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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Oct 05. 2020

MS가 내민 '구독' 카드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소니를 집어삼킬 MS의 거대한 파도, '게임 패스'

9세대 콘솔 경쟁, 즉 차세대 콘솔 경쟁이 임박했다. 11월 10일로 Xbox Series X(이하 엑시엑)의 출시일을 확정한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 올해 연말 출시가 유력한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5(이하 PS5)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끌어내며 연신 화제를 쏟아내고 있다.


사양이나 성능, 독점 게임에 대한 부분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이나 영상 등으로 나왔기에 다루진 않겠지만 필자는 한쪽, 특히 MS의 입장에서 차세대 콘솔 경쟁을 지켜보고 싶었다. PS5의 독점작이나 성능을 무시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이번 차세대 콘솔 경쟁의 재미를 상승시킨 MS의 카드 때문이었다.

올 연말을 강타할 차세대 콘솔 대전의 주인공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시리즈 X


그것은 바로 '구독' 방식의 '게임 패스'(Game Pass)다. 사실 게임 패스는 그 전 세대 콘솔부터 서비스되던 구독 과금 모델이었다. Xbox 콘솔과 PC에서 200여 개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 기능은 첫 공개 당시에 비웃음을 살 정도로 별 볼일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소장 또는 보관의 의미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게임 산업은 80년대부터 지금까지 항상 구매-소장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디지털화가 되면서 소장의 의미는 조금 퇴색됐지만 이용자들은 여전히 게임은 구매하고 언제든지 다시 할 수 있는 식에 익숙해져 있었다. 소장한다는 느낌이 없는 게임은 왠지 게임 같지 않았다.


월 정기 형태의 구독 경제는 오랜 세월 존재해 왔지만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구독 경제, 특히 게임에 대한 건 매우 낯설고 특이한 케이스였다. 게임 패스는 첫 시도라는 부분에서 그럭저럭이라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어쨌든 MS가 원하는 '대박' (꼭 넷플릭스처럼..)은 나오지 않게 됐다.

초창기 게임 패스는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다. 여러 이유로 말이다.


그래서 MS가 차세대 경쟁에서 게임 패스를 메인 카드로 꺼낸 건 꽤나 놀라웠다. 사실 구독 방식은 경쟁사인 소니도 이미 사용하고 있는 과금 모델이다. 일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PS NOW와 온라인 기능 활성화 및 무료 게임 서비스, 할인 등이 제공되는 PS Plus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MS의 구독 시스템인 게임 패스는 이들과는 엄연히 질이 다르다. 단순히 기능을 확장, 서비스 형태를 더욱 윤택하게 바꿔주는 종전의 게임 구독 방식과 달리 한정된 월 정액에서 200개 이상의 게임을 제한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그리고 PC와 연동은 물론 세이브 파일 등도 클라우드로 유지시켜준다.


또한 MS의 퍼스트 파티 게임들의 경우 -대표적으로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나 헤일로 시리즈-는 신작 출시 당일에 게임 패스로 즐길 수 있다. 이미 출시가 한참 지난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신작을 바로 접하고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형태다. (물론 이 방식은 EA에서도 선보였다)

EA Play의 추가는 게임 패스의 고질적 문제인 라인업 강화의 일환이었다.


이게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했을까. MS는 여기에 퍼스트 파티 라인업을 대폭 보강했다. 앞에서 언급한 EA를 게임 패스에 영입했고, 폴아웃 시리즈, 둠 시리즈, 엘더 스크롤 시리즈로 유명한 베데스다를 8조 원으로 인수 합병해버렸다. 베데스다의 게임들이 출시일에 맞춰 게임 패스로 제공된다는 뜻이다.


이 카드는 적중했다. 베데스다 인수 발표 이후 '둠 이터널'이 게임 패스에 등록되자 사용자는 약 7배 증가했다. 비공식적인 커뮤니티 분석이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9월 중순 기사에 따르면 게임 패스 구독자가 1,500만 명을 넘었고, 이 수치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물론 X-Cloud(엑스 클라우드) 서비스를 더한 점도 사용자 등록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PC나 콘솔을 통해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를 직접적으로 게임 패스로 오게 만든 건 베데스다와 EA 등을 영입하며 생긴 효과가 분명해 보인다.

둠가이를 가장 쉽게 자유로운 형태로 만날 수 있게 됐다. MS 대단해..


