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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궁 Apr 29. 2019

에어비앤비 트립 호스트 이야기

스웨덴에서 온 손님들

잊을 만하면 예약이 들어온다.

어, 요즘은 예약이 뜸하네라고 하는 순간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린다.

스웨덴에서 온 구닐라와 마이클은 파트너이다. 성이 다르다. 

칼레는 구닐라의 아들이다. 

서울대에서 포닥과정을 하고 있는 아들을 보러 한국 여행을 왔다.

구닐라는 치과의사, 마이클은 화학전공, 칼레의 전공은 기계공학이란다.

자연계 출신으로만 꾸려진 손님이다.

내 쿠킹 클래스에는 요리와 음식에 대한 역사와 문화, 식재료에 대한 이해,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조리법을 설명할 때는 요리 과학이 필수다.

내 전공은 국어국문학, 인문학을 전공한 내가 과학자들을 모셔놓고 조리 과학을 강의한다.

설명을 하면서 손님들의 눈빛을 보면 이 이야기를 제대로 따라 오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자연계 출신의 세 사람은 척 하면 척으로 알아 들었다.

설명이 좀 길어진다 싶으니 다 아는 걸 뭘 그리 장황하게 설명하느냐는 듯한 표정이 생생했다.

기초적인 원리만 후딱 설명하고 말았다.

62세에도 아직 현역 치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구닐라는 따뜻하고 호기심이 많고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아들 칼레는 섬세하고 칼도 능숙하게 다룰 정도로 요리를 좋아했다.

구닐라의 파트너 마이클은 여유와 배려가 몸에 밴 사람이었다.

서류상(!)으로는 쿠킹클래스가 세 시간이지만 세 시간에 끝낸 적은 거의 없다.

손님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반응을 잘 해주면 나도 신이 나서 있는 말, 없는 말, 아는 것, 모르는 것, 총동원해서

클래스를 진행한다. 네 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이 날은 세 사람이 한 그룹이고 마침 이웃 아저씨 한 분이 참여해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다 끝나고 나니 네 시간 반이 훌쩍 지나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당연히 피곤한 줄도 몰랐다.

두 번째 오는 손님은 친구니까 공짜라는 정책에 따라 두 번 이상 오는 친구들도 있지만

처음 우리 집으로 오는 손님들이 어떤 사람일지 늘 궁금하고 긴장이 된다.

툭 치면 자판기처럼 요리에 대해 설명하고 클래스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져 있지만

결국은 이건 사람을 만나고 대하는 일이라 손님과 나의 궁합이 중요하다.

유달리 합이 잘 맞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땐 작두를 타듯 클래스가 진행된다.

이 스웨덴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이 그랬다.

구닐라는 한식, 특히 김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스웨덴으로 돌아가면 친구들을 초대해서

한식을 꼭 대접할 거라며 열심이었다.

나는 오지랖을 부려 참기름 작은 것 한 병과 어머니가 직접 키우고 만든 태양초 고춧가루를 선물로 주었다.

선물을 받아든 구닐라의 표정을 잊지 못하겠다.

물론 힘이 들 때도 있다. 나도 사람인지라. 적극적이지 않은 손님도 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손님 한 명, 한 명을 기억해낼 때마다 나는 다시 힘을 내고 최선을 다한다.

김영하가 말한 "환대의 순환"이 우리 집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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