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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몽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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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Nov 09. 2020

학교, 그리고 침묵

[몽연담] 첫 번째 꿈

A가 꿈에서 깬 건 그쯤이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았지만 무대의 빛과 스타, 그리고 자신과 닮은 한 사람이 등장하는 것 같았다.


"깜빡 잠이 든 건가?"


컴컴한 교실. 아마 커튼마저 쳐져 있었다면 더욱 어두웠을 테지만 달빛이 비추고 있어 그나마 괜찮았다. 주변을 둘러본 A는 아까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했다.


"쓰레기 같은 새끼!"


주먹이 날아왔고 퍽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무리는 쓰러진 그를 둘러싼 후 욕설을 쏟아냈다. 이유는 오늘까지 가져오기로 한 돈을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소리쳤다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자'라고. 


주먹과 발이 쉴 새 없이 날아왔고 그는 쓰러진 채 온몸으로 모진 고통을 받아 들었다. 10분 정도 폭력은 이어졌고 그 후 '야! 야야!! 저러다 죽어! 그만해!'라는 말을 했고 무리는 더러운 걸 본 듯 뒤로 일제히 물러났다.


"내일까지다. 돈 100만 원 안 가져오면, 그땐 너하고 너네 가족까지 전부 가만두지 않을 거다.. 알겠냐?"

".... 알.. 알았어."


그중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와 쓰러진 그의 머리를 잡아 고개를 들었다. 피와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소녀의 얼굴이 오후 저물어가는 노을 아래로 드러났다.


"야이 새끼야.. 알아 들었냐고?"

"으.. 응.."


우두머리인 그는 소년의 뺨을 냅다 후려쳤다. 소년은 고개가 확 꺾인 채 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그가 일어나 '야, 가자. 누구 돈 있는 놈 없냐?'라고 말하며 무리를 선동해 천천히 그곳을 떠나기 시작했다.




A는 책상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책이나 가방 같은 건 없었다. 생각보다 낡은 교실은 밖에서 부는 바람에 '쇳소리' 같은 사이 바람 소리를 냈고 일부는 기분 나쁜 덜컹거렸다.


"... 내가 언제 이곳으로 왔지?"


뭔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에 A는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분명히 학교의 교실, 내가 알던 그곳처럼 보였지만 생각했던 느낌과는 사뭇 다른,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끼... 익?'


A는 반사적으로 교실 정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분명 누군가 있었다. 이내 들리는 발자국 소리는 복도의 오래된 낡은 나무 바닥의 삐걱거림과 함께 성큼성큼 빠르게 멀어졌다.


"누.. 누구냐!"


당황한 A는 교실 정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화가 난 듯 -아마 조금은 무서운 듯- 세차게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좌우로 끝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어두운 복도만 보일 뿐이었다.


"... 씨.. 씨발 어떤 새끼지?"


가끔 야간 자율 학습이나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있었던 적이 있지만 그건 매우 드문 일이었고 특히 이렇게까지 늦은 시간은 처음인 것 같았다. A는 시계를 봤다.


"01시 12분? 빨리 일단 집으로 가자"


A는 복도로 나왔다. 3-5반 교실 양 옆으로는 칠흑 같은 어둠만 존재했다. 교실을 환히 비추던 달빛은 애석하게도 복도에까진 잘 들어오지 않았다. 교실은 그나마 빛이 있지만 복도는 어두웠다. A는 침착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 그의 행동과 거리가 먼 느낌이었다.


'삐~걱, 삐~걱' 


평소 몰랐던 복도의 삐걱거림이 오늘따라 너무 싫게 느껴졌다. A가 한걸음 옮길 때마다 삐걱거림은 더욱 크게 올렸고 그 소린 복도 끝으로 빠르게 사라져 갔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갔다.


삐걱거리는 복도의 소리가 익숙해질 때쯤, 환한 달빛이 비치는 교실이 보였다. A는 무심결에 그곳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잘 보이진 않지만- 어떤 소년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응? 누가.. 누가 자고 있잖아?"


A는 묘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자신만 있을 것 같은 학교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위안이 된 것이다. A는 교실로 들어가서 그를 깨울까 싶었지만 이내 그러지 않기로 했다. 언제부터 내가 그랬냐는 식으로 피식 웃고 난 후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3-5반을 지나쳐 A는 걸음을 재촉했다. 아까보다 조금 느려진 걸음걸이, 누군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껴서 일까 조금은 편한 모습으로 어두운 복도를 걸어갔다. 3-5반의 누군가가 복도를 향해 있는 창문으로 쳐다보는 걸 느끼지 못한 채로 말이다.