사실 게임 패스는 개발사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당장만 보면 말이다. 유튜브의 광고 시스템과 다른 구독 과금 방식은 퍼블리셔가 개발사에게 수익의 일부를 먼저 보존해주고 콘텐츠로 난 수익을 계약에 따라 분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당연히 게임이 성공할 경우에는 게임 패스 방식이 매출 구조에서는 유리하지 않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라면 구독 경제 방식이 수월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자체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전제에 따라 마케팅비부터 패캐지 생산, 홍보 비용 등을 감당한 후 게임을 출시할 수 있다. 이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된다.


하지만 구독 방식이라면 게임 패스 노출을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 마케팅이 이루어지게 되고, 구독 기간 내 언제든지 수익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 홍보,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시키고 개발비의 일부를 미리 보존받기 때문에 개발사 입장에서는 로우 리스크 상태로 시작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안전빵이라는 것이다.

구독 경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넷플릭스를 빼놓을 수 없다.


안전하게 게임 수익을 -조금 적지만- 낼 수 있다면 게임 패스는 괜찮은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게임 패스에 등장한다고 모두 좋은 결과가 나진 않는다. 개발사가 리스크를 줄이고 시작한다 정도다. 그래도 성공이 불확실한 시대에 구독 방식의 콘텐츠 제공은 개발사에서 또 하나의 선택지로 각광받을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여러 게임을 마음껏 즐길 수 있고 베데스다나 EA, MS 퍼스트 파티의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일에 맞춰 저렴한 월 정액 게임 패스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당장 피파 21이나 앞으로 출시될 헤일로 인피니티 같은 게임을 최대 16,700원에 즐길 수 있는 건 게임이라는 불확실 재미 면에선 더 매력적이다.


사실 소니 역시 이런 구독 방식으로 신작을 제공하는 걸 최근 시도했다. 바로 신작이었던 폴가이즈를 Ps Plus 회원에게 무료로 제공한 것. 오래전 출시한 게임을 제공하던 것과 다르게 신작을 선보였던 이 방식은 사용자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고 폴가이즈의 화제, 성공에 큰 영향을 끼쳤다.

소니는 폴가이즈의 성공과 화제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덕분에 폴가이즈는 스팀에서만 700만 장이 팔렸고, PS Plus 게임 역사장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소니가 이 결과를 통해 알게 된 건 EA와 베데스다를 품은 MS의 게임 패스가 종전보다 더 강화된 파급력으로 차세대 콘솔 경쟁에 임한다는 점이었다.


어쨌든 이번 차세대 콘솔 경쟁에서 MS가 선보인 게임 패스는 독점작 중심으로 흘러가 소니에게 승리를 안겨준 전세대 콘솔 경쟁과는 다른 결과를 안겨줄 확률이 높다. 이미 성능에서 부족하지 않고, 막강한 하위 호환과 탄탄한 라인업으로 무장한 게임 패스는 그동안 찬밥 신세였던 MS 진영에 거대한 파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파도는 독점작을 양산하기 어려워진 소니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 소니가 그 파도에 휩쓸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필자는 반대로 본다. 소니의 독점 게임들이 조금씩 멀티 플랫폼화 되는 것과 긴 개발 기간과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차세대 게임이 매달, 분기마다 쏟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린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를 만나기 위해 7년을 기다렸다.


결국 소니의 방식은 플스 5(PS5)로 무수한 독점작이 꾸준히 쏟아진다는 전재하에 성공할 수 있다. 개발자만 5~600명에 평균 2~3년 이상 기간이 소요되는 AA급 이상의 게임을 분기마다 쏟아낼 수 있다면 MS와 해볼 만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결국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MS가 EA와 베데스다만 먹고 더 이상 다른 개발사를 인수 합병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소니의 노력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한계에 닿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대단한 시도는 시총 8000조 원을 자랑하는 MS 그룹의 힘이기에 가능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변수도 있다. 넷플릭스가 디즈니 플러스 같은 경쟁력 강한 구독 경쟁사를 만나게 되거나 게임 패스의 서비스가 사용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상황, 또는 소니의 독점작이 게임 패스의 라인업을 가볍게 누를 정도로 압도적 - 라스트 오브 어스 3나 갓 오브 워 2, 고스트 오브 쓰시마 2-이라면 말이다.

MS가 더이상 기업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


어쨌든 결과는 11월 10일 엑시엑이 출시된 이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PC와 콘솔, 모바일을 아우르는 구독 게임 패스를 메인 카드로 꺼낸 MS가 이번 차세대 콘솔 경쟁에서 어떤 결과를 받게 될까. 올 연말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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