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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Jul 18. 2019

VR 게임에 대한 접근, "결국 정답은 흥미와 재미"

[인터뷰] 토마토브이알(TOMATO VR) 김한성 대표

재미있는 분을 만났다. 2016년 이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VR 게임 시장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고 올해만 3종의 VR 게임을 스팀과 기타 플랫폼으로 선보일 예정인 회사의 대표였다. 그분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한 방'에 기분이 좋아졌다.


2016년 설립된 토마토브이알(TOMATO VR, 이하 토마토 VR)의 김한성 대표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음대 교수 출신이며, 엔터테인먼트 쪽에서는 꽤 발이 넓은 전직 가수였으며, 공대 교수까지 역임했다. 어느새 시간이 흐린 뒤 그는 토마토 VR의 대표가 됐고 우직하게 이 일을 수행하고 있다.


"우연한 계기였던 것 같아요. 제4차 산업 혁명으로 VR 분야가 한참 뜨거웠거든요. 아시는 교수님의 추천으로 이 일을 하게 됐는데 너무 좋은 거죠. 꼭 90년대 인터넷을 만난 기분이었어요. 인터넷은 우리 삶에서 첫 번째로 만난 가상현실이었잖아요."

토마토 VR 김한성 대표


김한성 대표는 인터넷의 등장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큰 변화였다며 VR과 AR, MR 등은 향후 머지않아 이런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인터넷이라는 평면적인 형태를 넘어 영화 '매트릭스'처럼 느낄 수 있는 가상현실, 그것이 VR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팔리지 않아요. 아쉽게도 VR 게임 시장은 현재 매우 작은, 말 그대로 '스몰 마켓'입니다. 이곳은 겨우 2~300만 명 정도예요. 여기에 공격적으로 접근한 업체만 해도 전 세계 몇 백개 업체가 있을 거예요.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물론 소니 등 대기업도 포함돼 있죠"


수요보다 공급이 과잉되는 현상이 VR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김한성 대표는 지적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급자가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는 현상이 생기면서 문제는 더욱 확산됐다. 김한성 대표는 VR 개발사가 소비자를 분석하고 파악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문제는 개발사였어요. 수요인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기기만 파악하고 개발을 서두른 거죠. 많은 언론이 밀어주고 있었고 정부 지원부터 각종 특혜가 쏟아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개발사는 다른 걸 고민할 시간이 없었을 거예요. 그냥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겠죠"


이렇게 만들어진 VR 게임들은 소비자들의 철저한 외면을 샀다. 김한성 대표는 이 부분에서 개발사가 간과한 부분들을 몇 가지 언급했다. 첫 번째는 대중화였다.


"VR 게임은 일반적인 모바일, PC, 콘솔과는 다른 게임입니다. 어떻게 보면 완전히 다른 형태죠. 무선 컨트롤러에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쓰죠. 그리고 동작 인식과 듀얼쇼크처럼 복잡한 버튼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걸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보는 건 좀 문제가 있죠."

지난 6월27일 스팀을 통해 출시된 '파이널 아처' VR 게임


김한성 대표는 VR 게임은 기존에 우리가 접했던 많은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의 콘텐츠라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을 3~4년 했다고 해서 PC 게임이나 콘솔 게임을 잘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게임 경험이 많다고 해서 VR 게임 역시 조금만 접해보면 적응하고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


"특히 눈을 가린다는 건 매우 부담스러운 행위입니다. 이미 진입 장벽도 높은데 거기에 '하이스펙'의 PC와 복잡한 구성과 높은 가격의 HMD를 사야 하죠. 저희가 HTC VIVE를 처음 살 때는 무려 180만 원이 들었어요. PC까지 합치면 300만 원 가까웠죠. 장벽에 장벽을 더한 거죠"


그리고 여기에 높은 플레이 조작을 요구하는 게임성까지 더해져 VR 게임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내기 어려워졌다. 일반적 게임의 경험이 VR로 연결되긴 했지만 이는 최소 수준이었고 눈을 가린 상태에서 여러 조작을 유도하는 일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연결됐다.


