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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May 14. 2019

게임 '월드워Z'(World War Z)가 놓친 3가지

[한 장 리뷰] 매드 독 게임즈 월드워Z(World War Z)

영화를 소재로 개발된 게임들은 대부분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다. 쉬운 이유를 꼽자면 영화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반대로 영화 틀에서 너무 벗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의 기준은 매우 애매하고, 이 기준에 어떻게 맞는지에 따라 영화 소재 게임의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게 된다. 물론 대부분 부정적이다.


문제는 이 기준이 정말 애매하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겪었던 감동이나 재미를 그대로 체험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고 반대로 영화가 보여주지 못한 대목이나 영화를 벗어나 자유도를 찾고 싶은 사람도 있다. 영화라는 하나의 기준이 서 있는 상태에서 개발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얼마나 될까?


게임 '월드워Z'의 경우는 영화가 주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가능하면 영화 속 밖에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했다. 어떻게 보면 극과 극을 달리는 반응의 영화 주제의 게임에서 중간 정도의 실리, 딱 그 정도를 선택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는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여기까진 그래도 좋았다. <사진 출처: 월드워Z 공식 홈페이지>


월드워Z 게임은 소설 '세계대전Z'를 소재로 만든 영화 '월드워Z'를 소재로 개발된 4인 협동 기반의 TPS 게임이다. 4명의 유저가 힘을 합쳐 주어진 난관을 뚫는다는 내용으로 진행되는 이 게임은 뉴욕과 모스코바, 도쿄, 예루살렘 등 총 4개의 무대를 펼쳐진다. 


첫 티저가 공개된 2017년 이 게임은 큰 주목을 받았다. '레프트 4 데드'(LEFT 4 DEAD) 시리즈 이후 주목할만한 좀비 웨이브 식 협력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몰려드는 좀비들을 물리치며 생존하기 위해 분투하는 레프트 4 데드 시리즈는 협력 기반의 생존형 게임들의 조상이자 동종 장르의 양산을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게이머들이 생각했던 월드워Z 게임 플레이.. 그러나 실상은...<사진 출처: 월드워Z 공식 홈페이지>


당시 공개된 월드워Z 게임은 이런 특징을 잘 살리면서도 화면 가득 몰려드는 좀비들의 파격적 모습을 통해 많은 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까마득히 밀려오는 좀비들의 모습은 원작의 소름끼치는 좀비들의 습격 장면을 매우 잘 살려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4인 협동과 성장 요소 등은 많은 유저의 기대를 샀다.


하지만 2019년 5월8일 월드워Z 게임 출시 이후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럭저럭 할만한 게임이라는 건 부정하지 못하겠지만 크게 놓친 3가지의 이유가 이 게임의 호평을 가로 막았다고 생각한다. 일부 혹자에겐 또 다른 수준 낮은 영화 게임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어떤 이유일까.


이 게임의 구조는 매우 획일화된 단순한 형태다. 매번 동일한 형태의 진행만 추구한다.<사진 출처: 월드워Z 공식 홈페이지>


첫 번째는 매우 어색한 밸런스 구조다. 레프트 4 데드의 밸런스 구성은 동종 장르의 사전처럼 완벽하다. 여러 동선으로 유저의 선택을 유도하고 무작위로 구성되는 적의 습격이나 아이템 배치 등을 통해 매번 새로운 방식의 도전을 하게 만든다. 유저 자체의 선택에 따라 같은 전장도 수십번, 수백번 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월드워Z 게임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10년 전 출시작 레프트 4 데드를 어설프게 따라한 퍼즐 요소로 전투 중 흐름이 끊어지기 일수고 한 개의 경로로만 진행되는 일차원적인 접근 방식 때문에 반복 플레이를 찾기 어렵게 만든다. 지형은 제한적이며, 유저들의 선택 역시 한정적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무작위 장비 상자다. 지형 이곳저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요소는 유저의 선택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전략적 행동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레프트 4 데드의 무기는 외형이 그대로 보인다. 유저가 마우스로 시선을 가져가면 어떤 무기인지 캐릭터가 외쳐서 알려준다.


