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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Nov 13. 2018

짧게 요약해 알려주는 '디아블로 이모탈'에 분노한 이유

[기획] 유저들은 왜 디아블로 이모탈 공개에 분노했는가?

지난 11월 3일 블리즈컨 마지막 최종 발표를 앞두고 관람객들의 눈길은 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현장은 당연히 그들이 기대하던 게임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었고 의심조차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예전처럼 공개에 맞춰 큰 함성을 마음껏 지르겠다는 각오까지도 엿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발표자로 나선 와이엇 쳉은 현장의 반응에 크게 당황했고 연이은 말실수를 하며 진땀을 연신 닦아냈다. 기대가 분노로 바뀐 현장에선 야유가 쏟아졌고 "혹시 이거 철 지난 만우절 장난이냐?"라는 짜증 섞인 조롱까지 나왔다. 그렇다. 이는 모바일 버전 '디아블로 이모탈' 공개 당시의 모습을 담은 내용이다.

"혹시 이거 철지난 만우절 장난이냐?" <사진 출처: 블리즈컨 생중계 이미지 캡처>


일명 '블빠'로 불리는 그들이 분노한 이유는 무엇일까. 복잡하게 길게 설명할 것 없이 아주 간단하게 요약해서 정리해보자. 블리자드는 이번 사태에서 제대로 '무능력'함을 보여줬다. 다수의 문제가 쏟아졌고 이에 대한 대응은 형편없었으며, 섬세하지도 못했다. 


첫 번째는 왜 하필 중국 하청 게임을 마지막에 공개했는 가다. 넷이즈는 이미 디아블로 시리즈의 '짝퉁' 게임으로 논란이 됐던 '디아M'(한국 서비스 라스트 블레스)의 개발사다. 그런 개발사에게 '피날레'를 맡기다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자사의 게임을 공개해도 모자란 판에 말이다.

설마 이거 내가 알던 성기사인거냐? <사진 출처: 디아블로 이모탈 공식 홈페이지>


두 번째는 디아블로 시리즈에 대한 블리자드의 안일한 인식이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블리자드를 있게 만든 대표적인 IP이자 핵 앤 슬래시 RPG 장르를 이끈 혁신적인 프랜차이즈다. 디아블로 3가 출시된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아직도 예견했던 확장판 두 번째는 나오지 않고 있고, 신규 캐릭터 등장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최소 못해도 이번 공개가 디아블로 3의 확장팩 또는 이야기의 완결을 담은 추가 업데이트 등 수준이었다면 이만큼 끔찍한 현장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블리자드가 디아블로 시리즈를 -좋게 말해서- 가볍게 취급한 것 같다. 이는 고스란히 유저들에게 느껴졌고 현장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터치 스크린 UI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사진출처: 디아블로 이모탈 공식 홈페이지>


세 번째는 팬덤들의 수요 파악의 실패다. 디아블로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은 작년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흔히 말해 떡밥을 양산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블리자드 커뮤니티 매니저 브랜디 캐멀의 발언이다. 그녀는 "연말에는 뭔가 보여드릴 수 있을 수도 있다"는 디아블로 시리즈에 대한 영상 공개로 기대감을 부추겼다.


신임 대표 제이 알렌 브랙의 취임에 맞춰 블리즈컨 내 디아블로 소식이 오프닝 마지막 순번과 피날레에 배정됐다는 점에 이런 기대감을 매우 증폭됐다. 그리고 문제는 터졌다. 블리자드가 디아블로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그곳에 있던 팬덤들은 매우 하드코어하고 마니악한 사람들이었다.

모바일 게임에 익숙한 한국 유저들도 부정적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출처 블리자드코리아 유튜브채널>


네 번째는 유저들이 가진 '모바일 게임'에 대한 인식을 예측하지 못한 점이다. 동양권 특히 중국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의 인기는 최고 수준이다. PC 온라인 게임이나 콘솔 게임보다 훨씬 많은 유저가 몰려 있고 수익 역시 거대하다. 이렇게만 보면 디아블로 모바일 버전의 등장은 큰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양 내 모바일 게임의 인식은 좋지 못하다. 모바일 게임은 과도한 인앱 결제를 유도하는 불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이 시장 전반에 깔려 있다. AAA급 게임에 익숙한 그들에게 모바일 게임은 양산형, 자동사냥, 수집형 RPG 등으로 규정돼 있다. 이런 선입견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디아블로 모바일의 등장은 최악이 됐다.


마지막은 선민의식까지 느껴지는 그들의 대응이다. 블리자드 출신 개발자 '마크 컨'(Mark Kern)은 이번 사태에 대해 "더 이상 게이머를 이해하던 블리자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리자드의 존재 이유는 유저들 즉 소비자들 때문이다. 그들은 돈으로 보거나 가르쳐야 할 존재로 인식하면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거 내가 아는 야만용사..인거지? <사진출처 디아블로 이모탈 공식 홈페이지>


유튜브의 부정적 댓글을 삭제하거나 와이엇 쳉의 "너흰 휴대폰 없냐?"는 발언, 이모탈 프로젝트의 총괄 프로듀서인 앨런 애드헴의 "부정적 반응은 알고 있지만 개발 취소 가능성은 낮다"는 발언 등은 유저들의 불편함을 인지하고 있지만 어차피 출시하면 너희들 할 거면서 왜 성질이냐는 안일한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디아블로 모바일 버전의 등장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그동안 쌓여왔던 여러 문제들이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 내 중요성이 커진 것도 사실이고 그들이 수익적으로 매우 필요한 곳이라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적어도 팬덤의 마음을 이해하고 하염없이 기다려주는 노력에 최소한의 감사 표시만 했더라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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