"개발력과 기술력, 그리고 재미까지 인정받아야 하는 과정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야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죠. 그래서 파이널 아처와 더 로스트까지는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기술력과 개발력에 주력했습니다. 매출은 많이 나오진 않지만 이를 토대로 다음을 고민할 수 있게 됐습니다"

8월초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토마토VR의 신작 '더 로스트'


토마토 VR 개발진들은 이후 접근성을 높이고, 매우 쉽지만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4명이 협력 또는 경쟁하는 파티형 게임 '푸드 팩토리'(가칭)을 개발 중에 있다. 이 게임은 올해 내 출시 예정인데, 약 10개 이상의 캐주얼 게임을 탑재한 형태다.


"VR 게임의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높은 수준의 게임은 의미가 없습니다. 아케이드에서 쉽게 낮은 비용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방식의 게임과 플랫폼이 나온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VR 게임을 찾고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김한성 대표가 이야기한 두 번째는 흥미를 이끌어낼 콘텐츠의 다양성이다. 멋진 그래픽과 화려한 연출, 비주얼은 당장 시각을 사로잡을 수 있지만 VR 기기와 HMD의 높은 진입 장벽은 오히려 반감을 키우는 요소가 된다는 것. 앞에도 흥미가 생기긴 하지만 눈높이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흥미를 느끼는 콘텐츠가 VR 산업 자체에 절실하다고 말하고 있는 김한성 대표.


"화려하고 훌륭한 작품도 좋지만 대중들이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개발사가 노력해야 합니다. 대중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판단하죠. 단순히 좋고 뛰어나서보단 자신들의 수준에 맞춘 흥미 요소를 찾습니다. 우린 이런 VR 게임을 만들어야 하죠"


그가 예로 든 건 공부였다. 아무리 좋고 뛰어난 선생님이 있다고 해도 결국 학생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VR 게임이나 콘텐츠는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 하는 느낌을 준다. 제4차 산업 혁명이 도래했으니 이걸 꼭 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으로 소비자를 압박해버린 것.


가격대는 어쩔 수 없는 문제로 봤다. 소비자가 선택할 대안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강요받는 구조에 소비자들은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콘텐츠가 부족한 상태에서 비싼 기기라는 문제까지 더해져 지금의 상황이 생겼다고 김한성 대표는 말했다.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무선 형태의 디바이스부터 피코, 데이드림 등 다양한 플랫폼이 나와 소비자의 선택사항을 다양하게 만들 예정입니다. 그리고 5G 시대가 정착하면 저장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몇 년 안에 양질의 VR 기기들이 더 싼 가격으로 보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한성 대표는 이 시기를 맞춰 지금부터 소비자들의 진입을 유도하기 위한 흥미롭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시장을 읽고 판단하고, 소비자,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 진정한 VR 시대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청난 시기가 오기 전까지 저희 토마토 VR은 소비자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 다채로운 VR 게임 개발에 매진할 것입니다.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 외에도 스마트폰, 중저가형 VR 전용기기,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 VR(PS VR) 등으로 개발 능력을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김한성 대표는 향후 PS VR을 비롯해 다양한 플랫폼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한성 대표는 지금의 토마토 VR 개발진들과 함께 언급한 결과들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여 시장을 쫓아가기 급급했던 현재의 상황과 다른 확실하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VR 게임을 선보이는 것, 그것이 토마토 VR과 자신이 해야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김한성 대표와 진행했던 인터뷰는 끝이 났다. 필자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VR 산업에 대한 다소 부정적이었던 견해가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여전히 뜨거운 시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김한성 대표와 그가 이끄는 토마토 VR이 국내 VR 산업을 이끄는 사람과 업체가 돼 대중에게 사랑받는 그런 작품을 쏟아내는 회사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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