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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Sep 25. 2020

국산 MMORPG 아스텔리아 로얄에 대한 통념

게임은 재미있어야 하지, 존재한다고 '다'가 아니다.

2020년 1월 16일 넥슨과 결별을 선언한 후 자체 서비스라는 통 큰 결정을 한 국산 MMORPG 아스텔리아는 8개월 간의 준비 기간을 끝내고 '아스텔리아 로얄'이라는 이름으로 공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양사가 상호 합의 하에 안녕을 고했지만 서로에 대한 입장 차만 드러난 씁쓸한 결말이었다.


그렇게 자체 서비스를 시작한 아스텔리아 로얄은 어떨까. 넥슨을 떠나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아니면 넥슨이 거머리 같은 골치 아픈 존재를 잘 보낸 그런 결말이 돼 버렸을까. 결과부터 말하면 후자에 가깝다. 어떻게 보면 아스텔리아 로얄은 MMORPG라는 통념에 갇힌 좋지 못한 결과물에 가깝다.


사실 아스텔리아는 오랜 개발 기간과 여러 번의 갈아엎기, 그리고 퍼블리셔와 마찰 등 여러 이슈로 출시 전부터 여러 차례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개발자들의 노력을 좋지 못하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 플레이로 귀결되는 '이슈 파이팅' 선점부터 마케팅 꼭지, 방향 등이 모두 안 좋았다는 뜻이다.

커스텀 기능은 생각보다 부실하다.


MMORPG는 우리나라에선 기본적으로 '통' 하는 장르다. 어느 정도의 느낌만 잘 잡으면 '통념'처럼 쉽게 이해되고 어느 정도 이상의 유저 층을 자동으로 확보한다. 지극히 당연한 부분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전부터 MMORPG를 접했던 많은 충성 유저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MMORPG 출시는 어느 정도의 성공을 보장한다.


그러나 그건 통념의 기준 일 뿐이지만 시장 내 욕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짧은 시간 내 사장돼 버린다. 5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MMORPG의 시작이나 이슈 몰이 등의 과정은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탑처럼 조심스럽고 정교해야 한다.


특히 너무 죽지도, 너무 과하지도 않은 경계선의 이슈 파이팅은 MMORPG의 성공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아스텔리아는 이런 과정을 제대로 지켜오지 못했고 퍼블리셔의 넥슨 역시 제대로 품어주지 못했다. 이는 너무 긴 개발 기간에 대한 이슈와 성급하게 꺼내버린 이슈 파이팅, 그리고 통념을 이해 못한 홍보가 더해진 결과물이다.

전투는 논타겟팅이 아니다. 특정 스킬을 배면 일일이 한 명의 적부터 처리해야 한다.


아스텔리아의 시작은 '아케론'이었다. 그 후 프로젝트 A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잠시 갈아탔다가 지금의 아스텔리아가 됐다. 게임의 이름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세계관부터 게임성, 이야기 구성 등 전반적인 설정들이 변했다. 캐릭터들의 외형도 변화를 탔고, 현재의 모습까지 여러 차례 달라진 모습으로 유저들을 만났다.


대략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개발은 2010년 한게임과 퍼블리싱 계약으로 이어지며 순탄해 보였으나 예정됐던 2011년 하반기 비공개 테스트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다. 그 이후에 2012년 프로젝트 A로 등장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스팀 펑크 개념이 사라지고 정통 판타지에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당시 아케론의 개발 중인 게임의 스크린샷 모습, 스팀 펑크 스타일이 강했다.


그리고 2013년 7월 한게임에서 퍼블리싱을 포기하면서 계약은 해지됐고 그 바통은 중국 퍼블리셔 쉰레이로 이어졌다. 이 사이에만 해도 정통 MMORPG가 출시만 하면 그래도 좋은 결과를 내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당시 중국 퍼블리셔에 대한 인식이 지금처럼 끔찍하지 않았기에 별 다른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후 2014년에 아스텔리아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유명한 MMORPG 개발사의 다수 경력자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이슈 몰이에 나섰다. 다시 슬슬 기대감이 올랐고 2015년 초에 첫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하며 다시 기대감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스타 2016 당시 넥슨에서 공개했던 이미지, 종전과 많이 다른 밝음이 강조됐다.