이상했다. 이 정도면 벌써 복도 끝, 내려가는 계단이 나와야만 했는데 아직도 A는 걷고 있었다.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길다고 느껴졌다. 아까 잠깐 느꼈던 안도감은 조금씩 사라져 갔고, 마음 구석에 있던 불안감은 조금씩 커져만 갔다.


"아.. 씨발 이게 뭐지.."


A는 일부로 들으라는 듯 큰 소리를 욕설을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왠지 이 긴 복도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어느새 복도에 울리던 삐걱거림은 들리지 않았고 '타악, 타악' A의 걷는 소리만 남아 있었다. 간간히 그 기분 나쁜 '쇳소리'가 바람에 섞여 들릴 뿐.


불안함에, 알 수 없는 초조함에 쫓기던 A는 여기가 어디쯤인지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 3-5반. A는 당황스러운지 두 분에 힘을 주고 쳐다봤다. 분명히 3-5반이다. 


"왜.. 여기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몇십 분을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복도는 끝나지 않았고 자신은 결국 다시 3-5반 교실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A의 시선이 달빛이 머물던 교실 쪽으로 향했다.


A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 봤던, 자신에게 안도감을 줬던 소년이 복도 창문으로 다가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A는 뒷걸음치며 소리쳤다. '아아악!'


소년은 복도 창문을 향해 두 눈을 빠져라 크게 뜨고 있었다. 얼굴은 이미 창문에 닿아 있었고 창문을 뚫겠다는 듯 얼굴을 들이 밀고 있었다. A는 깨질 것 같은 창문의 모습, 그리고 그 와중에도 자신을 놓치지 않고 있는 두 눈동자에 공포를 느꼈다.


"저... 저 눈, 그래 그.. 그 새끼 눈이야"


A는 굳어버린 자신의 다리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움직이라는 듯 세차게 두어 번 내려쳤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자신에게 향해 있던 눈동자를 피해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A는 어두운 복도로 사라졌다.


'퍽!... 쨍그랑!'


어두운 복도 뒤로 부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창문 깨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A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달렸다. '끼... 익!' 소리가 저 멀리 복도 어둠 속에서 들렸고 이내 '삐~걱!'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년이 쫓아오는 것 같다. '삐걱' 소리는 조금씩 빨라졌고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A는 황급히 보이는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삐걱 거리는 소리와 쇳소리, 그리고 알 수 없는 '웅성거림'이 복도를 통해 자신에게 전해져 왔다. 미칠 것 같았다. 그는 화장실 내 용변을 보는 칸으로 들어가 문고리를 잡았다. 


"으.. 으으.. 씨발 지나가라"


A는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지금부턴 소리도 내면 안된다는 식의 자기 최면을 걸었다. 복도에는 여전히 삐걱 거리는 소리와 쇳소리가 들렸고 웅얼거림은 조금 더 -몇몇 단어가 들릴 정도로- 선명해졌다.


"뭐라고.. 하는 거지?"


소리가 가까워졌다. A는 문고리를 더욱 강하게 잡아당겼다. 아마 평소보다 몇 배 더 많은 힘을 쓰는 듯 문은 휘어질 듯 당겨졌다. A가 깨문 입술 사이로 조금의 피가 흘렀다.


불행 중 다행일까. 삐걱거림은 화장실 근처를 지나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었다. 아까까지 자신을 잡아먹을 듯 울리던 쇳소리도 바람이 잔잔해진 듯 사라졌다. A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사라진 후에도 몇 분 동안 더 문고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곤 주저앉듯 변기에 걸터앉았다.


"하.. 씨발.. 매우 무서웠네.. 개 같은 새끼"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는 손으로 허벅지를 주무르는 A. 긴장이 풀려서 일까. 소변이 마려웠다. 복도는 언제그랬냐듯 조용했다. A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자는 의미로 일어나 자신이 앉아 있던 변기의 뚜껑을 열었다.


"아아악!"


