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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Oct 08. 2020

[리뷰] 돌아온 명작 게임 '마피아 데피니티브 에디션'

18년의 시간 넘어 다시 돌아온 완벽한 리메이크 게임

2002년 8월 출시된 오픈 월드 액션 게임 '마피아'는 그랜드 셉터 오토 3(GTA3)의 경쟁작으로 급부상하며 연신 화제를 쏟아냈다.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충실한 컷 신, 그리고 사실적인 드라이빙 엔진 등으로 입소문을 타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는 후속작 개발, 그리고 최근까지 시리즈를 배출하며 이어지고 있다.


마피아 시리즈는 2010년 8월 2편을 그리고 그 뒤 6년이 지나 2016년 7월 3편을 출시하며 트릴로지를 완성했다. GTA 시리즈의 성공으로 인해 우후죽순 쏟아지던 오픈 월드 게임과 차별화 노선을 선택한 이 게임은 한 편 한 편 완성도를 극대화시켜 영화, 또는 긴 미드를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었던 마피아 3가 부족한 완성도로 인해 혹평을 들으며 영 찜찜한 결말을 기록하면서 명작 시리즈를 완전한 마무리를 원했던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6년이라는 긴 시간 이후 등장한 후속작이었지만 오히려 2010년작인 마피아 2보다 좋지 못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완벽한 그래픽으로 돌아온 마피아 1


이런 아쉬움은 개발사였던 행거 13과 퍼블리셔였던 2K 모두에게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꾸준한 패치와 DLC 등으로 혹평에서는 조금 벗어났지만 여전히 명작의 마무리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양사는 긴 시간 준비를 통해 더욱 나아진 시리즈의 결말을 구현해내기로 했다.


그렇게 등장한 시리즈가 마피아 트릴로지를 최신 기술로 리메이크한 '데피니티브 에디션' 시리즈다. 올해 5월 경 출시됐던 마피아 2, 3 데피니티브 에디션은 원작이 가졌던 단점을 최소화시키고 그래픽과 시각적 측면, 편의성 등을 보강한 일종의 완전판이었다.


그러나 2편과 3편은 리메이크보단 리마스터에 가깝다. 두 게임은 인물들의 피부나 옷감, 머리 등이 세밀해지고, 광원 효과와 안티 앨리어싱 효과 등이 대폭 좋아졌다. 3편의 경우는 다소 진했던 색감이 원작 시리즈들과 비슷해졌다. 그 외 전투 방식부터 사운드, 환경 효과 등도 발전됐다.

도심 속 모습은 최고다. 섬세하게 제작된 도시를 보는 것만으로 즐겁다.


하지만 많은 게임 유저들의 기대를 샀던 마피아 1 데피니티브 에디션은 함께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코로나 여파로 인해 출시 일정이 연기되면서 9월 25일에 정식 출시됐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등장한 명작 마피아 1의 리메이크인 데피니티브 에디션은 기다림이 아쉽지 않을 정도의 높은 완성도로 등장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역시 그래픽이다. 최근 그래픽 기술의 발전을 느낄 수 있는 뛰어난 그래픽 수준은 게임을 즐기는 내내 눈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특히 컷 신 등 연출 장면에서 보이는 피부의 디테일과 자연스러운 움직임, 그리고 세계 곳곳을 세밀하게 다듬어 만든 풍경의 모습 등은 그야말로 최고 수준이다.

도심 속이든 시골이든 달리는 상황 속에서 느껴지는 시각적 즐거움은 이 게임의 백미다.
새벽의 풍경
한 밤의 로스트 헤븐


자연 효과도 뛰어나 도로의 물에 반사되는 하늘과 건물 둘의 모습은 물론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우, 오후의 쨍한 맑은 하늘이 만들어낸 빛의 밝음 등 실제 도시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게임 내 모드 중 하나인 자유 주행으로 들어가 도시를 돌아다니면 구석구석 꼼꼼하게 제작된 걸 확인할 수 있다.


원작이 추구했던 이야기 구성은 더욱 단단해졌다. 원래 뛰어났던 이야기 구성은 훌륭한 컷 신과 성우들의 멋진 연기, 그리고 캐릭터들의 살아 있는 듯한 애니메이션이 더해져 훨씬 높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아마 데피니티브 에디션을 구매하게 될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싶다.

외부만 잘 만들어진 게 아니다. 실내의 모습은 더욱 꼼꼼하게 구현돼 있다.
호텔 내부 모습


이야기는 1930년대 대공항 이후 금주령이 내려졌던 미국의 가상의 도시 '로스트 헤븐'(시카고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에서 택시 기사로 살고 있던 토마스 안젤로가 우연히 갱단들의 싸움에 휘말리게 된 후 살리에리 조직에 들어가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원작도 뛰어난 연출과 이야기 진행을 통해 많은 팬들을 보유했으나 일부 개연성이 부족한 전개와 주요 인물들이 다소 개성이 부족하게 표현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데피니티브 에디션은 이런 단점을 개선해 인물들의 외형에도 많은 변화를 추구했으며, 대사와 행동, 여러 컷 신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로 재해석했다.

주인공인 토마스 안젤로는 세련미가 느껴지는 인물로 바뀌었다.
인물들에 대한 서사가 다수 추가돼 이야기의 흥미를 더한다.