전략적 장비 선택을 지워버린 무작위 아이템 상자..<사진 출처: 월드워Z 공식 홈페이지>


이는 유저가 멀리서도 해당 무기를 선택할지 안할지 전략적으로 판단해서 위험하지만 시도를 할지, 아니면 그냥 지나칠지 등 결정하게 만든다. 쉬운 요소지만 게임의 재미에선 큰 역할을 한 부분이다. 월드워Z의 경우는 이런 대목을 가려버리고 상자를 여는데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문제를 저질렀다.


두 번째는 어설픈 성장 요소다. 생존형 게임들은 조작이라는 요소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배틀로얄 장르도 그렇고 고전인 레프트 4 데드도 그랬다. 유저가 얼마나 잘하냐에 따라 더 높은 난이도에 도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어떻게 보면 월드워Z 게임 역시도 그런 부분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게임 내 균형이 묘하게 흔들렸다. 우선 성장 요소, 고생해서 올린 스킬 등의 요소가 게임 내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게임 내 대부분의 해금 개념의 패시브 스킬은 일부 능력치를 상승 시켜주는 정도다. 실제 게임 내에선 거의 체감이 되지 않는다. 매우 쉬움이나 어려움에서도 차이가 적다.


스킬은 패시브 중심이고, 실제 체감 수준은 미비하다. <사진 출처: 게임 캡쳐>


결국 조작을 잘해야 하는 상황인데 게임 내 조작 느낌이 어설프게 좋지 못하다. 조작 자체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기능 -더 디비전2의 회피성 구르기나 엄폐- 이 있었다면 뭔가 달라졌겠지만 아무리 조작을 잘해서 조준 사격 정도지 특별히 무언가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구성은 아니다.


클래스 별 차이가 크지 않은 것도 문제다. 캐릭터를 성장 시키는 과정은 꽤나 길고 지루함에 반해 성장의 효과, 클래스 별 차이가 미비하다. 4명의 조합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게임의 전략적 재미나 향방이 변화해야 하는데 이 게임은 그런게 없다. 게임을 자주 해본 사람이 좀 더 미션을 수월하게 한다 정도에 그친다.

총기의 변화가 전략의 형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도 뼈 아프다. <사진 출처: 월드워Z 공식 홈페이지>


성장 요소에 대한 기대감에 비해 캐릭터들의 변화는 적고 조작 자체로 승부를 내려고 해도 물량으로 몰려드는 적들을 상대하는 상황에서는 다소 무리다. 여기서 스킬이 무언가 큰 역할을 하거나 조작 자체에 영향을 줬다면 성장하는 캐릭터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더 높은 난이도로 도전하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본다.


마지막은 전체적인 콘텐츠의 질적 하락 및 모드의 부족이다. 애니메이션의 어설픔은 캐릭터성을 지우는데 한몫했고 누가 썼는지 모를 끔찍한 캐릭터 대사는 듣다가 힘이 빠져버린다. 4개의 챕터는 턱 없이 부족하고 그 안에 이야기 구성은 어설픈 B급 영화만 못하다. 영화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이부분은 더 뼈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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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캠페인과 PvP 밖에 없는 게임 모드는 개발자들의 성의 부족이 아닐까 싶다. 레프트 4 데드도 다수의 게임 모드를 도입해 단순함을 최대한 지우려고 애썼다. 10년이 지난 지금 웨이브 기반의 호드 모드나 터렛이나 장비를 구매하며 버티는 디펜스 모드, 한 번 죽으면 바로 사망하는 서바이벌 모드 등을 도입하는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DLC가 예정돼 있지만 기대에 비해선 한참 부족해 보인다.


월드워Z 게임을 전체적으로 총평하면 덜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DLC가 나온다고 해도 지금의 게임성에서 변화를 추구하기엔 분명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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