외마디의 비명이 허공을 갈랐다. A는 너무 놀란 나머지 화장실 칸 문과 충돌했고 그 문은 커다란 소리와 함께 '쾅!' 넘어졌다. 주저앉은 A의 눈에는 믿기지 않은 관경이 보였다. 화장실 양변기에 쥐로 보이는 형체가 여러 마리가 들어가 죽어있었기 때문이다.


"쥐... 쥐다! 쥐!"


A가 바라보는 양변기 속에는 대략 5~6마리 정도 되어 보이는 무리의 쥐들이 죽어 있었다. 특이하게도 그 쥐들은 양변기의 구멍 속으로 모두 머리를 들이밀고 죽어있었다. 누가 억지로 집어넣은 것이 아니면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그들은 필사적으로 구멍에 머리를 밀어 넣은 것 같았다.


"누.. 누가 이런 짓을?"


A는 생각했다. 자신도 학교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문제야 였지만 이런 일은 생전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수많은 쥐들을 양변기에 쑤셔 넣어 죽게 만들다니. 온몸에 소름이 올라왔다.


'삐~~~ 이익 걱'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그 복도의 삐걱 소리. A는 미친 듯이 일어나 화장실을 빠져나와 소리의 반대 방향으로 무작정 달렸다. 하지만 삐걱 소리는 조금씩 가까워져만 갔다. 그때 3-5반 교실이 보였다.


"여기라도! 여기라면 괜찮을지도!"


그는 서둘러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갔다. 그나마 교실에는 달빛이 비쳐 덜 어두웠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는 A. 다행히도 교실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 그는 복도와 먼 곳의 책상 밑으로 몸을 숙였다.


"씨... 씨발 제발 꿈이라고 누가 말해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입술의 피는 아까보다 더 많이 흐르고 있었지만 A는 그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삐걱 거리는 소리는 어느새 잠잠해졌다. 아니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A도 모르는 사이 그 소리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내 친구들이라면 도와줄지도 몰라"


황급히 휴대전화를 찾는 A. 다행히도 A의 바지 뒷주머니에 휴대전화가 있었다. 1시 30분을 가리키는 메인 화면을 킨 A는 서둘러 통화 목록을 찾았다. H, I, E 등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통화했던 친구들 연락처가 보였다. 일단 통화 버튼부터 눌렀다. 통화 연결음이 들렸다.


"씨.. 씨발 제발 좀 받아..."


A는 간절했다. 여기를 벗어나면 이곳을 떠나 먼 곳으로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쁜 짓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주변 학생들을 때리고 돈을 갈취하는 일은 더더욱 하기 싫다고 생각했다.




A는 아까까지 무리에게 얻어맞아 고개를 들 힘도 없는 소년의 머리채를 잡아 들었다. 피와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소년의 눈은 억울함과 슬픔이 묻어났다. 순간적으로 멈칫한 A. 하지만 뒤에서 보고 있는 그들의 무리의 시선 때문이었을까.


"야이 새끼야.. 알아 들었냐고?"

"으.. 응.."


우두머리인 A는 소년의 뺨을 냅다 후려쳤다. 소년은 고개가 확 꺾인 채 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A는 일어나 '야, 가자. 누구 돈 있는 놈 없냐?'라고 말하며 무리를 선동해 천천히 그곳을 떠나기 시작했다.


쓰러진 소년은 아무도 오지 않은 학교 뒷 담벼락 아래에 그렇게 한참을 쓰러져 있었다. 누구도 오지 않은 어둡고 쓸쓸한 곳. 나무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며 '쇳소리'를 냈다. 그렇게 소년의 몸은 차가워졌다.




"너를 너무 좋아한다 말이야! ~ 사랑해! 오직 너만을!"


어디선가 노래가 들려왔다. A는 자신도 모르게 책상 위로 고개를 들었다. 청순함으로 유명한 아이돌 그룹 '윙크 데자뷔'의 노래 '사랑해!'라는 노래였다. 여전히 휴대전화는 연결되지 않고 통화 연결음만 들리고 있었다. 


"뭐지.. 어디서 노래가 들리는 거야?"


하지만 공포감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A. 달빛이 가득한 이 교실만이 자신을 지켜줄 것 같았고 친구 누구라도 전화를 받는다면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H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씨... 자고 있는 건가?"


A는 다른 친구 I에게 전화했다. 통화 연결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컬러링도 할지 모른 I의 상투적인 '뚜르르르'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다시 복도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뚜르르르' 전화 알림음이었다.


".... 뭐... 뭐야?"


