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명의 슈퍼스타와 손 맛 강조한 시원한 액션 배틀!
WWE 2K 시리즈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게임 시리즈이지만 유독 한국과는 큰 인연이 없었다. 많은 게임들이 현지화 정책으로 환호를 받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2K 퍼블리셔가 NBA 2K 시리즈와 자사의 다양한 게임을 현지화할 때도 유독 WWE 2K만 현지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설상가상 WWE 2K 20이 각종 버그와 글리치, 완성도 문제로 인해 시리즈 최악의 평가를 받으며 향후 시리즈 출시를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원래 예정됐던 WWE 2K 21은 실제로 개발이 중단되기도 했다. 팬들의 입장에선 서글픈 입장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오랜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온 WWE 2K 시리즈의 최신작은 당분간 만날 수 없게 됐지만 이에 맞춰 2K는 대안이 될만한 신작을 선보였다. 9월 18일 멀티 플랫폼으로 정식 출시된 WWE 2K 배틀 그라운드(WWE 2K BATTLE GROUNDS)가 그것이다. 놀라운 건 자막 한글화 출시라는 점!
게임은 2K에서 선보였던 캐주얼 농구 게임 'NBA 2K 플레이 그라운드' 시리즈와 흡사한 캐주얼 형태의 게임이다.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종전 WWE 2K 시리즈와 달리 이 게임은 단순 명료한 조작과 액션 요소, 그리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성과 모드를 갖춘 그런 게임이다.
WWE 2K 시리즈를 캐주얼화 시켰다는 점에서 종전 시리즈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WWE 2K 시리즈와 차별화된 점은 ▲단순화된 게임 모드 ▲슈퍼스타들의 5등신화 ▲심판이 없고 최소 규칙만 적용 ▲5가지의 타입에 따라 선수들의 동작이 거의 획일화 ▲최대 4명의 캐릭터만 등장 ▲등장신 간소화 등을 들 수 있다.
그래서 종전 시리즈의 팬들 입장에선 어색한 부분이 많고 슈퍼스타들의 캐릭터 성이 약해져 즐기는 재미가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WWE 2K 시리즈를 처음 접하거나 프로레슬링에 대한 관심이 이제 막 드는 분, 또는 여러 명이 왁자지껄 즐길 수 있는 파티형 게임을 찾는 분들이라면 상당히 만족스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이 게임의 매력은 단순한 규칙에 있다. WWE 2K 시리즈가 무수히 많은 키와 다양한 상황을 조합해서 즐기는 게임이라면 WWE 2K 배틀 그라운드는 말 그대로 간단명료하다. 2개의 공격키와 2개의 잡기를 이용해 대부분의 액션을 펼칠 수 있으며, 여러 공격을 통해 쌓인 게이지를 소비해 더욱 강한 공격을 넣는 식이다.
그래서 게임 시작하고 한 두 판 플레이하면 대부분 적응할 수 있다. 대난투 시리즈처럼 유저들이 싸우다 보면 게이지가 차고 좋은 타이밍에 시그니처나 피니시 무브를 넣으면 승리할 수 있다. 물론 프로레슬링처럼 서브미션이나 핀 폴 등으로 승리해야 끝이 난다.
게임 모드도 1대 1, 다대다, 계속 적이 추가되는 건틀렛이나 로열럼블 등 종전 시리즈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래도 게임에 맞춰 축소됐다는 느낌이지 모드 자체가 재미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링 주변에 기믹 요소들은 WWE 프로레슬링을 잘 구현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다양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코믹하다.
관중석에 있는 악어에게 상대방을 잡아 집어던지거나 갑자기 난입한 헬기를 타고 높은 곳으로 가버리는 행동, 또는 링 아래에 있는 의자나 뿅 망치, 또는 염소를 불러내 적을 공격할 수도 있다. 게임 내 반칙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런 행동은 링 안이든 밖이든 어디서든 마구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뛰어난 손 맛은 이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프로레슬링의 꽃인 시그니처와 피니시 무브는 게임 내에서는 아주 화려한 카메라 연출과 오버 액션이 더해져 극강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링 위로 솟구쳐 상대방을 강하게 찍어내는 액션은 WWE 2K 시리즈에서는 맛볼 수 없는 WWE 2K 배틀 그라운드만의 재미다.
또한 반격 기나 공격 버튼을 조합해 펼치는 콤보 액션, 적의 공격을 받아치는 패링, 강력한 연속 잡기, 로프를 활용한 액션 등 격투 게임을 방불케 하는 다양한 액션 요소도 존재해 파고드는 재미도 뛰어나다. 조금 단순화됐지만 WWE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액션을 쉬운 조작으로 다채롭게 체험하게 해 준다.
약 70여 명의 슈퍼스타가 등장하는데 모든 캐릭터를 첫 시작부터 만날 수는 없다. 새로운 신인 WWE 슈퍼스타를 발굴하는 캠페인 모드나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배틀 그라운드 모드 등 게임 플레이를 통해 획득하는 재화를 통해 해금해야 한다. 워낙 캐릭터가 많다 보니 해금 비용이 많이 든다.
2K 측에서는 모바일 게임의 부분 유료처럼 재화를 구매해 쉽게 살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고 게임 내 플레이만으로도 어느 정도 이상의 슈퍼스타와 배틀 그라운드, 커스텀을 위한 기어 셋 등을 얻을 수 있으니 무리해서 구매하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다양한 장점들이 있는 WWE 2K 배틀 그라운드이지만 아쉬운 부분들도 많다. 트리플 H나 AJ 스타일스, 세스 롤린스, 언더테이커, 론다 로우지 등의 유명 캐릭터들은 그럭저럭 액션 동작이나 시그니처, 피니시 무브들이 갖추어져 있지만 알리스터 블랙이나 세자로, 리브 모건 등의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은 잘 되어 있지 않다.
또한 5개의 타입에 따라 액션 상당수가 공통으로 사용되고 일부 시그니처나 피니시 동작들은 공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빅쇼의 초크 슬램과 언더테이커의 초크 슬램이 동일하거나 서전 슬러터의 파일 드라이브가 언더테이커의 툼스톰과 동일한 점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그리고 AI가 너무 단순해 어떨 때는 너무 막 몰아 치는 느낌을 들기도 하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트리플 쓰렛(3명의 선수가 동시에 싸우는 매치)에서 핀 폴의 경우 WWE 2K 시리즈는 남은 선수가 핀 폴한 선수를 방해하는데 여기서는 그냥 서서 가만히 쳐다본다.
게임 머니로 해금해야 하는 요소들이 캐릭터 제작, 배틀 그라운드 제작 등에 너무 많이 몰려 있고 비용도 비싸기 때문에 이 부분은 다소 과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부분 유료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게임이 무료이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돈으로 판매되는 패키지 게임인데 이렇게 구성한 건 납득하기 조금 어렵다.
그래도 WWE 2K 배틀 그라운드는 매력적인 게임이다. 오히려 높은 진입 장벽으로 즐기기 어려웠던 WWE 2K 시리즈보다 접근성도 강하면서 짧은 시간 강렬한 재미를 경험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캐주얼한 액션을 선호하는 게임 유저들에겐 장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