대부분 게임을 구매하고 즐긴다. 물론 리뷰나 방송 등 다른 걸 목적으로 한 사람도 많이 있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늦은 저녁 퇴근 후나 주말 시간을 내서 게임이라는 세계 속에서 묵힌 스트레스를 푼다. 때론 친구나 가족, 연인과 하거나 전 세계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이 게임이다.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에게 반강제로 정치적 올바름을 전달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무수한 반대에 부딪힌다. 그 행위의 옳고 그름 때문이 아니다. 자신이 즐기고 싶은 온전한 시간을 방해받은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것이다. 적대 행위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적대감을 드러내게 만든다. 아무리 착한 사람도 일방적으로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위협을 받으면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 마련이다.


"게임 내 정치적 올바름은 필요 없다. 문화 요소처럼 풍자면 모를까.."


배틀필드 V의 반값 할인은 현재 게임으로써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들의 팬덤이 유지되는 건 20년 가까이 이 시리즈를 따르고 성원하는 게임 유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을 드러냄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이 시리즈를 즐겨야 할 이유와 동력을 잃고 있다. 그럼 게임 내 정치적 올바름은 어떻게 넣어야 하나? 이런 질문 자체가 다소 당황스럽지만 방법은 많고 의외로 간단하다.

풍자는 문화가 대중에게 생각을 전달하는 쉬운 방법이다. <사진출처: 락스타 홈페이지>

제일 쉬운 방법은 '풍자'다. 양반들을 풍자했던 '하회별신굿 탈놀이'는 지배계층인 양반과 선비의 허구성을 폭력함으로써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시켰으며, 중의 파계를 통해선 종교의 허구성을 비판했고, 나아가 상민들의 삶과 애환을 민속놀이로 잘 풀어냈다. 수많은 연극부터 만화,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들은 당시 시대가 가졌던 어떤 아픔, 문제를 소비자로 하여금 곱씹어보고 되새겨보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게임 내에서도 이러한 방법의 접근은 좋다고 본다. 그랜드 테프트 오토 5(Grand Theft Auto V)는 현재 시대의 가장이 겪는 불행부터 크게는 사회, 종교, 인종차별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풍자를 보였다. 이 과정 자체가 불편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람들은 "나도 그래!" 등의 공감을 표하며 웃어넘겼다. GTA5는 현재 약 9천5백만 장 이상을 올렸다. 락스타 측은 곧 1억만 장 판매 돌파가 예상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럼 GTA 5는 되고 배틀필드 V는 안될까. 안된다고 한 적이 없다. 이건 노골적이나 풍자냐 그 차이다. 여성주의 관련 서적이나 영화, 문화 콘텐츠를 찾아서 보거나 구매할 수도 있다. 그럼 반대로 이걸 싫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배틀필드 V는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시리즈의 팬 층을 무시하고 억지로 여성주의를 반영했다. 불만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론칭 파티에 참석한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를 했다.


정치적 올바름부터 시대의 변화, 소수의 목소리 다 좋다. 하지만 전달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면 그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현명한 소비자고 자신의 권리를 잘 아는 그런 사람들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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