그때 자신의 뒷 운동장 쪽 창문 쪽에서 들어오던 달빛이 아래에서부터 조금씩 어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복도의 소리에 놀라 아무것도 생각하지 하던 A 뒤로 검은색 그림자가 조금씩 올라왔다. 


"설마.. I 하고 H 전부 학교에 있는 거야?"


A는 울리는 전화 연결음에 집중하고 있었다. '지금은 통화가 어려우니 메시지 남겨주...'라는 말이 나왔다. A는 그 뒤에 나오는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어느새 교실이 어둠 속에 가려졌기 때문. A는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 아무도 없는 교실. 어두워진 교실. 그렇게 하기 싫지만 A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다.


"싀이이이이 이 이익'


그 쇳소리다. A의 눈은 절망으로 가득 찼다. 교실을 가득 채운 어둠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운동장 쪽 창문에는 피와 눈물, 콧물로 가득 찬 소년의 얼굴..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던 억울하면서도 슬픈 눈동자가 있었다. 그 눈동자는 정확히 A를 바라보고 있었다.


A의 휴대전화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 고등학교에서 6명의 학생이 집단 자살하는 일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학교 정문 앞, '출입 금지'라는 노란색 테이프가 정문 입구를 막고 있었고 그 앞에는 긴장감이 가득한 한 기자가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그 기자 외에도 많은 언론사가 현장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듯했다.


"어서 오십시오 형사님"

"B형사, 그게 사실이야?"


B로 불린 형사는 찝찝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작게 끄덕거렸다. 3-5반 교실과 남자 화장실에는 노란색 '출입 금지' 테이프가 여러 번 둘러 쳐져 있었다. 그중 화장실에 처진 테이프를 들치며 D형사가 들어갔다.


"보시지 않는 게... 아.."

"이.. 이게 뭐야?"


B형사는 난감하다듯 미간을 손가락으로 긁었다. 너무 황당하다듯 말을 잊지 못하는 D형사 앞에는 하나의 양변기 속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 있는 5명의 학생들의 시체가 있었다. 누가 억지로 밀어 넣은 것처럼 양변기에는 머리가 구깃구깃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화장실 바닥에는 학생 들 걸로 보이는 휴대전화가 떨어져 있었다.


"또 다른 희생자는?"

"네.. 3-5반 교실에 있습니다. 뭘 본 건지 모르겠지만 너무 놀랐는지 자신의 눈을 손가락으로 찌른 채 죽어있었습니다"


화장실에서 한참을 머문 D형사는 B형사의 말에 따라 고개를 흔들며 그곳으로 향했다. 3-5반 교실 바닥에는 피가 쏟아져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는 양 손 각각 3개의 손가락이 A의 눈에 들어가 있었다.


"학교에서도 알아주던 일진이었습니다"

"근데 그런 애들이 자살을 했단 말이야? 말이 되는 소릴해야지.."


D형사의 핀잔에 B형사는 난감한 듯 입을 쭈뼛거렸다. 차디찬 시체로 발견된 소년의 이야기가 D형사에게 전해진 건 사건이 알려진 후 1시간 30분 뒤였다. 소년의 얼굴은 쥐 또는 다른 동물이 파먹은 것처럼 곳곳이 상처나 있었으나 눈동자는 멀쩡했다. 발견 당시에도 두 눈을 띈 상태였다고 한다. <끝>




첫 화였습니다. 유독 왜 그런지 모르지만 직장 생활할 때부터 학교를 소재로 한 꿈을 많이 꿨습니다. 특히 누군가에게 쫓기기도 하고 복도 옥상을 뛰어다니는 그런 이상한 꿈을 꿨죠. 그중에서도 저를 가장 많이 놀라게 한 꿈은 양변기 관련 꿈이었습니다. 변기 커버를 올렸을 때 그곳에 있던 사람 얼굴은 저의 오랜 시절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죠. 물론 시체나 피가 나오는 꿈은 좋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그와 관련된 횡재는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흐흐. 


연재하는 소설은 A라는 인물의 꿈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A는 누구도 될 수 있죠. 꿈속의 인물도, 꿈을 꾼 사람도, 아니면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다소 어려운 주제이긴 하지만 오랜 세월 꿈이 주는 독특함에 빠져 있는 저에겐 이번 소설을 쓰는 시간이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섭습니다. 여러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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