무뚝뚝하고 아저씨 같은 주인공 토마스 안젤로는 잘 생긴 중년 미남처럼 바뀌었으며, 폴리는 결혼에 뜻이 없지만 조직을 챙기고 열혈적인 개그 캐릭터로 구현됐다. 캐릭터 성이 거의 없던 샘 트라파니는 냉정하지만 조직에 충성을 다하는 인물로 나온다.


인물들의 캐릭터 성이 강해지면서 이야기 진행과 구성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원작을 오래 즐긴 사람들이라면 비슷한 이야기 진행을 또 보는 것이 조금 실증이 날 수 있지만 이 시리즈를 처음 즐기는 유저들에겐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컷 신의 연출과 성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스킵하기 어려울 정도다.

인물들의 성격이 강해져 이야기의 몰입도가 높아졌다.


이와 다른 단점들도 보강됐다. 우선 시뮬레이션 같던 드라이빙 엔진이 개선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여전히 난이도가 조금 있지만 1930년대 시대의 차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쁜 선택은 아닌 것으로 본다. 운전 자체가 쉬워졌지만 차체의 조작감이나 움직임은 묵직해 드라이빙의 재미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무엇보다 당시 시대에 실제로 존재했던 차량 50종 이상을 타볼 수 있는 재미는 마피아 1 데피니티브 에디션의 숨겨진 장점이다. 차량은 물리부터 외형의 찌그러짐이나 충격 후 모습 등이 아주 다채롭게 표현된다. 그리고 차량마다 속도나 움직임, RPM 등의 세밀한 차이가 존재해 조작하는 맛을 살렸다.

게임 속 차량들의 모습은 레이싱 게임처럼 아주 섬세하게 구현돼 있다.
당시 시대의 경주차를 모는 챕터도 있다.


전투 부분은 호불호가 있지만 은폐, 엄폐 기능을 잘 활용해 즐길 수 있게 다듬어졌다. 근접 전투는 회피 중심이지만 다양한 무기에 따른 시그니처 액션들로 구성돼 보는 재미를 높였으며, 빠른 무기 교체부터 편리해진 무기 선택 UI 등을 통해 좀 더 쉽고 빠르게 전투에 임할 수 있게 해 줬다.


총격전은 원작보다 시각적인 부분이 강조됐다.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총격전 자체의 편의성이나 자유도가 좋아진 건 아니지만 쏘는 맛과 총격당한 후 적들의 사실적인 쓰러짐이나 난간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 등은 총격전의 재미를 높여준다.

총격전에는 더미들의 연출이 더해져 재미가 보강됐다.


원작에서 예상을 깬 재미로 유저들을 빠져들게 한 자유 주행 모드도 리메이크돼 도입됐다. 이 모드는 캠페인 모드와 다르게 간단한 보조 임무들을 즐기며 로스트 헤븐 내 있는 수집 요소들을 찾거나 차량 등을 모으는 등의 행위를 즐길 수 있는 자유 모드다. 경찰들과 싸울 수도 있고 임무 때 가보지 못한 비밀 구역도 방문할 수 있다.


이 모드는 의외로 숨겨진 요소도 많고 생각하지 못한 임무 등을 만날 수 있어 꼭 즐겨보길 권하고 싶다. 예를 들어 UFO를 추적하는 임무나 비밀스러운 인물의 뒤를 캐는 보조 임무는 예상치 못한 결말과 함께 웃기면서도 슬픈 감정을 전달해준다. 그 외 담배 속 카드나 코믹 북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솔솔 하다.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자료들이 많다.


하지만 기대했던 멀티플레이 모드나 완전히 새로운 모드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 자체가 매력적인 것도 맞고 그래픽 등이 월등히 좋아져 시각적인 만족도가 높지만 여러 부분에서 개선되지 않은 단점들도 있다. 우선은 인공지능이다. 이 부분은 원작에서도 문제로 지적됐고 마피아 시리즈들 모두에서 언급되는 단점이다.


물론 오픈 월드 내 인공지능을 만드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마피아 3에서 보였던 타깃을 놓치고 엉뚱한 곳에 총을 쏘거나 은폐, 엄폐 없이 주인공 앞을 뛰어다니는 동료, 또는 정해진 코스로만 운전하는 단순한 경찰 등의 모습은 사실감을 추구하는 이 게임의 큰 허점으로 느껴진다.

인공지능이 빈약해 싸우는 재미는 반감이 된다.


오픈 월드 게임이지만 도심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없다는 점도 단점이다. 자유 주행 모드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보조 임무 모음이기 때문에 GTA 시리즈나 레드 데드 리뎀션 시리즈처럼 임무 도중 자유롭게 다른 일을 하는 잔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실내나 꼼꼼하게 만들어진 호텔 등을 돌아다니지만 할 건 그냥 임무 진행뿐이다.


그래도 데피니티브 에디션은 마피아를 즐긴 원작 팬이나 오픈 월드 게임 또는 이야기의 비중을 높게 사는 게임을 추구하는 유저들에게는 충실하고 탄탄한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Xbox ONE이나 플레이스테이션 4 버전도 좋지만 사양이 허락한다면 PC 버전으로 즐기길 추천한다. 아름다운 그래픽을 완벽하게 만날 수 있다.

어디를 가도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숨은 진주처럼 나오는 명곡 향연인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당시 시대 풍의 음악을 선호하거나 고전 음악을 찾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리메이크라는 점에서 높은 가격이 책정되지 않은 점도 장점이다. 11월 무수한 대형 신작들이 쏟아지기 전 천천히 이야기를 음미하며 즐긴다면 이 게임은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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