예정됐던 비공개 테스트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후에 덜컥 바른손이엔에이가 게임 사업에서 철수를 선언하며 아스텔리아 개발팀이 분사된다. 이때부터는 아스텔리아는 그냥 버러 진 게임이 됐다. 솔직한 의견으로는 이때 적절히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리소스 재판매나 다른 방식으로 정리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맞았다고 본다.


그러나 통념, 우리나라에서 MMORPG는 될 것이라는 어떤 막연한 기대감과 유명 MMORPG 장인들이 대거 합류한 이 시점에서 포기가 쉬웠을까 싶다. 결국 돈이라는 게 있다가도 없는 것이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지만 투자자들의 원금 찾기의 바람은 사라져 가는 프로젝트에 억지스러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다행인지 모르지만 넥슨이 2016년 4월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고 중국 쉰레이와는 결별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이후에도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공개된 버전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했고 기대감도 많이 꺾여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매우 밝아진 동화풍의 그래픽은 '테라'를 따라 했다는 비아냥까지 불러일으켰다.

이때 당시만 해도 바른손이앤에이는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었다.


2017년 비공개 테스트, 2018년 추가 테스트 등이 연달아 진행됐지만 냉담한 반응은 이어졌다. 그래도 2018년 12월 공개 서비스에 나서며 MMORPG에 대한 통념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이후에는 별 다른 마케팅이나 이슈 파이팅도 없이 넥슨 페이지의 한 구석을 차지했지만 조용히 사라졌다.


결국 넥슨은 2020년 1월 16일 퍼블리싱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이렇게 등장한 아스텔리아 로얄은 솔직하게 말하면 위에서 언급한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설치 시간만 30분에서 2시간이 걸리고, 모바일에서도 가능한 상세한 커스텀 마이즈 기능이나 내비게이션 등의 편의 기능도 없다. 물론 맵을 마우스로 찍으면 이동하긴 하지만 그때도 어디로 가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언리얼 엔진 3으로 개발된 게임이라 최적화 문제나 꽤나 많이 보인다. GTX 20270 슈퍼와 SSD, 32 램과 높은 수준의 CPU를 가진 PC에서도 프레임이 들쑥날쑥 유지가 잘 안된다. 기본적으로 어떤 공간을 이동할 때 순간적인 렉이 발생하고 전투 중이나 예상치 못한 평범한 구간에서도 프레임 저하가 자주 나타났다.

모든 NPC가 수염 있는 여성처럼 생긴 건 왜 일까?


그리고 초반 전투부터 10 레벨까지 구간에서 느끼는 수면 욕구는 이 게임의 현재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전투가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퀘스트가 뛰어나다는 것도 아니다. 타격감을 잡긴 했지만 소환수인 아스텔이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고, 그로 인해 전투가 재미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없었다.


일부 지역은 바로 앞에서 보이는 낮은 지역인데도 뛰어내릴 수 없고 특정 건물이나 공간 외에는 직접 들어가거나 넘어서는 것도 불가능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임무를 수행하는 MMORPG의 장점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필드 던전이나 퀘스트 진행 등 여러 부분은 덜컥삐걱 거렸다.


우리나라에서 MMORPG에 대한 생각은 통념처럼 자리 잡혀 있다. 많은 개발비가 든다면 그만큼 결과가 나올 것이고, 유저들의 입맛만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매출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그런 생각을 했던 사람이고 아직도 어느 정도는 그런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팀에서 벗어나 한국의 모바일식 결제, 매출이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왜 '실패한 게임은 고쳐도 망한다'는 통념은 안 통했는지 궁금하다. 스팀 버전에 유저들이 어느 정도 남아 있기 때문에? 아니면 투자자들의 원망 또는 원금 찾기 때문에? 아니면 여전히 MMORPG가 나오면 기대 이상으로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일까.


아마 후자가 맞을 것 같다. 공개 서비스 첫날부터 상점을 열고 비싼 현금 아이템부터 판매하는 것 보면 말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엘리온이 11월 경 오픈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비성수기 시기인 9~10월 사이에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매출을 내야 한다. 엘리온도 솔직히 그렇겠지만 어쨌든 경쟁이다.


아스텔리아 로얄이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이대로 끝나긴 할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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